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괴로울 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 일상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발견한 사는 게 재밌어지는 가장 신박한 방법
박치욱 지음 / 웨일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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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괴로울 때 공부를 시작하라고? 제목에 의혹이 생겼다. 삶이 괴로운 데 공부라니... 한편으로 돌아보면 먹고살기 힘들 때마다 뭔가 먹고살기 위해 난 새로운 것을 배웠던 것 같다. 취미로 시작한 공부가 업이 되기도 했고, 업을 위해 했던 공부가 취미가 되기도 했다. 물론, 그 공부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지만 몇몇 자격증은 남았고, 어떤 것은 고급 취미로 또 어떤 것은 부업 같은 모습으로 내게 남게 됐다.


  이 책은 일상을 연구하는 과학자인 저자가 발견한 사는 게 재밌어지는 방법들을 다룬다. 바쁘다는 교수 일을 하면서 준비해온 7개의 공부(음식, 언어, 자연, 예술, 사회, 퍼즐, 인체)를 추렸다. 저자의 전공과 무관한 것들이라고 하는데 내 관심사와도 상당 부분 겹치기에 흥미가 갔다.

  첫 공부인 요리에서 저자가 만드는 토스트의 이미지에 침샘이 자극을 받아 한 번 해볼 만한 음식 같아 보였다. 저자처럼 본격적으로 요리를 할 수 있지는 않지만... 생화학자의 프로토콜을 모아 놓은 책을 레시피 북이라 부르는 것도 흥미로웠고 그 구조 또한 요리 레시피와 비슷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와 비슷한 경험은 커피 추출 레시피를 떠올리게 한다. 결국 커피 추출은 물론 로스팅 프로파일도 결국에는 프로토콜 같은 경향을 띠고 있음을 확인한다. 재현성과 정량화의 내용은 카페에서 마실 때는 좋아서 구입한 원두가 집에서 내려 마시면 그 맛이 나지 않는 것을 떠올리기도 한다. 원두와 온도가 같더라도 결국 내리는 추출 방식과 사용하는 물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간과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공부는 '언어'다. 영어는 학교에서 그리 오래 했음에도 제대로 말하기 어렵다. 그나마 커피를 직업으로 택하고 관련 해외 바리스타나 로스터의 강연을 들으며 다니며 귀가 조금은 뚫린 줄 알았다. 하지만 커피 업계를 떠나 지내다 보니 그 영어도 가물 거리게 됐다. 일본어는 공부하다 멈춘 후 대부분 잊혔다. 이 부분을 읽으며 '잊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더 잘 배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내가 그동안 언어를 잘 배우다가도 놓쳐버리는 게 잊는 것 때문은 아니었을까? 나름 좋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으나 언어는 사용하지 않으면 잊힌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고 쉽사리 재도전 하지 못했던 시간을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하면 될 뿐인 것을 다른 생각이 많았던 것이다.

  세 번째 공부 '자연'에서 자녀를 통해 자연에 눈을 뜨는 저자를 본다. 어린 시절에는 풀밭 위에서 뛰어놀았던 기억이 있다. 서울이었지만 시골과 비슷한 풍경이었기에 흙을 만지며 놀았다. 어느 순간부터 흙과 거리를 두며 관심을 두지 않다. 몇 년 전부터 꽃만 보면 사진을 찍게 되며 해당 꽃의 이름을 알아가던 시간이 떠오른다. 기술이 발달해서 꽃 이름을 몰라도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검색이 되기에 어렵지 않게 찾았고, 그만큼 빠르게 잊어버린 듯하다. 여전히 주위에 배울 것이 많지만 어느 순간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에 신경을 쓰느라 계절의 변화와 피고 지는 꽃도 그냥 지나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나마 꽃을 좋아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꽃으로 주변에 있었으나 모르고 지냈던 나무의 존재도 알기도 했으니 너무 무관심하진 않은 듯해 다행이다.

  네 번째 공부 '예술'을 읽으며 내가 클래식에 끌리는 것과 성가대를 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고, 아직 예매를 해두고 가지 못한 전시회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린다. 다섯 번째 공부 '사회'부분을 읽으며 낯선 문화에 충격을 받은 저자를 보게 된다. 요즘 우리 사회도 과거에 비해 많이 변하긴 했으나 여전히 변화하지 않은 부분은 남아 있음도 생각하게 된다. 여섯 번째 공부 '퍼즐'은 쉬울 듯했으나 수학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니 머리를 혼란시켜 빠르게 지나갔던 것 같다. 일곱 번째 공부 '인체'를 보며 아버지 간병을 하며 봤던 책과는 또 다른 내용을 만난다.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이었을까? 아버지 병 때문에 책을 보던 것과 다르게 약은 나 역시 먹거나 맞게 되는 부분이라 궁금증을 가지며 읽게 된다.


  삶이 괴로울 때 왜 공부를 하라고 했을까? 뭔가에 집중을 하면 그 괴로움도 잊게 되는 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병원에서 간병을 하며 아버지의 병에 대해서도 찾아보고 어떻게 재활을 해야 하는지도 알아봤으나 그게 쉽게 적용되진 않았다. 하지만 그 공부를 하면서 당면한 문제에서 조금 더 앞을 보게 되기도 했다. 물론, 환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기에 좌절감은 있었다. 하지만 모르고 마주하는 것과 알고 대처하는 것의 차이가 어떠한 지도 알게 되는 시간이었음을 떠올린다.

  책을 통해 일곱 가지 분야의 공부를 접하며 내가 취미로 접근했던 것들의 공부를 떠올리기도 한다. 어느 순간 독서는 생활이 됐다. 그게 공부가 아닌 취미라고 하더라도 나는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죽을 때까지 과연 공부에 끝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본다. 이 책은 그 질문의 답처럼 다가오는 게 아닐까? 바쁘고 시간이 없다며 시작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 일단 시도를 해볼 마음을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삶이 괴로운가? 그렇다면 저자의 말처럼 공부를 시작해 보자.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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