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역의 맛있는 우리말 200
박재역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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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창작과를 전공하기 전까지 국어사전을 그리 가까이하진 않았다. 오히려 영어사전을 더 가까이했던 것 같다. 일상에서 사용하기에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대학 졸업 후 KBS한국어능력시험이 생겼기에 그냥 별생각 없이 공부도 하지 않고 보러 갔다 어휘에서 막혔던 기억이 난다. 공부를 안한 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점수라 했는데 그때 부족함을 제대로 느꼈다. 그 후로 어휘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항상 그때뿐이라고 할까? 한동안 거리를 두며 편한 일상 글만 써왔다. 이 책은 그런 게으름에서 좀 벗어나고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일단 책의 첫인상은 휴대성 좋은 사이즈라 마음에 들었다. 저자의 교열 책은 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어 저자가 낯설진 않았다. 책은 맛과 관련된 표현으로 여덟 파트로 구분된다. 평소 크게 생각하지 않고 익숙하게 사용하던 어휘들을 만나게 된다. 그 품사가 무엇인지 얼마나 알고 그동안 써왔을까? '가물'과 '가문'은 명사이고, '가묾'은 명사형이라는 것의 차이는 나는 모르고 익숙했기에 썼던 시기를 떠올린다.

  문득 내가 아는 세계가 전부인 것처럼 판단하게 되는 때가 있다. 그래서 더 다양한 세대들과의 교류를 중요시했다. 다양한 세대의 생각까지 모두 다 알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나보다 윗세대와의 자리를 단절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나이차가 많이 나는 사촌 형, 누나들과의 관계가 그런 자리를 내게 익숙하게 했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도 나보다 윗 사람들을 대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고 어느 정도 그들의 고민도 알 수 있었다. 다만, 이제는 나보다 아래 세대들과의 소통은 그렇지 않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으나 '윗세대'를 싸잡아 단정 짓는 이들을 종종 보게 되는 것도 그런 소통의 부재 그들의 언어를 잘 알지 못하기에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만약 이 책을 읽지 않고(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우리말에 대한 책), 내가 알고 있는 어휘 지식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 했다면 나 역시도 그런 사람이 됐을지 모른다. 많이 아는 것이 미덕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글을 쓰고 책을 읽기 위한 기본 소양으로 우리말에 대해 더 알아둬야 했던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편협함은 더 발전하고자 하는 노력의 게으름에서 나오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한글이 국어라 어릴 때부터 익숙하기에 잘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크게 노력하지도 않기에 제대로 스스로의 국어 실력을 평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말이 다채롭고 내 공부는 부족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어느 순간 사전을 찾아보는 일이 멈췄다. 간혹 검색을 통해 모호한 단어를 찾아볼 뿐 배우려는 노력을 했던 때가 언제일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거다'라고 말하던 코미디언 박명수의 말이 떠오른다. 어쩌면 늦은지도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보면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우리 곁에 있어 익숙했으나 명확히는 모르던 우리말을 통해 지금부터라도 보다 나은 우리말 활용 능력을 더 키울 수 있는 기회였다.

  책을 읽으며 때로는 지루하기도 했으나 아는 내용이 나올 때면 반가웠고, 내가 잘못 알고 쓰던 부분에서는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보완을 위한 부끄러움이지 않을까 싶다. 달콤하게 시작해 씁쓸하게 끝나는 책이지만 그 씁쓸한 끝에 몸에 좋은 보약 같은 영향력이 담겨 있던 책이었다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이 리뷰는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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