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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 한비자
김영수 엮음 / 창해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비자를 제대로 접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제목에 '한 번만 읽으면 여한이 없을'이라는 수식이 있어 어느 정도이기에 그랬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진시황이 법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는 다른 고전들을 통해 알고 있었으나 한비자와의 관계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다. 한비자의 글을 보고 "이 사람을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라고 했다던 진시황이었으나 결국 그 만남은 단발로 그쳤던 것 같다. 그리고 평생의 후회로 남게 되는 듯한 일화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한비자는 분명 알고 있었을 유세의 어려움 때문에 죽음을 당했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안다고 모두 행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보여주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책은 '한비자와 《한비자》', '《한비자》 가볍게 읽기', '《한비자》 무겁게 읽기'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를 읽으며 한비자와 《한비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그에 대한 논평들도 인상적이었다. 결국 나도 진시황의 논평을 인용한 문구에 이 책을 읽게 됐으니... 이미 들어는 봤으나 《한비자》에서 유래가 됐음은 몰랐던 우화와 고사 성어들도 반가웠다. 그렇게 전반적인 한비자에 대한 글들이 1부를 완성한다.
2부는 가볍게 읽는 《한비자》라 했으나 읽는 난도는 어렵지 않으나 그 내용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재능, 자리, 권한, 책임'과 관련된 부분의 내용에서 마지막 부분에 인용된 글들은 지금의 시국 등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에서도 관련되는 말 같았다. 한비자가 말하는 '칠술'과 '육미'역시 사마천의 말과 다르지 않게 다가온다. '한비자가 말하는 네 가지 금기사항'에도 주위에서 조언을 했으나 패착을 놓으려 하는 리더의 모습은 익숙했다. '머릿수만 채우는 사람은 되지 말라'는 글에 나오는 예화도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지난해 말 내가 스트레스를 받았던 이유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라 신기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되새기고 왜 고전을 읽게 되는지 되새기게 되는 부분 같았다.
3부의 무겁게 읽기는 좀 더 심도 있는 예화들을 다루는데 거기에 《한비자》의 내용들이 녹아있었다. 읽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으나 잘 읽혀 가볍게 흘릴 수도 있을 듯했다. 분명 '동양의 마키아벨리'라는 수식은 틀린 것 같다. 1750년의 시차를 앞선 '한비자'를 그리 수식하는 것은 잘못된 평가라는 것을 되새기게 하는 글들이었다.
저자도 말했지만 이 책은 《한비자》를 읽기에 앞선 안내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내게 든 "진짜 《한비자》를 읽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이는 것은 저자의 목적이 확실히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실제로는 만나볼 수 없으나 책으로나마 《한비자》를 만나는 가교 역할을 잘 해준 책이었고, 그동안 내가 알던 고사들 중에 상당수가 《한비자》에서 왔다는 것도 알게 해준 책이었다.
《한비자》를 제대로 읽기 전 부담되지 않게 '한비자와 《한비자》'를 접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