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히 2세의 죽음을 둘러싼 기묘한 미스터리

노이슈반슈타인성에서 루트비히 2세의 유령을 만난 열세 살 소녀 엘리자베타

유럽의 성은 왕가의 거주용 궁전이나 전쟁을 위한 요새인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성은 궁전도 요새도 아니다. 한 왕이 거액의 국가 예산을 쏟아부어 자신의 탐미적 꿈의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세운 꿈의 궁전이다. ‘광인 왕’, ‘건축 왕’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이에른 국왕 루트히비 2세(1845~1886)가 이 성을 지었다. 공식적인 사인은 자살이었으나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론이 지금도 난무하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노인슈반슈타인성에서 루트비히 2세의 모습을 보았다", "산기슭에 있는 호텔 부근에서 목격했다" 등 여러 가지 소문이 퍼졌다. 그 호텔은 성에서도, 루트비히 2세가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호엔슈방가우성에서도 가까웠다. 고인이 된 왕이 옛날을 그리워하며 유령이 되어 나타났다는 그럴듯한 소문이었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온통 베일에 싸인 바이에른 국왕 루트비히 2세

1806년에 수립된 바이에른 왕국은 연방 국가와 여러 공국이 패권을 다투던 13~19세기 독일에서 역사와 품격을 자랑하던 비텔스바흐 가문이 1918년까지 통치하던 나라다. 왕국의 수도는 현재 바이에른주의 최대 도시 뮌헨이다.

과거에는 호엔슈방가우성을 ‘슈반슈타인성’이라고 불렀다. 여기서 ‘노이슈반슈타인성(새로운 슈반슈타인성)’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다만 이 이름은 루트비히 2세 사후에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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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영국에서는 <글루미 선데이> 가사가 자살을 유발한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래서 BBC 라디오에서는 가사 없이 오직 악기 연주로만 전파를 탈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예방 조치를 했는데도 방송 직후 자살자가 나왔다. 그 후 BBC에서는 악기 연주를 포함해 곡 전체를 방송 금지 처분했다. 가사뿐 아니라 멜로디에도 자살을 유발하는 힘이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음악이 어떻게 인간의 마음에 작용하는지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노래는 멜로디, 템포, 음의 강약, 악기의 종류, 가사 내용 등의 요소가 어우러지며 기운을 북돋워주기도 하고 감상적인 기분에 젖어들게 하기도 한다.

불행을 몰고 오는 노래 〈글루미 선데이〉를 탄생시킨 장본인은 ‘암울한 시대’였다

<글루미 선데이>는 1930년대에 인기를 끌었다. 1929년에 시작된 세계 대공황에서 1939년에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까지 기간과 정확히 겹친다. 어쩌면 답답하고 불온한 세상이 사람들을 자살로 몰아넣었을 수도 있다.

헝가리는 9세기 말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주한 마자르족이 건국한 헝가리 왕국을 기원으로 한다. 16세기에는 남부를 오스만제국이, 북부를 오스트리아 대공국이 지배했고, 18세기에는 거의 오스트리아령으로 흡수되었다. 1867년에 가까스로 자치권을 인정받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되었으나, 이것이 오히려 화를 불러왔다.

<글루미 선데이>는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살던 작사가와 작곡가 두 사람이 안고 있던 사랑의 고통 속에서 탄생한 노래였다.

나치스의 강제수용소에서 죽을 위기에 빠진 셰레시 레죄를 기적적으로 구해준 〈글루미 선데이〉

셰레시의 어머니도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가로수길을 지나 우크라이나의 강제수용소로 보내져, 그곳에서 사망했다. 한편 셰레시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글루미 선데이>의 작곡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나치 군인이 강제수용소에서 그를 빼내준 덕분이었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자살 성가’가 역설적으로 그의 목숨을 구해준 셈이다.

"이 곡이 팔리면 팔릴수록 불행해진다"

"이렇게 탐미적인 공간에 있다 보면 분위기에 휩쓸려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하지. 실제로 헝가리가 자살률이 높다잖아."

룩셈부르크에 거점을 둔 유럽 통계기구 유로스타트(Eurostat)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헝가리의 자살률은 EU 국가 중에서 라트비아와 함께 3위를 기록했다. 인구 10만 명당 19명의 자살자가 나왔다. 참고로, 1위는 리투아니아(30명), 2위는 슬로베니아(21명)였다.

