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걸 크러시 - '남성' 말고 '여성'으로 보는 조선 시대의 문학과 역사
임치균 외 지음 / 민음사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과 '걸 크러시' 뭔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었으나 흥미가 갔다. 유교 사회는 남성 중심의 사회였기에 틀을 깨는 이들은 드물었기에 더 끌렸는지 모른다. 요즘도 '걸 크러시'를 얘기하나 여전히 차별은 존재하기에 과거 지금보다 더 심한 차별을 겪으면서도 '크러시'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접해보고 싶어 책장을 넘긴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는데 '『조선의 걸 크러시』를 펴내며'에서 정리한 대로 1부에서는 복수를 실천한 여성들을 모았고, 2부에서는 영웅의 기상을 담은 여성들을, 3부에서는 남성을 능가하는 재주의 여성들을, 4부에서는 자신만의 기준과 노력으로 사랑을 찾아 나선 여성들을,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뛰어난 기개와 재주를 지닌 여성들을 다룬다.

  1부의 '복수자들'의 내용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던 내용들을 접하게 된다. 무협소설 같은 검녀의 이야기부터 요즘 같은 시대에 적용을 할 경우 위험할 수도 있는 희천 땅의 며느리의 복수 이야기까지 여성이라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던 이들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도 다른 이야기들에서는 조선의 사회 제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성이 아쉽게 느껴지는 이들의 모습도 보이긴 했다.

  2부 '영웅의 기상'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기개도 기개지만 간혹 보이는 의문스러운 죽음은 시대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럼에도 유교사상이 지배하는 조선에서 이러한 글들이 나올 수 있고, 당시 생각할 수 없는 여성상이 작품을 통해 나오는 것은 변화의 바람은 당시에도 불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3부 '쓰고 노래하다'에서는 그나마 알고 있던 허난설헌이 나오지 않아 낯선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그녀들의 문장은 이미 인정받았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는 것은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았음 때문일까? 내가 시를 쓰며 따르고자 했던 시인들이 여성 시인들이었는데 현대시에 너무 갇혀 더 보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빙허각'은 들어본 적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게 된다. 

  4부 '사랑을 찾아서'의 주인공들이 대부분은 작품 속의 인물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초옥의 이야기나 향랑의 이야기가 실존했던 사람이거나 실존했던 사람을 모델로 만들어졌기에 정말 깨어 있는 이들의 기록을 접하게 되는 게 아닌가도 싶었다. 뭐 그럼에도 요즘 시대에도 갇혀 있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보면 시기나 시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생각하게 된다. 

  5부 '뛰어난 기개와 재주'의 첫 인물은 드라마로도 접했던 김만덕이다. 그 드라마를 제대로 보진 않았기에 정확히는 몰랐으나 책의 내용만 하더라도 당시에 왕의 총애가 컸음을 알 수 있고, 여러 소문을 만들 정도로 영향력이 있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후 나오는 인물들의 내용들도 비범하지만 작품 속의 인물들이 주를 이룬다. 변화의 물결을 작품을 통해 전파되고 이루어져 가는 것인가 싶었다.

  가히 '조선의 걸 크러시'라 할 내용을 담은 책이다. 다만, 실존 인물들이 너무 적고 작품 속 인물들이라 아쉬움은 남게 된다. 그럼에도 이미 그런 변화의 바람이 일었기에 변화는 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유교사상으로 지탱 되어가는 시대에 현실이든 작품으로든 만나게 되는 여성들의 삶. 여전히 잘못된 생각으로 남녀의 차이를 차별적으로 대하는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