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밀 이삭처럼 - 고흐, 살다 그리다 쓰다 열다
빈센트 반 고흐 지음, 황종민 옮김 / 열림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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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전시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성황리에 전시 중이다. 나 역시 슈퍼 얼리버드로 예매를 해둔 상태인데 너무 많은 관람객 집중으로 티켓의 사용 기한이 1개월가량 연장이 됐다. 이번에 예고에 합격한 조카와 가려고(물론 그때는 수험생이었다) 미리 준비한 티켓인데 방학을 한 후에나 평일에 갈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은 전시 관람을 앞두고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읽게 됐다.


  책은 고흐 하면 생각나는 푸르스름한 노란색으로 된 커버가 인상적이다. 또 사이즈 또한 휴대해서 읽기 좋은 크기라 마음에 들었다.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열정과 희망', '미술과 자연', '사랑과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각 장을 수식한다. 밀알이 이삭이 되고 밀밭으로 확장되며 열정과 희망, 미술과 자연, 사랑과 죽음은 밀의 생애를 빗대어 고흐의 생애를 비추는 것처럼.

  첫 편지에서 느껴지는 분노와 허탈함 같은 것은 뜻대로 되지 않은 삶을 겪어 본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고흐 정도로 비참한 상태는 아니겠으나 바닥으로 날 끌어내렸던 시절도 생각을 해본다.

  코로나 시기 예정되어 있던 모든 일정이 사라졌다. 바쁘고 행복해야 할 날들은 사라지고 뭘 해 먹고살아야 하는지 막막해졌던 그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뭐 그로 인해 국가공인자격을 취득했으나 경기는 좋지 않았고, 가정에서도 새로운 문제가 생기게 되는 그런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든 겪게 되는 게 운명인지도 모르겠으나 또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는 것도 현실이다. 그게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고흐는 힘든 시기가 올 때에도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쓴 것 같다. 동생에게 보내는 그의 첫 파트의 편지는 열정과 희망이 남아 있다. 첫 부분 편지 사이사이에 수록된 그림은 대부분 처음 보는 것 같다. 기존에 내가 알던 고흐의 그림은 아니었다. 채색도 어두운 것이 막막한 고흐의 심정이 반영된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두 번째 파트의 편지에서는 첫 번째 파트의 글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게 다가온다. 내용도 미술과 자연에 대한 글들이 많이 보인다. 사이사이에 수록된 그림들은 이제 내게 익숙한 고흐의 화풍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마지막 파트의 글은 신앙을 가진 입장에서 보면 좀 염세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술가 입장에서 본다면 충분히 그렇게 느끼고 볼 수 있는 내용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의 판형이 작은 것의 단점이 큰 그림을 세 페이지에 나눠 싣는 것으로 들 수 있을까? 나름 또 다른 시선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자신의 감정이나 정서를 표현했음을... 결국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과 형제간의 편지가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동생 테오의 아내의 역할이 컸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그녀가 없었다면 우리가 고흐의 작품들을 보고 그의 글들을 읽을 수 있었을까?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전시 관람에 앞서 고흐의 심리와 생각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쓴 지 오래되었다. 형에게 내가 편지를 써본 적이 있었나 질문을 해본다. 믿어주고 지원하는 가족이 있었기에 빈센트 반 고흐는 작품을 그려 나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당시 보자면 실패한 한 화가였을지 모르겠으나 그를 우리가 기억하게 하는 것은 가족의 힘이 컸다는 것을 생각한다. 고흐의 삶과 그림과 글을 만나볼 수 있었던 괜찮은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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