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역병, 사상 간의무서운 대립 속에서 허덕이던 힘없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 주는 만병통치약은 미신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오로지 변함없어 보이는 것은 별들뿐이었다. - P126

그는 일상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혼돈 안에어떤 규범이나 법칙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이신의 창조물이라면 세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상의 모든 피조물은 신의 마음속에 있는 조화를 드러내는 것이아닐까?  - P126

자연이라는 제목의 책이 케플러라는 단 한 명의 독자가 나타나기까지 1,000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 P126

그의 천재성은 즉시 교수들의 눈에 띄었다. 그중한 교수가 코페르니쿠스의 가설에 내포된 위험한 신비를 케플러에게알려주었다. 태양 중심의 우주관은 케플러의 종교관과 공명하였기에그는 이 가설을 뜨거운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 P127

태양은 신의 상징이었다. 만물은 그 주위를 돌아 마땅했다. - P127

그는 천문과 기상 현상에 관한 책력을 제작하여 별점을 치기 시작했다. "신께서 모든 동물들에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방도를 마련해 주셨듯이 천문학자에게는 점성학의 길을 열어 주셨다."
그가 남긴 문장이다. - P127

그는 자신의 생각을 "코스모스의 신비"라고 불렀다. 플라톤의입체와 행성 간 거리의 연관성은 단 하나의 중대한 사실을 설명한다고그는 굳게 믿었다. 그것은 신의 손이었다. 그에게 창조주의 손은 바로기하학자의 손이었던 것이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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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지어스와 윌슨은 벨 연구소가 폐기 처분하려고 내놓은 값싼 전파망원경과 세 페이지 논문으로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노벨상급 발견을 위해서는 수백억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연구비와 수백, 수천 명의 연구 인력이 참여하는 거대과학이 필요한 오늘날의 과학계 상황과는 매우 비교되는 낭만적인 성과였다.

과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음에도 그에 걸맞은 인정을 받지 못한 무명의 과학자들은 사실 수없이 많다. 여러 과학의 이야기는 거인들의 영웅담을 위주로 진행되지만, 이는 오직 이야기 전개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과학 발전의 진정한 토양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묵묵히 진행되면서 많은 경우 그저 잊혀가는 풀뿌리 연구에 있다.

빅뱅이 존재했다면 우주는 더 이상 영원하지 않으며 별의 개수 또한 무한하지 않다. 별은 과거의 어느 순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그 개수도 유한하기에 밤하늘이 어둡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우주배경복사는 정말로 흑체복사였던 것이다! 이는 우주가 과거 뜨겁고 조밀한 플라스마 상태에 있었다고 말하는 빅뱅우주론을 강력히 지지해주는 결과였다.

어떤 이들은 빅뱅처럼 실험실에서 재현 불가능한 과거의 우연적 사건은 과학이 아닌 역사라고 말하며 과학의 주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곤 한다. 특히 창조 과학 같은 사이비 과학에서 그런 주장들이 종종 언급된다. 물론 빅뱅은 역사다. 그러나 역사가 과학이 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거둔 기적적인 승리를 생각해보자. 12척의 배로 300여 척의 배를 무찔렀다는 만화 같은 이야기가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그 역사적 증거가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명량해전을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없다. 그러나 명량해전의 기적적 승리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그 결과가 임진왜란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과정은 모두 정당하고 합리적인 학문적 주제가 될 수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빅뱅 또한 비록 그 원인을 모를지라도 증거가 너무나 명확하기에 현대의 과학자들은 빅뱅을 합의된 정설로 받아들인다. 과학은 단순히 실험실에서 반복적으로 재현 가능한 현상이나 법칙만을 다루지 않는다. 과학은 ‘우연적이고 역사적인 사건’도 다룬다.

진화론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지구 어딘가에서 분자들의 화학반응을 통해 생명이 탄생했고, 미생물을 거쳐 긴 진화의 과정을 통해 고등 생명체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진화론을 과학적인 사실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증거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문학과 진화론은 반복적이고 재현 가능한 현상이나 법칙뿐 아니라 비가역적이고 재현 불가능한 우연적인 역사를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자연에서 일어난 현상은 우연이든 필연이든 모두 과학의 탐구 대상일 수밖에 없다.

