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출간된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창래의 네 번째 장편소설; 2011년 퓰리처 상 최종후보에 오른 작품

소설은 1980년대 뉴욕과 50년대 한국 전쟁시기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가 병렬구조로 나열되다가 나중에야 이야기의 전말이 드러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점에서는 A Gesture Life와 유사하다.)

한국전쟁 중에 고아가 된 준이라는 한국인 소녀와 전쟁에 참가했던 헥터 브레넌이라는 젊은 미국인 병사와 미국인 선교사 아내 실비라는 여성이 전후 직후, 실비와 미국인 목사인 그녀의 남편이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만나기까지의 비극적 운명과 만난 이후 의 셋의 뒤얽힌 운명을 그리고 있다.

전쟁의 참상과 고통에 대한 묘사 자체는 사실적이고 상세하지만 한국전쟁의 역사적 정치적 맥락이 생략되어 있어서 전쟁과 폭력으로 인한 인류의 보편적 고통의 문제로 환원해버린 경향이 있다.

국내에는 <생존자>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간됐는데 운명에 `항복한/굴복한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비극적이고 절망적인 원제 보다 어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생존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한국어 번역이 제목으로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국내에 번역된 이창래의 다른 작품들로는 <가족>(원제: Aloft)과 작년(2014년)에 출간된 <만조의 바다 위에서>(On Such a Full Sea)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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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문학 중 정전의 반열에 올라 있는 이창래의 Native Speaker 이후 처음 내놓은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이창래는 워낙 과작을 하는 작가라서 20년 동안 총 5권을 내놓았다.

이 책은 한국인에게서 태어나 일본인 가정에 입양되어 자란 일본계 미국인 하타라는 인물과 그가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 딸 써니와의 관계와 과거 자신이 일본제국군으로 참전한 2차대전에서 보고 겪은 한국인 위안부 여성들에 대한 전쟁/성범죄에 대한 내용이 병렬되며 전개되는 구조를 취한다.

한국에서 일본군 위안부/일본군 성노예 여성들이 증언을 하기 시작하고 위안부 문제가 여성운동에 편입되기 시작한 것이 1990년대 초반이었으니, 1999년에 출판된 이 책은 당시 서구 학계에서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던 위안부 역사를 소개한 책이라고 할 수 있으며 미국에서 아시아계 미국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척하는 삶>으로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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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는 서뱅골지역 출신의 인도계 영국인으로 태어나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와서 인도계 미국인 작가가 된 초민족적이며 다문화적인 배경을 갖고 있는 여성 작가이다.

줌파라는 톡특한 이름은 그녀의 애칭인데 본명을 쓰지 않고 애칭을 사용해서 집필활동을 하는 점이 독특한데 <축복받은 집>에 나오는 트윙클이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여주인공이 연상된다.

2000년 퓰리처 상을 받은 Interpreter of Maladies(번역본은 다른 단편의 제목을 따라서 <축복받은 집>으로 출간됨)는 과연 명성답게 아주 훌륭한 단편집이었다. 몇 년 전에 주위 사람의 소개로 원본을 구해 처음 읽었을 때 너무 좋아서 며칠 간 울다 웃으며 웃다가 울면서 다시 읽고 또 읽으며 가장 좋은 글귀를 골라서 소중하게 필사했던 기억이 난다.

가장 좋았던 단편은 책의 서문을 여는 ˝A Temporary Matter˝이지만 나머지 단편도 버릴 것 없이 다 좋았다. ˝Mrs. Sen`s˝와 ˝The Third and Final Continent˝는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고 있는 내 삶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서 깊은 울림이 있었다.

감동적인 데뷔작과의 조우를 끝내고 바로 집어든 The Namesake(<이름 뒤에 숨은 사랑>)은 반면 기대가 너무 커서였는지 실망 또한 컸다.

라히리의 작품답게 가독성도 좋고 위트가 넘치기는 하지만 고골이라는 뜬금없는 이름도 그렇고 무슈미와의 연애와 결혼과정도 별로 와닿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라히라는 작품에서 중산층 엘리트 인도계 미국인의 삶을 중점적으로 담아낸다는 점에서 노동자 계층이나 사회적 비주류들의 이민 역사와 문화를 기록한 기존의 미국 내 이민자/소수인종 문학과는 차별화 된다. 그녀의 출신 배경에서 온 영향이겠지. 작품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교수 캐릭터를 비롯해 MIT 학생 캐릭터, 전문직 종사자들 덕분에 계급성이 너무 전면적으로 드러나서 읽는 내내 약간 거부감도 들었는데, 인도계 이민자에 대한 새로운 계급적, 인종적, 젠더적 문제를 제기하고 인식의 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새롭고 참신한 면도 있는 것 같다.

미국의 이민정책이 엄격해지면서 생긴 이민자들 사이의 계급의 양극화 현상이 낳은 결과물인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런 계급차이를 가로지르는 작가의 통찰이 있는지는 더 읽어봐야 알 것 같다. 적어도 The Namesake에선 발견하지 못했으니..

