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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 퐁
이유리 지음 / 민음사 / 2024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학 졸업 후 소설은 잘 읽지 않았다. 그나마 최근 몇 년 읽은 것 같다. 작년에 읽은 소설 손자병법은 온전히 국내 소설이라 하기에는 애매하니 이 책은 아마 10년 만에 읽는 국내 소설집이었던 것 같다. '이별을 겪는 과정은 처절하고 고통스럽다.'던 메일 내용은 지난여름 부친상을 겪은 내게 소설에 대한 관심을 갖게 했다.
책의 표지 디자인은 무겁지 않게 다가오며 사진에 친근한 내게 "이런 이미지도 괜찮네."라는 생각으로 처음 책을 접한다. 사이즈도 휴대하기 좋은 사이즈였으나 판형은 익숙하지 않았다. 책에는 「크로노스」, 「그때는 그때 가서」,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담금주의 맛」, 「보험과 야쿠르트」, 「달리는 무릎」, 「비눗방울 퐁」, 「퀸크랩」 총 여덟 편의 소설이 들어있다.
처음 읽은 소설 「크로노스」의 주인공 어머니와 같은 질병은 아니셨으나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게 되는 듯했다.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후 재활에 성공하시는 듯했으나 재발로 병원에서 2년가량 누워 계시다 돌아가신 아버지. 정신은 맑으셨기에 소설 속 주인공들의 어머니와 상황은 달랐으나 괜히 생각이 난 것은 아버지와 병원에서 함께했던 간병 생활이 떠오르기도 했고, 어쩌면 재발을 방지할 수도 있었던 기회가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비슷한 기술에 대한 생각은 기발하면서도 생존하신 분을 대체하게 되는 기술에 대해서는 나도 주인공과 비슷한 태도를 가지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두 번째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과 크게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내가 있었다. 좋아하고 잘하는 기술이 있어도 나이가 걸리고, 괜찮은 국가 공인 자격증을 취득했으나 그동안 벌어둔 게 있어야 버틸 수 있을까 말까 하기에 지금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계속 탐색을 하고 있는 월급쟁이로의 복귀를 도모하는... 여러모로 소설집의 소설들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세 번째 소설의 발상도 처음 소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다가왔다. 어찌 보면 좋을 수도 있으나 과연 그게 진정한 나 자신인지도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다. 소재들이나 저자의 상상력은 흥미로웠다. 나라면 생각하지 못하는 내용들이라 더 그랬는지 모른다.
소설집의 제목과 같은 「비눗방울 퐁」은 유쾌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래서인지 더 밝은 내용을 보이려 하는 듯했다. 지난해 부친상을 겪으며 죽음과 그 후 남은 이들의 삶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과 같은 방식의 죽음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 떠난 뒤 남은 이들의 상실감에 대해서도 더 생각하게 한다.
기발한 상상력과 담담한 듯 마주하는 처절한 이별을 만나볼 수 있었던 소설집. 그동안 너무 국내 소설을 읽지 않았음을 반성하며 그런 내게 우리 소설에 관심을 되찾아주는 계기가 된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