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네덜란드동인도회사와 영국동인도회사는 중국과 타이완, 일본 등지로도 활동 반경을 넓히고자 했다. 그러나 중국은 완강하게 서구 오랑캐들에게 문호를 닫아걸었다. 그들이 볼 때 네덜란드인은 해적이나 밀수업자에 불과했다. 1624년 네덜란드인은중국 대신 타이완에 젤란디아(Zeelandia)성을 건설했다.
(Paine L., 448) 원래 이 섬은 주민들이 사람사냥(headhunting)으로 악명을 떨쳐 중국 본토 사람들이 관심을두지 않았고, 16세기에는 해적 소굴로 변모했다. - P871

해적과 밀수

대항해시대는 곧 해적과 밀수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해역에서나 역사 초기부터 해적이 창궐하지 않은 때가 없지만, 1500~1750년의 시기는 해적들이 글로벌한 스케일로 발호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성격이완연히 달라졌다. 해적 현상은 또한 밀수와 직결되어 있다. - P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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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학이라곤 고작해야 뤼케르트Friedrich Rückert가 번안한 《시경》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리하르트 빌헬름Richard Wilhelm 등의 번역을 통해 조금씩 중국문학을 접하면서 차츰 무언가를 알게 되었고, 그 무엇이 어느덧 내 삶에 불가결한 것이 되어버렸으니, 바로 선과 지혜라는 도교의 이념이었다. - P55

한동안 공백기가 있기는 했지만 일본의 시도 나를 매료시켰는데, 무엇보다도 일본시가 추구한 극도의 단순미와 응축때문이었다. 일본시문학을 막 읽고 난 참이라면, 절대 독일현대시를 잡으면 안된다. 일본시에 비하면 우리의 시문학은 한심하리만치 과장되고 부풀려졌다는 느낌을 받게 될 테니 말이다. 17자로 이루어진 시>라는 놀라운 형식을 만들어낸 일본인들은, 예술이란 긴장을 늦춤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임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 P58

괴테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괴츠》를 썼을 때만 해도 한동안 렌즈 Jakob Michael Reinhold Lenz의 여러 작품들과혼동되었던 게 사실입니다. 말하자면 위대한 작가들도 초기습작들까지 대단히 훌륭하거나 확연히 독창적인 법은 없다는얘깁니다. 실러의 초기 시들을 봐도 그야말로 엄청나게 상투적이고 조잡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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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읽기는 누구나 배우지만, 얼마나 강력한 보물을 손에 넣었는지를 진정으로 깨닫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 P26

엄청난 일거리 때문에 지난 8일 동안 꼼짝을 못 했다. 이사를 앞두고 12년 만에 처음으로 서재를 싹 치우고 짐을 꾸려야했던 것이다. 하루에 네다섯 시간씩 꼬박 바친 중노동에 저녁마다 등허리가 쑤시고 머리가 휑해져, 단순노동 끝에 누릴 수있는 피로감을 톡톡히 맛보았다. 남들이라면 훨씬 간단하고수월하게 해치울 일이겠지만 나는 유난히 꼼꼼하게 아주 꼼꼼하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수천 권의 책들이야말로 나의 재산목록 1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젊은 시절 서점과 헌책방에서 일하며 책 다루는 법을 배웠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 P33

너권씩 마주쳐털다가 있었던 일이다. 8절판의 두껍고 무거운 책 두 권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살살 치면서 먼지가 날리는 모양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무념무상으로 기계적으로 작업하다가 언뜻 정신이 들면서 책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슈펭글러oswald Spengler의 서구의 몰락》DerUntergang des Abendlandes이었다. 순간 수많은 기억과 상념들이 밀려들었다. 맨 처음 든 생각은, ‘내가 여기 이러고 서서, 내 교양의 창고가 혹시나 먼지에 파묻힐세라 좀이 슬세라 걱정하며 이 책에서 조심조심 먼지를 털어내는 모습을 우리 아들들이나 다른 젊은이들이 봐야 하는데!‘였다. - P34