국내에서 번역된 <그저 좋은 사람>과 <저지대>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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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4-07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서를 직접 읽어보시는군요. 부럽습니다. ^^

cocomi 2015-04-07 20:02   좋아요 0 | URL
전 한글로 빠르고 쉽게 읽고 싶답니다.ㅠㅠ

transient-guest 2015-04-09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줌파 라히리가 궁금합니다만, 영어보다는 한글이 좀더 빨리 읽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ㅎ

cocomi 2015-04-09 04:49   좋아요 0 | URL
저도 한글이 훨씬 편해요. 한국책 쌓아두고 마음껏 읽고 싶네요. 번역만 잘 되어 있으면 원작의 감동이 거의 그대로 느껴지더라고요. 읽어보시고 리뷰 남겨주세요~
 

1983년,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부커상을 수상하고 2003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로 널리 알려진 남아공 출신의 백인작가 쿳시는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후 미국 강단에 서고, 이후 남아공으로 돌아가서 케이프 타운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다가 은퇴, 2002년 이후 호주에 거주, 2006년에 귀화하여 호주인이 된 진정한 초국가적 작가라고 불릴 법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의 장편소설 13권 중에 내가 읽은 건 3권, Waiting for the Barbarians와 Foe, Disgrace인데, 세 권 모두 국내에 번역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2015년 현재 <야만인을 기다리며>와 <포>는 절판된 것인지 품절상태이고 <추락>만 판매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는 작품은 <포>와 <야만인을 기다리며>라는 사실.. <포>는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개작한 작품이다.

세 작품 모두 제국주의의 식민 피식민 관계의 모순을 다룬 작품인데, 제국의 하수인(<야만인을 기다리며>의 치안판사), 제국주의자(<포>의 크루소), 또는 제국주의의 직간접적 수혜자(<추락>의 루리 교수)로 등장하는 백인 남성이 흑인 피지배 계층을 향해 시도하는 윤리적 관계 맺기, 소통하기의 (불)가능성을 모색한다.

국내에 번역되어 현재 판매 중인 다른 작품으로는 소설 <어둠의 땅>, <슬로우 맨>,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나라의 심장부에서>와 자서전 <소년 시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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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을 빌릴 일이 있어서 동네의 큰 도서관에 갔다가 전부터 읽고 싶었던 백석 시집을 찾아봤다.

책장에 꽂힌 여러 판본의 시집 중에서 두 권이 눈에 띄었는데 한 권은 알라딘 리뷰에서 자주 소개된 고형진 교수가 엮은 정본 시집이고 다른 하나는 이지나 교수가 편집한 원본 시집이다.

정본 시집에도 맨 뒤에 원본이 꽤 두툼하게 덧붙여 있는데 발표된 당시의 작품을 이 책의 활자에 맞게 읽기 쉽게 새로 편집해서 옮겨 놓은 것이다.

반면 원본 시집은 영인본(원본 자체를 사진 촬영해서 그대로 복제해 놓은 편집본)으로서 당연히 우종서이고 누가 그린 건지 그림이 같이 수록되어 있는 시가 많아서 흥미로웠다. 수록된 시집은 <사슴>과 사슴 이후에 발표된 시를 한데 묶어 편집했는데 수록 시는 정본 시집과 겹치는 게 많다.

백석 시 연구자가 아닌 일반인이 읽기엔 역시 정본 시집이 읽기 편한데다 시를 혼자 속으로 읽는 현대시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결국 현대적인 형태의 정본시집을 골랐지만, 시를 낭독하면 70-8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질 것만 같은 원본 시집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다.

읽고 싶은 대로 아무 페이지나 열어보며 몇 편씩 들여다 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사슴에 수록된 시 보다 이후에 발표된 시가 더 좋다.

이담에 <백석 평전>까지 읽고 나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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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4-0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도현 시인의 백석평전 좋아요. 얼마전에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백석평전>에 대해 들려줬는데 재밌네요~~

cocomi 2015-04-07 12:10   좋아요 0 | URL
저도 빨책에서 듣고 마음이 동했는데 먼저 시집부터 읽어야하는 게 아닌가해서 이거 먼저 빌렸어요.^^ 전 김수영 좋아하는데 백석은 유명한 시 몇 개만 알고 시집은 처음 손에 잡아 봤네요. 세실님이 올려주신 평전 리뷰도 잘 봤어요~ 다들 책을 너무 잘 파시는 것 같아요. 북플만 들어오면 독서욕이 솟구쳐요.

cyrus 2015-04-07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백석의 시가 읽어보고 싶을 땐 서정시학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백석 시집을 도서관에 대출해서 읽습니다.

cocomi 2015-04-07 20:01   좋아요 0 | URL
서정시학에서 나온 판본을 선호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cyrus 2015-04-07 20:02   좋아요 0 | URL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제가 다니는 도서관에는 예전에 나온 백석 시집이 없거든요.. ㅎㅎㅎ

cocomi 2015-04-07 20:05   좋아요 0 | URL
전 워낙 시를 잘 몰라서요. 학교 다닐 땐 좋아했던 시도 더러 있었는데 다 옛날 얘기네요. 좋은 시(집) 있으면 자주 소개 해주세요.^^

cyrus 2015-04-07 20:08   좋아요 0 | URL
요즘 시집을 즐겨 읽는 서재 이웃님들 덕분에 이제 막 시집을 끼적거리 시작했어요. 가끔 빽빽한 활자가 눈에 안 들어오면 시집을 읽어보려고 해요. ^^

cocomi 2015-04-07 20:14   좋아요 1 | URL
저도 이웃님들 덕분에 백석 시집을 빌릴 수 있었어요. 빡빡한 활자가 눈에 안들어오면 전 눈을 감고 노래를 듣는데 시집을 보는 습관을 들여야겠네요. 시집은 잠깐 읽고 나서 눈을 감고 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