불에 태워도 타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려도 끝내 다시 돌아오는 기묘한 그림

"〈우는 소년〉은 정말 악마의 자식일 수도 있답니다"

실제로 존재했던 저주받은 인형 ‘애나벨’

〈컨저링〉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저주받은’ 인형 애나벨을 모티프로 만든 영화다?!

애나벨 인형은 2013년 개봉한 영화 <컨저링: 악마가 돌아왔다(Conjuring the Genie)>에 등장해 존재감을 널리 알렸다. 그 후 스핀오프 격으로 제작된 <애나벨>(2014)에서 주인공으로 승격하더니, 이후 <애나벨: 인형의 주인>(2017), <애나벨 집으로>(2019)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일곱 살에 죽은 애나벨 히긴스의 영혼이 씌어 제멋대로 움직이는 이상한 인형

"실제로 이야기에 나오는 악마는 존재합니다. 동시에 신도 존재합니다."

그녀는 생전에 이렇게 꾸준히 호소했다.

"애나벨 인형이 박물관에서 도망쳤다"

나중에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에드는 깍쟁이처럼 보이는 로레인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싶어서 그랬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로레인은 일기에 "오늘 결혼할 남자를 만났다"라고 적었다. 어린 시절부터 영감이 뛰어났던 그녀에게 에드와의 만남은 금세 사랑에 빠지는 소녀의 감성이라기보다 미래를 예지한 예감에 가까웠다.

일본과 유럽에서 각각 20년 이상 살아본 개인적 경험으로 보건대, 서구보다 일본은 신기나 신통력, 영감이 있는 사람에 관대한 편이다. 서구에서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초능력자’라는 인식보다 ‘기묘한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남들에게 없는 힘을 가졌다고 꺼림칙하게 여겨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다.

2020년 9월 14일, 오컬트 팬으로 보이는 인물이 트위터에서 "애나벨 인형이 박물관에서 도망쳤다"라는 글을 올려 실시간 트렌드로 소개되었다. 이 소문에 대해 토니는 "애나벨 인형은 박물관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라고 증언해 오컬트 팬과 세상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1,500건의 괴이한 현상을 낳은 엔필드 사건

영화 상영 중에 연이어 발생한 사망 사고는 실제였을까,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가짜뉴스였을까?

2016년, 영화 <컨저링 2(The Conjuring 2)>가 제작되었다. ‘컨저링(conjuring)’은 ‘마술’이라는 의미인데, 여기서는 ‘주문을 외워서 부른다’는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부를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영혼이다. 영화는 크게 성공해, 말레이시아 출신 화교 제임스 완 감독에게 ‘공포영화의 거장’이라는 칭호를 안겨주었다.

잠시 공포영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1960~1970년대에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악마의 씨(Rosemary’s Baby)>(1968),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The Exorcist)>(1973), 토브 후퍼 감독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The Texas Chain Saw Massacre)>(1974), 리처드 도너 감독의 <오멘(The Omen)>(1976)> 등의 걸작이 연이어 탄생했다.

이 영화들은 공포영화 팬을 넘어 일반 영화 관객까지 끌어들여 전 세계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예술성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받은 <악마의 씨>는 제41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루스 고든)을, <엑소시스트>는 제46회 아카데미 각색상(윌리엄 피터 블래티)과 음향상(로버트 크누두슨)을, <오멘>은 제49회 아카데미 작곡상(제리 골드스미스)을 받았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아카데미상을 놓쳤으나 런던 영화제 최우수상에 빛나는 영광을 안았다.

사건의 무대는 그린가 284번지 2층의 공영 주택이다. 건물은 두 가족이 한 동을 나누어 쓰는 구조로 되어 있다. 평면도를 보면 거실, 주방, 그리고 침실 세 개가 있다. 1920년대에 지어졌으니 반세기 가까이 지난 셈이다. 런던에는 이 정도로 오래된 주택이 드물지 않다.

이 집에는 호지슨 가족이 살고 있었다.

