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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카밀라라는 한국계 입양인이 성장해서 양어머니를 잃은 후 혼자 한국을 방문하여 친부모를 찾아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향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다른 리뷰들에서 입을 모아 말하고 있듯이 소설은 참 아련하고 애틋하고 슬프고 아름답다.
그러나 광복 이후, 특히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 보내졌으며, 그 원인이 단순히 한국의 가난과 문화적 편견이나 가부장제의 모순에 있지 않고, 한국의 신신민적 상황과 발전주의적 경제정책, 서구에서의 출산률 저하와 함께 서구 사회(특히 미국)의 온정주의, 영리적 입양기관들이 주도한 (자본주의적) 아기 수출/수입 구조와 관련되어 있다는 복잡한 입양의 정치사회적 역사를 알고 나면, 카밀라의 출생에 관련된 비밀스런 과거가 너무 개인적인 스캔들 차원에서 다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든다.
물론 결과적으로 카밀라의 친모와 친부의 관계는 그들 부모세대의 노사 분규가 낳은 비극에서 출발한 것으로 끝내 밝혀지지만, 소설은 그 전까지 독자들을 내내 친모와 학교 선생님 간의 금기적 치정(love affair) 스캔들에 묶어두며 입양의 역사를 사적인 것으로 몰고 간다.
소설의 마지막에 반전으로 등장하는 친부의 존재를 알고 나면 지금까지의 막장 스캔들은 다 뭐였나 하며 허탈해지는 느낌..
카밀라가 수없이 생각해 봤을 자신의 출생의 비밀, 입양의 장막을 걷어 보면 사실은 사람들이 흔히 무례하게 단정 짓기 쉬운 그렇고 그런 치정의 사연이 아니라 실은 사회적으로 희생 단한 사람들의 비극이라는 것을 작가는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무래도 스캔들의 장막을 너무 오래 쳐놓은 느낌이고, 진실은 마지막에 살며시, 조용하게 드러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시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