족히 한 주 내내 책정리에 매달렸다. 이런 장서는 사실 엄청난 짐이고, 그런 걸 평생 끌어안고 다닌다면 요즘 사람들은아마 비웃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야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나 이탈리아의 시인 아리오스토Ludovico Ariosto 같은 책은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할 테고, 10년 전에 <타잔>을 샀듯 지금도 그 비슷한 읽을거리를 사볼 것이다. - P40

그들이 독서물에 대해 갖고 있는 기준이란, ‘내용이 가벼우면서도 재미있을 것그리고 읽고 나서 간수해둘 필요가 전혀 없을 것!‘이다. - P40

반면우리의 원칙은, ‘가치가 없는 건 가급적장서로 들여놓지 말고 일단 검증된 것은 절대 내버리지 않기!‘다. - P40

이 구닥다리 책들에서 먼지를 터는 모습을 젊은 사람들이지켜보지 않아도 좋다! 상관없다. 그들도 언젠가 머리카락이성글어지고 치아가 흔들거릴 즈음이면, 자기와 평생을 함께하며 신의를 지킨 것들을 새삼 되돌아보게 될 날이 있으리니. - P41

"어떤 책을 가장 즐겨 읽으십니까?"
숱하게 받아본 질문이다. 세계문학을 두루 아끼는 사람으로서 답하기가 참으로 난감하다. 나는 이제까지 수천 권의 책을 읽었고 그중 어떤 것은 여러 번 되풀이하여 읽었지만, 관심과 열의를 가지고 읽는 문학의 범위와 소장도서 중에서 특정문학이나 사조 혹은 작가들을 골라내는 데는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 P52

예컨대 그리스 문학 중에서는 비극작가들보다는 호메로스가 좋고, 투키디데스보다는 헤로도토스에 더 마음이 간다. - P53

이제까지 살면서 세계문학 중에서 내가 제일 많이 들여다봤고 그래서 아마도 제일 잘 안다고 할 만한 영역이라면, 오늘날에는 너무나 아득히 밀려나다 못해 아예 전설처럼 되어버린 독일의 한 시절, 즉 1750년부터 1850년까지의 백 년, 그러니까 괴테가 중심이자 정점을 이룬 바로 그 시대의 독일문학이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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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원칙은 언제 어디서나 똑같이 적용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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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냐는 아메리카에서 영토 정복의 경향이 뚜렷했고, 포르투갈은 아시아에서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해상 무역로를 건설하였으나, 그 방식은 아시아의 기존 상업네트워크의 일부를 빼앗은 다음 군사력을이용하여 강제 교역을 수행하거나 통행료를징수하는, 소위 재분배(redistrbution) 방식이었다. 이것은 곧 ‘근대적인‘ 자본의 운동 법칙보다는 정치·군사적 힘을 통한 ‘약탈·수취‘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낯선 세계를 뚫고 들어갈 때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필수불가결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경제적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사용했다. 그것은 곧 국가 권력과 자본이 적절하게 결합했음을 의미한다.

17세기초에 영국동인도회사(East IndiaCompany,
약칭 EIC)와 네덜란드동인도회사(Vereenigde Oostindische Compagnic, 약칭 VOC)가설립되었다. 창립 시기는 영국동인도회사가 약간앞서나 초기에는 모든 면에서 네덜란드동인도회사가 훨씬 크고 강력했다.

우선 네덜란드동인도회사를 살펴보자. 네덜란드동인도회사는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이자 200년 동안 세계 최대 기업이었다. 아시아 내에 20여 곳의 상관을 설치하고 이들을 연결하는해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사업을 했다.

오늘날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 10대 중 한두 대꼴로 추락한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인도에서 리스본항구로 돌아온 선박은 "선체에 따개비가잔뜩 붙어 있고 배 옆면에는 바다풀들이 수염처럼 길게자라 있었다. 어떤 배들은 좀조개가 너무 쏠아 나무가 스펀지처럼 되어서 배의 형체가 유지되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선원들은 항해 중에 많이 죽었고 살아남은 선원들 중에도 질병과 먹거리 부족으로 아주 힘든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Masselman,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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