밸푸어 다음으로 회장 자리에 오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실용주의’ 사조를 제창한 철학자로 하버드 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그는 초상 현상에 관심을 드러내며 "믿고 싶은 사람에게는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재료를 제공하지만, 믿지 않는 사람까지 믿게 만들 증거는 없다. 본질적으로 초상 현상의 해명에는 이러한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윌리엄 제임스의 법칙’으로 알려져 있다.

‘알레르기 연구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샤를 리셰(Charles Richet, 생리의학상), 아르곤을 발견한 레일리 경(John William Strutt, 3rd Baron Rayleigh, 물리학상), 합리주의에 반기를 든 ‘생철학’을 주장한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 문학상) 등 쟁쟁한 인물들이 회장직을 맡았다.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모두 거머쥔 마리 퀴리(Marie Curie)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 『셜록 홈스』 시리즈를 쓴 아서 코넌 도일(Arthur Conan Doyle)도 SPR 회원이었다.

SPR은 심령 현상을 단순히 긍정한 단체가 아니었다. 그 현상의 본질이 무엇인지 엄격하게 검증하고 많은 영매 실험으로 속임수를 폭로해 오히려 영혼의 존재를 믿는 심령주의자에게 반발을 샀다. 19세기 말에 심령 열풍이 종말을 맞이하자 협회 활동도 미진해졌다. 영혼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하는 이념은 엔필드 사건 조사에 참여했던 그로스와 플레이페어도 확실하게 계승하고 있었다.

이 현상은 1917년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북쪽으로 약 120킬로미터 떨어진 인구 1만 명가량의 농촌 파티마에서 일어났다. 양을 치던 세 명의 어린이가 여섯 차례에 걸쳐 성모 마리아에게서 계시를 받았는데, 이것을 ‘파티마의 기적’이라고 부른다(그중 세 번째 발현인 ‘태양의 기적’이 유명하다).

성모 마리아의 세 번째 발현 ―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를 위해 러시아를 봉헌하라"

목격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공포의 도플갱어

도플갱어를 목격한 사람에게 죽음이 찾아온다?!

‘도플갱어(doppelgänger)’란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한 또 한 사람의 자신 혹은 타인이 그 사람을 목격하는 현상으로, ‘자기상환시(自己像紈視, autoskopie)’라고도 부른다. 독일어 ‘도펠(doppel, 이중·복제)’과 ‘겡어(gänger, 걷는 사람)’가 합해진 단어로, 영어권에서도 그대로 ‘도플갱어’라고 한다.

분신을 목격한 사례 ①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 "내가 침대에서 죽어 있다!"

분신을 목격한 사례 ②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 ― 자신의 분신에게 총을 쏘라고 명령하다

분신을 목격한 사례 ③ 미국의 링컨 대통령 ― 관 안에 누운 자신을 본 후 암살당하다

분신이 죽음을 예고한 사례 ① 시인 존 던 ― 세상을 떠난 아기가 아버지에게 죽음을 전하기 위해 찾아오다

영국의 시인 존 던(John Donne, 1572~1631)은 작가 외에도 성공회 사제, 의원,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한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그의 『명상록』에 수록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훗날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소설 제목으로 사용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분신이 죽음을 예고한 사례 ② 해군 제독 조지 트라이언 ― 전함 충돌 사고로 죽은 트라이언이 아내의 사교 파티장에 나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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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일요일
어둠만이 나와 함께하네.
내 마음과 나는 이제
모든 것을 끝내리라 마음먹었네.

30년간 유럽 33개국을 발품 팔아 취재하며 건져 올린 13편의 살아 있는 도시 기담

자살을 유발하는 무서운 노래 〈글루미 선데이〉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공포스러운 노래
〈글루미 선데이〉

가만히 듣고 있기만 해도 죽고 싶어진다……. 헝가리에서 157명, 전 세계적으로 수백 명이 자살 혹은 원인 불명의 죽음을 맞이했다고 알려지면서 ‘자살 노래’라는 오싹한 별명을 얻은 무서운 노래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

이 노래는 1933년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도하니 거리에 있는 쿨러치(Kulacs)라는 술집에서 탄생했다. 이 노래를 작곡한 사람은 이 가게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30대 중반의 남자 셰레시 레죄(Seress Rezsö)다. 헝가리에서는 한국 등의 동북아시아 국가처럼 성이 앞에 오고 이름이 뒤에 온다. 따라서 셰레시가 성이고 레죄가 이름이다. 그러나 서구권에서는 레죄 셰레시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불행한 사건이 연거푸 일어나자 같은 해 11월 7일 신문에는 <살인곡(Murderous Song)>이라는 심란한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그 이듬해인 1936년 2월, 요제프 켈러라는 이름의 제화공이 갑자기 사망했는데, 출동한 경찰관은 현장에서 기묘한 종이쪽지를 발견했다.

