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함이 나를 살릴 것이다 걷는사람 시인선 109
김수목 지음 / 걷는사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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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함이 나를 살릴 것이다' 제목이 끌렸다. 궁즉통 '상황이 절박하면 길이 열린다'라는 말이 떠오르게 되는 제목이 끌린 것은 현재의 상황 때문이었으리라. 3년 전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했고 얼마 전까지 일을 해왔지만 부동산 경기는 좋지 않았다. 커피를 하다 막막하던 시기 요트 세일링 교육을 하게 됐고, 관광객 예약이 몰렸던 때에 코로나19가 터져 결국 부동산 업계로 넘어왔다. 일이 풀리지 않아 다시금 답답한 시기였기에 시집 제목에 손이 갔다.


  1부의 첫 시 「심야 버스」의 첫 문장에 내 마음이 들킨 듯했다. 나도 반복되는 일상 중에 미래로 가고 있는데 '파랗게 질려 가는 찌든 얼굴들'에 내 얼굴도 속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시집 제목에 대한 끌림의 연장선이었을까? 표제 시인 「막막함이 나를 살릴 것이다」를 읽으며 나 역시 잡으려 하는 것들이 많았다. 내 업을 놓치지 않고자 손을 꽉 쥐고 있었기에 오히려 붙들지 못해 빈주먹만 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도 된다.

  2부에서는 「붉은가슴딱새」의 시어들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나는 무엇에 마음을 빼앗겼고, 언제부터 기다린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드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죽음이 더 이상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나이대이기에 2부에서의 몇몇 시는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내가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내용이었는지 모른다.

  3부 '짧은 사랑의 기록이라고 해 두자' 그 '짧은 사랑의 기록'은 슬픔을 담고 있는 듯했다. 짧은 여행도 하기 어려웠던 시기는 더 여행을 하기 어렵게 내겐 마무리가 된 것 같다. 병원에서 간병으로 코로나19의 암담한 현실을 체감했고, 병원 내에서도 퍼지는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인 모습들을 봤었다. 아직 병원에 계신 아버지를 생각하기에 발길을 뗄 수 없는 시기. 나의 짧은 사랑은 기후 동행 카드와 함께 한동안은 이어갈 듯하다.

  4부의 첫 시 「세월」에서 익숙한 구절이 보인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대사였기 때문일까? 그러나 세월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다만, 어떻게 순풍처럼 잘 활용하며 가느냐의 문제가 아닐지. 4부의 제목은 마지막 시 「한낮」의 마지막 문장으로 이어져 가는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나는 시를 그리 잘 읽지 못하지만 시집의 제목에 이끌려 읽었다. 그 제목에 끌렸지만 시집 안에 제목보다도 끌어당기는 시들이 있었다. 혹해서 선택했으나 괜찮은 선택이었음을 확인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벌써 걷는사람 시인선이 109가 되었다. 대학시절처럼 시를 쓰진 않으나 여전히 습작을 하는 시기라 이 시집에 끌렸던 것은 아닐까? 그 '막막함'은 이 시기이자 내 마음에 필요한 시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생각하게 된다. 가볍게 제목에 끌려 읽더라도 그 이상의 만족감을 어쩌면 시집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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