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쓸모 - 슬기로운 언어생활자를 위한 한자 교양 사전
박수밀 지음 / 여름의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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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한자를 잘 안 쓴 지 오래됐다. 중·고교 시절 한문 시간은 싫었고, 대학시절 고전문학 전공서적에는 한문이 많았기에 옥편과 친근해야 했다. 하지만 졸업 후 직접적으로 한문을 접할 일은 줄어들었지만 책을 좋아하는 내게 한자는 한글로 만나게 됐다. 한자를 쓰는 것도, 아니 이제는 보는 일도 줄어든 요즘 문해력 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에 이 책에 흥미가 갔다.


  책은 '한자의 뿌리와 쓰임새', '한자가 들려주는 삶과 문화 이야기'로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주로 한자라는 문자에 초점이 맞춰서 있다면 2부는 우리 삶과 문화에 관계 깊은 한자에 대해 다룬다.

  '본다는 것'의 차이를 읽으며 한자에서 본다는 것을 세부적으로 나눴음을 확인하게 된다. 한글로 풀어쓸 때가 아니라면 한자를 모르면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이다. 사람들마다 관점의 차이가 있다지만 최근 내 주변에 아쉬운 일들도 그것과 비슷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건 시선의 차이와는 또 다른 권위와 보편성의 차이라 할 수도 있겠다. 여러 '사' 자에 대한 차이도 이번 기회로 확실히 알게 된다. 그동안 비슷비슷하다 생각했는데 분명 그 차이가 있었음을... 기존에도 알았던 묘호 '조'와 '종'에 대한 부분은 크게 낯설지 않았다. 1장의 내용들을 보면서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모르는 게 더 많았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2장에서는 우리말이라 생각했었지만 한자어에서 비롯된 말들을 만나게 된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한자어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많이 사용하는 말들 중에도... 3장에서 '서방'과 '동궁'이 어떤 이유로 붙여진 것인지 확인한다. 특히, 서방의 '서'가 방향이었다는 것은 처음 접하게 된다. 대비되는 한자들을 보면서도 적재적소에 맞는 한자어들을 떠올리며 봉사나 일에서도 그러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더라도 잘 하지 못한다면 그만큼의 노력으로 변화를 만들어 가거나 그렇지 못한다면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이도 저도 아닌 이들은 타인을 오히려 힘들게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파트 2에서의 1장에서는 '죽음'에 대한 내용이 들어온다. 올여름 부친상의 기억이 떠오른다. 정말 고마운 시간이었고, 아버지께는 그나마 우리는 자주 찾아간 편이라고 하지만 병상에 누워만 계시던 분께는 얼마나 외로운 시간이었는지도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 정확히 모를 일이다. '늙음은 숫자에 있지 않다'는 글을 읽으며 나는 나잇값을 하고 있는지 돌아본다. 내가 저렇게 나이 들지 말아야지 하는 이들을 반면교사로 삼았듯 누군가에게 내가 반면교사가 되고 있지는 않을지를...

  2장에서 '숫자에 담긴 상징'을 통해 지금은 금액이 커져 달라졌으나 축의금과 부의금을 홀수로 내는 이유가 음양과 관련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자를 과거 보다 많이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내 삶의 한편에서는 여전히 큰 몫을 하고 있다. 그 쓸모는 이번 책을 읽으며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넓고 얕게 알고 지나쳤던 한자를 오랜만에 집중해서 대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슬기롭게 한자어를 잘 활용하는 언어 생활자들이라면 그 쓸모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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