……우울한 일요일
어둠만이 나와 함께하네.
내 마음과 나는 이제 모든 것을 끝내리라 마음먹었네…….

쪽지에는 <글루미 선데이> 가사가 적혀 있었다. 경찰관은 연쇄 자살 사건에 혀를 끌끌 찼다. 비슷한 사건이 부다페스트 시내에서만 벌써 17건이나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그녀는 음독자살로 갑자기 생을 마감했다. 소름 끼치게도, 그녀가 남긴 유서에 <글루미…… 선데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제 장례식 때 〈글루미 선데이〉를 틀어주세요"

<글루미 선데이>와 수많은 자살의 인연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프랑스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심리학자에게 의뢰해 이 곡과 자살의 인과관계를 조사했으나 입증할 수 없었다. 결국 헝가리 당국은 이 곡의 라디오 송출을 금지했다.

그 무렵 세계 각국에서 <글루미 선데이> 리메이크 열풍이 불었다. 미국에서는 1936년 <글루미 선데이>라는 제목으로 재즈 색소폰 연주자인 할 켐프가 커버 곡을 발표했다. 그 후 루이 암스트롱, 빙 크로스비, 프랭크 시나트라, 폴 롭슨, 레이 찰스 등 거물 예술가가 이 곡을 노래했다.

미국 뉴욕에서는 한 여성이 "제 장례식 때 <글루미 선데이>를 틀어주세요"라는 유서를 남긴 채 가스를 틀어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독일 베를린에서는 젊은 여성이 목을 매달아 자살한 현장에 <글루미 선데이> 레코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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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긴 될 수 있으면 안 가고 싶은 곳이야. 뭐랄까… 마음이 불편해지는 장소거든.’

"새로 취임한 민원관리국장 말이야. 취임하자마자 관계자들을 몽땅 불러들였다는군."

"으레 그러잖아. 권한을 넘겨받으면 전임자가 했던 일을 싹 정리하고 싶은 법이지. 가장 의욕이 넘칠 때 아닌가? 아앗, 뜨거!"

"뚜껑에 글자가 있어. ‘오늘만 출근하면 3일 연휴라고 상상하면서 들이키세요.’라고 되어 있네."
모태일은 말이 끝나자마자 한 병을 통째로 들이켰다.

페니도 ‘월요병 치료제’의 뚜껑을 돌려 열었다. 페니가 가진 병뚜껑에는 ‘부장님이 오늘 출근을 안 한다고 상상하면서 들이키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이건 효과가 있더라도 그냥 플라세보 효과일 거야."
"역시 월요병에는 약이 없군."
모태일은 깨달음을 얻은 수도승처럼 근엄하게 말했다.

우리는 모든 생명의 잠든 시간을 소중하게 가꿔나갈 임무를 부여받은 바, 그들의 시간에 경외와 존경을 담아 일할 것을 경건하게 맹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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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한가운데 까만 잉크로 적어 놓은 ‘1999년 꿈 일기’라는 글씨는 달러구트 본인의 필체였다. 그는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무언가를 손수 적거나 만드는 걸 좋아했다.

반대로, 기계를 다루는 것이 달러구트에게는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프린터처럼 비교적 간단한 기계조차 자주 고장을 내기 일쑤라는 건 백화점의 모든 직원이 아는 사실이었다.

달러구트는 보려고 했던 다이어리를 그대로 펼쳐서 침대 옆 동그란 협탁 위에 올려두고, 길게 늘어진 전등 스위치의 끈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그리고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쿨쿨 잠들어버렸다.

꿈을 파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긴 하지만, 거긴 될 수 있으면 안 가고 싶은 곳이야. 뭐랄까… 마음이 불편해지는 장소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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