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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공학 - 불확실한 세상에서 최선의 답을 찾는 생각법
빌 해맥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윌북 / 2024년 7월
평점 :
문과와 예체능의 언저리에 있는 사람이지만 이공계과는 거리를 두고 지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 대학 졸업 후 여러 직업을 전전긍긍하면서 이공계 관련해서 관심을 갖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됐다. 문과적 사고와 예술적 사고가 익숙한 내게 부족한 공학적 사고에 대해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책 같아 읽게 됐다.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1장을 읽으며 현대의 지식 없이도 어떻게 건축가는 과거 어떻게 대성당을 지어 왔는지 알게 된다. 지금에서야 이론적으로 밝혀진 것인데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추측할 수 있었을까... 단순한 듯하면서도 신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그런 건축물들이 현재까지도 건재하다는 것이 가장 대단하게 여겨진다. 경험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말을 이 부분에서 확인한다. '경험칙'이라는 용어가 흥미롭고, '주어진 변수 안에서 성공 확률을 확보해 주지만,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라는 문장도 기억에 남는다.
2장을 읽으며 내 취미인 사진이 언급이 되기에 반가웠다. 하지만 정작 관심을 갖게 한 것은 헨리 드레이퍼스의 연구와 조와 조세핀의 신체 치수 측정치 부분이었다. 이론적인 완벽함과 현실의 차이는 실제 측정을 통해 완성되어 갔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라면 끓임 없는 탐색이 필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3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하게 내 취미 생활과 관련 있는 내용의 실험이 나온다. 요트 세일링을 즐기기에 특별히 엔진을 많이 켜지는 않지만 유체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레이놀즈의 연구가 공학자가 불확실성을 다룰 때 활용하는 주된 방법의 하나라고 한다. 그 연구로 유체 운동의 비밀을 밝히진 못했으나 몇 세대에 걸쳐 공학으로 세계를 바꾸는 데 도움을 줬다니 막연해 보이는 공학적 사고의 유용성을 확인하게 하는 장이 아니었나 싶다.
4장은 제목처럼 한정된 자원으로 최선의 방법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유프라테스강에서 사용된 뗏목 켈렉의 효율적인 운용은 무릎을 칠 정도였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은 내게 급박하게 닥쳐온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까? 또, 로켓 공학자 브릴의 이야기는 왜 참고 견디는 시간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내용 같았다. 그 노하우의 축적이 그녀에게는 분명 영향을 주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뭐 그만큼 꾸준한 관심과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 부분이다. 과학자와 공학자의 구분이 일반인에게는 어렵다는 것도 얼핏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5장에서는 '잘되지 않는 법을 알아야 잘되는 법을 알게 된다'라는 게 기억에 남는다. 과거 요트조종면허 시험에서 떨어진 후 낙방기를 쓰며 문제점을 알았기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게 떠오른다. 공학적인 사고뿐 아니라 삶에서도 적용되는 내용이라 와닿은 내용이었던 것 같다.
6장의 파슨스의 터빈 엔진을 홍보한 스토리는 그보다 더 확실한 홍보는 없었을 듯하다. 확실히 눈으로 많은 이들에게 보여줬기에 확실했던 방법이었다. 뒤이은 장들이 흥미로운 제목들이 보였으나 조금은 아쉽게 다가왔다. 하지만 부록에서 심플하게 공학적 사고를 다뤄주기에 전반적으로 책을 읽은 후 부록을 통해 공학적 사고를 배우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은 달걀이 아닌 공학으로 이루어졌다는 책 제목을 공감한다. 문과적 사고가 익숙하지만 지금도 공학 기술을 통해 나는 글을 남기고 있다. 요즘 들어 더 불확실한 세상이라 여겨지는 때에 보다 나은 최선의 답을 찾는 데 도움을 받고자 읽은 책이었다. 공학적 사고가 익숙한 이들에게는 쉽게 이해가 될 것이고 나처럼 문과적 사고가 익숙한 이들에게는 생각의 전환을 위한 자극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