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말이다. 생각할수록 답답하고 막막해. 그래도 군대에 있을 때가속 편했어. 밥 걱정 안 하고.」그들은 네댓 잔씩 마시고 나서 몸을 가누기 어렵게 취해 술집을 나섰다.
야 복남아, 내가 유식하게 한 말씀해 보랴? 있잖냐, 인생이란 좆이나탱고다 그런 말씀이야. 잘난 놈이나 못난 놈이나, 배운 놈이나 못 배운놈이나 한평생 살다 꺼져가기는 다 마찬가지다 그거야. 그러니까 너도너무 속 썩이고 고민하고 그러지 마. 되는 일 없이 괜히 골치만 아퍼. 알아들어?」「그래. 그래, 오늘 술 잘 마셨어. 담엔 내가 살 테니까 조심해서 가.」손을 흔들고 돌아선 나복남은 이경식의 말처럼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눈을 부릅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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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담 냉방 시설 제일 잘된 대한극장으로 가요. 영화도 좋아요. (스파르타」박영자는 금세 생기가 넘쳤다.
개봉관이라는 일류극장들은 새 영화 광고마다 냉방 시설 완비‘라고써넣어 여름손님 끌기에 바빴는데, 어느 극상에서는 그것도 모자라 ‘미국에서 직수입한 에어 콘디쇼너 설치‘라고 표시하기도 했다. 선풍기도없어서 부채에 의지하고 있는 대다수 서민들의 형편에서는 냉방 시설잘된 극장은 도심의 피서지가 아닐 수 없었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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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사는 퉁거운 막대기로 손바닥을 치며 만족스럽게 돌아섰다.
「야아, 이것도 사람 먹으라고 주냐. 이건 개밥이다. 개밥.」「에에 그러니까, 누가 깡패질 하랬어. 개 취급 당하는 건 당연하지.」「좆이나 씨팔, 우리 같은 것들 싹쓸이하기 전에 때려잡을 놈들이 따로있다구. 거 남대문 동대문시장에 허천나게 많은 군복이나 군화는 누가다 해먹은 거고, 타이야나 휘발유는 어떤 놈들이 다 빼먹은 거야. 그뿐이야, 청계천이고 을지로 철물상에 1개 사단 병력이 무장할 수 있는 장비가 있다는 소문인데, 그건 또 어떤 새끼들이 돌려치기 한 거냐구. 밥이 이따위로 개판인 것도 알짜는 다 빼먹어서 이 꼴 아니냔 말야. 니기미 씨팔, 크게 해먹는 놈들은 다 떵떵거리고 살고 우리 같은 하발이 인생들이나 잡아다 족치고, 좆이나 이 나라 잘되나 봐라.」「옳소, 국회로 보냅시다.」말이야 한번 앗싸리하게 시원하게) 한다만, 그 주둥이가 매타작깨나당하게 생겼다.
와아 웃음이 터졌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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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6학년 국어시간에 받아쓰기를 했는데, 열댓 명이 불려나가맞춤법이 틀린 수만큼 머리통에 알밤을 먹었다. 그런데 네댓 개의 알밤을 먹고 난 서동철이 갑자기 소리쳤다.
아이고메 대그빡 다 깨지네. 우리 외할메 편지 나가 다 받아써 주는디 군대 간 외삼춘이 잘만 알아묵는단 말이오..」아이들이 와그르 웃어댔고, 담임선생도 그만 웃고 말았다.
그때의 서동철의 말이 맞긴 했다. 못 알아먹을 말은 하나도 없었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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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두만은, 나삼득이 그 남자를 인사시키지 않아 묵묵히 담배만 빨고있었다. 혼자 몸이라면 배운 것 없이 지게질을 해서라도 다른 장사 밑천을 장만해 나갈 수는 있었다. 그러나 처자식이 딸리게 되면 그건 아득하게 가망없는 일이 었다. 목구멍이란 무서운 것이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목구멍들은 사생결단 기를 쓰며 번 돈을 아무 흔적 없이 먹어치우고는 해버렸다. 부질없는 생각인 줄 알면서도 그는 또 그 허망함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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