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아버지 상

베넷 부인이 벨로 하인을 불러 엘리자베스 양을 모셔오라고 했다.
"어서 오너라, 얘야." 그녀가 나타나자 아버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중요한 일로 너를 불렀다. 콜린스 씨가 네게 청혼한 걸로 아는데 그게 사실이냐?" 엘리자베스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좋다. 그런데 그 청혼을 거절했단 말이지?"
"그랬어요. 아버지."
"좋다. 이제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할 차례다. 네 어머니께서는 네가 그 청혼을 수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계신다. 그렇지 않소, 여보"
"그럼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신 저 애를 보지 않겠어요."
"아주 불행한 선택이 네 앞에 놓여 있다, 엘리자베스,
오늘 이후로 너는 부모 중 한 사람과 남남이 되어야 한다.
네가 콜린스 씨하고 결혼을 하지 않으면 어머니가 너를 다시는 안 볼 것이고, 만일 네가 그 사람하고 결혼을 한다면내가 다시는 너를 보지 않겠다."
엘리자베스는 아버지가 시작과는 딴판으로 이야기를 끝내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남편이 문제를 자신과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고 믿고 있던 베넷부인은 엄청나게 실망을 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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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 지음, 박건웅 그림 / 실천문학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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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비가 오니 들에도 산에도 냇가에도 못가시고 하루종일 일없이 누워 주무시는 아빠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 이 시를 읽고 너무 재밌어서 엄청 웃었다.
콩 너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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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 지음, 박건웅 그림 / 실천문학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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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콩, 너는 죽었다
시집에 김용택 선생님께 받은 싸인
딸 이름으로 2013년6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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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네 집 창비시선 173
김용택 지음 / 창비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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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네 집.
어렸을적 시골 생각나게 하는 서정성이 담뿍 담긴 시.
내가 젤루다 좋아하는 시 중에 하나.

이 시를 쓰고 사모님께 엄청 구박 당하셨을 것 같다는...

그 여자네 집 - 김용택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속에
깜박깜박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여자 아버지와 그여자 큰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루 종일 노랗게 지붕을 이는 집
노란 초가집

어쩌다가 열린 대문 사이로 그 여자네집 마당이 보이고
그 여자가 마당을 왔다갔다하며
무슨 일이 있는지 무슨 말인가
잘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소리와
옷자락이 대문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면
그 마당에 들어가서 나도 그 일에 참견하고 싶었던 집

마당에 햇살이 노란 집
저녁 연기가 곧게 올라가는 집
뒤안에 감이 붉게 익는 집
참새떼가 지저귀는 집

보리타작, 콩타작 도리깨가 지붕 위로 보이는 집
눈 오는 집
아침 눈이 하얗게 처마끝을 지나
마당에 내리고
그 여자가 몸을 웅숭그리고
아직 쓸지 않은 마당을 지나

뒤안으로 김치를 내러 가다가 "하따,이 참말로 이쁘게도 온다이이" 하며
눈이 가득 내리는 하늘을 보다가
싱그러운 이마와 검은 속눈썹에 걸린 눈을 털며
김칫독을 열 때
하얀 눈송이들이 어두운 김칫독 안으로
하얗게 내리는 집
김칫독에 엎드린 그 여자의 등에
하얀 눈송이들이 하얗게 하얗게 내리는 집
내가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싶은 집
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늦은 밤
그 여자의 방에서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면

발자국을 숨기며 그 여자네 집 마당을 지나 그 여자의 방 앞
뜰방에 서서 그 여자의 눈 맞은 신을 보며
머리에, 어깨에 쌓인 눈을 털고
가만가만 내리는 눈송이들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가만 가만히 그 여자를 부르고 싶은 집




네 집

어느 날인가
그 어느 날인가 못밥을 머리에 이고가다가
나와 딱 마주쳤을 때
"어머나" 깜작 놀라며 뚝 멈추어 서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반가움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환하게, 들판에 고봉으로 담아놓은 쌀밥같이,
화아한하게 하얀 이를 다 드러내며 웃던 
그 여자 함박꽃 같던 
그 여자

그 여자가 꽃 같던 열아홉살까지 살던 집
우리 동네 바로 윗동네 가운데 고샅 첫집
내가 밖에서 집으로 갈 때
차에서 내리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집
그 집 앞을 다 지나도록 그여자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지는 그 여자네 집

지금은 아, 지금은 세상에 없는 집
내마음 속에 지어진 집
눈 감으면 살구꽃이 하얗게 날리는 집
눈 내리고, 아, 눈이, 살구나무 실가지 사이로
목화송이 같은 눈이 사흘이나
내리던 집
언제나 그 어느 때나 내 마음이 먼저
가 
있던 

여자네

생각하면, 생각하면 생. 각. 을. 하. 면......


김용택 시집 ‘그 여자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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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선생님시평? 시집 뒷표지. 동명소설 그 여자네 집 이 있다

나는 그 여자네 집이란 시를 읽고 또 읽었다. 처음에 희미했던 영상이 마치 약물에 담근 인화지처럼 점점 선명해졌다. 숨어 있던 수줍은 아름다움까지 낱낱이 드러나자 나는 마침내 그리움과 슬픔으로저린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느릿느릿 포도주 한 병을 비웠다.
- 박완서 소설가

인간의 길과 시인의 길은 둘이 아니다. 김용택은 참다운 시인의 자리에 이름으로써 역사 앞에부끄럼 없는 한 인간의 자리에 도달한 것이다. 그런 참다운 자리에서 쓴 시는 모든 사람에게감동을 준다. 우리는 그 감동의 여운 속에서 꽃피는 봄을 맞이하여 우리의 슬픔과 아픔이 저렇게꽃으로 피어나는 모습을 바라본다.
- 이승원 문학평론가 ·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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