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윤이 우주인 후보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것은 작년 말이었다. 신체 개조 과정은 18개월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당초 계획은 다음 해 여름부터 시작되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이 신체검진을 받으라는 연락이 왔다. 본부에서 예정보다 일정을 앞당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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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마디를 전하고 싶어서 그녀를 만나러 왔다.

"엄마를 이해해요."

정적이 흘렀다. 은하의 눈가에 물기가 고였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지민의 손끝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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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좋은 엄마가 아니었다. 그래도 그렇게 원래 없었던 존재처럼 사라져서는 안 되는 거라고, 지민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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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을 끊어도 데이터는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삶은 단절된 이후에도 여전히 삶일까.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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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은 아니었다. 태아의 사진을 보고 심장 소리를 들으면 조금씩 설렘이나 기대감이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않았다. 어쩌면 지민 자신이 건강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줄 준비도 되지 않은 게 아닐까. 복잡한 생각이 이어졌다.

감동적인 재회를 기대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곳에 있다는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래서였을까. 지민은 더욱 허탈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아무리 그래도, 이게 소멸과 다른 게 대체 뭡니까? 접속할수 없다면 의미가 없잖아요.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다른 유족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냥 진행하는 게 말이 됩니까?"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는 흔히 애증이 얽힌 사이로 표현된다.
딸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삶을 재현하기를 거부하는 딸.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앓는 딸과 딸에 대한 애정을 그릇된 방향으로 표현하는 엄마. 여성으로 사는 삶을 공유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세대를 살아야하는 모녀 사이에는 다른 관계에는 없는 묘한 감정이 있다. 대개는 그렇다. 한때는, 지민도 엄마와 자신 사이에 그런 애착과복잡한 감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학자들은 시냅스 패턴 중에서도 특별히 생각과 기억, 외부에 대한 반응 같은 자아 구성의 흐름을 나타내는 것들을 통틀어 ‘사고 언어‘라고 불렀다. 사고 언어에 관한 연구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옷과 시계, 낡은 장신구들을 꺼내면서도 지민은 무언가 의미 있는 물건 하나는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박스 바닥이 보일 때까지도 그 안엔 엄마를 특정할 만한 물건이 없었다.

"있지, 유민아."

"응?"

"엄마가 하나도 없어."

유민은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어색하게 웃으며 유민이 말했다.

"인간의 영혼을 구성하는 물질은 무엇일까요? 마인드 도서관의 등장 이후로 사서들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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