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
마틴 울프 지음, 고한석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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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는 않았으나 먹고살기 위해 코로나 시기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했고 그 자격증을 활용해 일도 했었다. 자격 취득 후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는 듯하더니 나아질 기미가 없어 결국은 공인중개사 일도 접게 됐다. 기존에 오랜 시간 해왔던 분들도 버티기 어려운 일 기반이 없던 내게는 더 버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내게 현재의 상황을 보다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해줄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을 것 같아 읽게 됐다.

ΜΗΔΕΝ ΑΓΑΝ(메덴 아간)

(무엇이든 과해서는 안 된다.)

- 델파이의 아폴로 신전에 새겨진 경구

머리말에 앞서 나오는 경구는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해 예측케 하는 느낌이 들었고 그게 맞았다는 것은 머리말을 읽으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책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하여', '무엇이 잘못됐는가',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쇄신', '역사의 갈림길' 총 네 파트로 구성된다.

과거 어린 시절에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동일어처럼 대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나누어 보게 되며 공산주의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원문이 아닌 입문서를 읽으면서 지금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도 갖게 된 것 같다.

민주주의적 자본주의는 항상 취약하다지만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형태의 민주주의(p.63)라는 말은 책의 제목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첫 파트를 읽으며 현재 서구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과 저성장, 불평등의 심화, 좋은 일자리 상실 등은 독재보다 혼돈이 민주주의의 더 큰 적이 될 수 있다(p.81)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민주주의의 침체기'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내용을 살핀다. 이 파트를 읽으며 경제적 불평등이 현시대의 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새로운 사회 계층인 '프레카리아트'를 보며 나도 거기에 속한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서는 경제 개혁과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 파트를 통해 확인한다.

세 번째 파트에서는 개혁에 대해 다루며 먼저 자본주의의 쇄신을 위한 요건들을 살핀다. 저자가 제안하는 경제 정책의 긍정적인 목표 리스트 네 가지(안전, 기회, 번영, 존엄성)는 그의 글을 읽으며 공감하게 된다. 그 목표가 구체적인 것으로 전환되어 '뉴' 뉴딜로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앞서 제시한 것들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정치도 바뀌어야 되기에 민주주의의 쇄신에 초점을 맞춘다.

네 번째 파트의 타이틀은 가볍지 않다. 지금 같은 위기의 시대에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국가들의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을 돌아보게 된다. 결론인 '시민성의 복원'을 보며 모든 시민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공존에 뜻을 둬야 한다는 것을 보게 된다. 혼자만 잘 산다고 좋은 게 아닌데 어느 순간 경쟁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우리는 나만 잘 살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고 그런 생각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온 것은 아닌가도 싶다.

책을 읽으며 지금의 위기가 왜 왔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다만, 내가 큰 불편을 겪지 않고 있었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그러기에는 꾸준히 경제적으로 어렵긴 했다). 분명 변화와 개혁이 필요한 시기이다. 너무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주변을 살피지 않다가는 홀로 남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거나 혼돈의 시기 착취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위정자들이나 소득 상위 10% 안에 있는 이들이 더 읽어봐야 되는 책이 아닌가 생각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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