호일이 빅뱅우주론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도 이런 철학적인 불편함 때문이었다. 호일은 역사적 우연이라는 개념을 상당히 싫어했다. 호일에게 빅뱅은 과학적 필연이 결여된 현상이기에 종교에서 말하는 창조를 연상시켰다.

무신론자였던 호일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호일은 같은 이유에서 생명이 무생물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났다는 개념에 반대하며 1982년 한 라디오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생명의 자발적 탄생은 마치 회오리바람이 쓰레기장을 지나가는 동안 쓰레기들이 저절로 움직여 보잉 747을 만드는 것과 같다.

생명의 기원에 관해서도 호일은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생명이란 영원 전부터 이미 우주에 존재해왔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테리아와 같은 생명이 이미 영원 전부터 우주에 편만하게 존재해왔고, 소행성 충돌 등을 통해 지구에도 전달되었다는 발상이었다. 이런 가설을 흔히 판스퍼미아panspermia라고 부른다. 호일처럼 생각하면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관해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이 설명되므로 마음 또한 편해질 수도 있다.

호킹은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우주 전체가 블랙홀과 같은 특이점에서 탄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호일의 정상우주론을 반박하고 빅뱅우주론의 손을 들어주는 이론적 성취였다.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설이라고 생각되는 이론에도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면서 시험대에 올려놓는 과정이 필요하다. 호일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한 사람이었다. 비록 실패한 경쟁 이론이라 하더라도 과학사적으로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 모두에게는 빅뱅과 별과 물질의 순환을 통해 이루어진 전 우주의 장엄한 역사가 새겨져 있다. 그러니 만약 하늘의 별에 관해 알기 원한다면 저 하늘을 보기 전에 먼저 거울 앞에 선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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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인 입장에서 빅뱅 가설은 둘(빅뱅과 정상우주론) 중에서 훨씬 더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냐하면 (빅뱅은) 과학적 방식으로 기술될 수 없는 비합리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 철학적 측면에서도 빅뱅 가설을 선호해야 할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다. 사실 철학적 관점에서 빅뱅은 명백히 불만족스러운 발상인데 왜냐하면 그 기본적 가정은 직접적인 관측과는 결코 마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빅뱅, 가설에서 정설로
빅뱅우주론은 관측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판타지라는 초창기의 편견을 이겨내고 검증 가능한 이론으로 발전했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빅뱅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빅뱅의 증거가 너무나 유력하기에 우리는 현재 빅뱅을 정설로 받아들인다. 우주배경복사, 수소와 헬륨의 비율, 밤하늘이 어둡다는 사실 이외에도 다른 독립적인 빅뱅의 증거는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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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메트르는 원소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핵분열을 고려했다. 허블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시간을 되돌릴 경우 우주는 수축한다. 우주의 모든 에너지 역시 작은 공간 안에 압축될 것이다.

태초에 있었던 거대한 원시 원자의 핵분열이 오늘날의 우주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르메트르의 이 원시 원자 가설의 문제점은 너무나 명확하다. 과연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가 하나의 거대한 원시 원자 안에 갇혀 있는 것이 가능할까?

어찌 됐든 나머지 98퍼센트의 성공 덕분에 가모프와 알퍼의 논문은 빅뱅우주론의 효시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그들의 논문에는 빅뱅이라는 말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원래 빅뱅은 가모프와 알퍼를 비판하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천문학자 프레드 호일Fred Hoyle이 BBC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 "저 미치광이들이 우주가 크게 빵!하고 터져서 나왔다고 하네요"라는 식으로 거칠게 사용한 말이었다.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전시키면서 에너지는 질량과 빛의 속도를 제곱한 것을 곱한 값과 같다는 에너지와 질량의 등가원리를 발견한다. 여기에서 m은 질량 c는 빛의 속도를 의미한다. 에너지와 질량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의미로, 핵폭탄, 핵발전, 태양의 수소 핵융합 역시 모두 이 원리에 따른 에너지 생성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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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케플러의 신은 공명정대하고 정의의 구현만을 외치는 분노의 신이 아니라 코스모스를 창조한 권능의 신이었다. 소년의 호기심은두려움보다 강하여 세상의 종말에 대해 배우고 싶어 했다. 감히 신의의중을 헤아려 보고자 했던 것이다. - P125

"기하학은 천지 창조 이전부터 있었다. 기하학은 신의 뜻과 함께영원히 공존한다.… 기하학은 천지 창조의 본보기였다.……… 기하학은 신 그 자체이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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