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찰스 부코스키 지음,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 엮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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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에 이어서 보는 찰스 부코스키의 책이다. 맥락을 잘 파악할 수 없었던 짧은 글들의 집합체인 비망록을 보고 난 뒤 ‘이 책은 어떨라나.. 라는 생각으로 하며 집어들었다. 비망록보다 이 책을 먼저 볼 껄 그랬다. 혹시 두 권 중에 어느 책을 먼저 볼지 고민이시라면 이 책을 먼저 추천하고 싶다. 비망록처럼 짧은 이야기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우수수 쏟아지지 않는다. 길이감도 있고, 스토리도 있고, 주제도 잘 파악할 수 있는 글들이 나온다. 

 찰스 부코스키의 글은 폭력과 범죄, 성욕, 술, 대소변에 대한 이야기가 난무하는 글이지만 읽을수록 자꾸 읽고 싶은 매력이 있다. 사람으로 비교하자면 미드 셰임리스의 아버지 프랭크의 비열하지 않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랭크는 지적이고, 유머러스하고, 순발력있고, 아주 자유로운 영혼이며, 언제든 술과 범죄, 여자에 빠져든다. 처음에는 아주 이상한 시선으로 보게되는데, 번뜩이는 통찰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 자꾸 눈을 가게 만든다. 그는 싫어하는 것에 투덜거리고, 좋아하는 것은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탐닉한다. 싼 화장실 휴지를 찾는 90대 노인을 보며, 저 나이까지 화장실을 간다는 것에 비싼 휴지로 축하하지는 못할망정, 살 날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3센트를 아껴서 뭐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식의 솔직한 통찰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가 글에다가 써대는 음란한 생각,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그의 글을 처음 읽는 독자에게 당혹감을 안겨줄 수 있다. 읽다보면 보통 살아가면서 누구나 하게 되는 생각에 해당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고로 책은 유익한 내용, 모범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기는 하니까. 그가 쓰는 많은 말들에서 당혹감을 넘어서면,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늘 보던 것을 좀 더 다른 시선에서 보게 된다. 독자를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글이다.

 찰스 부코스키의 글을 아직 잘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의 글이 사람의 눈을 당기는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독자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을 안다. 이 책은 다 읽고 한 번 더 읽을 생각이다. 한 번 읽었을 때는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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