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모든 걸 알고 가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더니 야윈 뺨 위로 슬쩍 미소를 띠었다.

"저택에 가서 직접 두 눈으로 보시는 게 제일이죠. 안 그렇습니까?"

이쓰시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었지만, 그만큼 아버지는 아들을 남들보다 더 예뻐했고,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환경을 마련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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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뉘에넌에 와서 처음 그린 채색화 습작들과 요즈음의 그림을 비교해보면너도 깨달을 거야. 색채가 훨씬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 P185

작은 등불 아래서 접시에 담긴 감자를 손으로 먹는 이 사람들을 그리며 나는 그들이 마치 땅을 파는 사람들처럼 보이도록,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려고 애썼단다. 이 사람들이 먹고 있는 건 자신들이 노동을 통해 정직하게 번 것임을 말하고싶었지. - P186

지금까지는 이처럼 ‘흙으로 그려진 듯한 강력한 두상을 그린 적이 없었지. 하지만 이런 두상을 분명 더 그럴 수 있을 거야. 일이 잘 풀리면(수입이 나아져서 더 많이 여행할 수 있으면 언젠가는 광부들의 두상을 그리고 싶어. - P195

아무튼 내 일에 완전히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계속 작업을 하고 있단다. 지금보다 더 빨리 일할 수 있기 위해서야. 예를 들면 한 달 동안 서른점가량의 습작을 그럴 수도 있을 거야. - P195

"천사를 그린다고요! 누가 천사를 보았죠?" 쿠르베의 이 말을 듣고 웃을지 모르지. 하지만 덧붙여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하렘의 재판관들>을 예로 들면, 대체 누가 하렘의 재판관들을 보았지? 또 <투우>라는 그림도 있지만, 누가 투우를 보았지? - P197

내가 하는 말이 부당하게 여겨질지도 몰라. 하지만 아틀리에에서 그려지는 이런 이국적인 그림들에는 이제 짜증이 나는구나. 몸을 털고 밖으로 나가 현장에서 그리라고 말하고 싶어! 그러면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날 거야. 예컨대 네가 받게 될 네 점의 그림에서는 적어도 백 마리 이상의 모기를 없애야 했단다. - P197

네가 받는 느낌은 어떤지 모르겠다만, 내 경우엔 작업을 하면 할수록 농부들의 삶에 점점 더 빠져든단다. - P199

하지만 내가 그리고 싶은 건 성당보다 사람들의 눈이야. 이들 눈 속에는 성당에 없는 무언가가, 엄숙하고도 위엄이있는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지. 불쌍한 거지의 영혼이든 매춘부의 영혼이든, 인간의 영혼이 내가 보기엔 더 흥미로운 대상이야. - P210

이곳엔 분명 무언가 할 일이 있을 거야. 이 도시엔 예쁜 여자들도 많은 것 같으니, 여자들의 초상화나 두상, 인물화를 그려 돈을 벌 수 있을 테지. - P210

[1885년 12월 28일]
코발트는 신성한 색이야. 사물들 주위로 보이는 하늘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단다. 양홍색은 적포도주색을 말하는데, 실제로 포도주처럼 따뜻하고 생기가 가득하지에메랄드 그린도 마찬가지야. 이런 색들을 사용하지 않는 걸 검약의 미덕으로 볼 순 없지. 카드뮴 옐로도 그렇단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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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근본적인 문제인데요, 주인인 가게야마 이쓰시 씨는 왜 이런 모임을 여시는 거죠?"

"간단히 말해서 그분은 즉 ‘또 하나의 자신’을 찾고 있습니다."

그 가면 수집에 대해 도이치 본인은 거침없이 ‘술김에 모은 것’이라고 했다.

"그거야말로 취기의 극치였소이다."

"그래요. 그 유래를 알면 알수록 이건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뭐랄까, 그 가면에는 ‘마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걸 쓰면 미래가 보인다지요. 그래서 미래의 가면이라는 이름이 붙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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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땅과 하늘이 있다는 것을 알 뿐.  - P151

결국 우리는 이해하게 되지. 먼지 알갱이 하나가 다른 먼지들을 바라보는 식으로 존재하는(무한을 곁에 두고)이곳에서 이 먼지 알갱이 하나하나는 실제로 밀레의 그림 속 인물들임을. - P151

황혼 무렵 양떼의 귀가는 어제 내가 들은 교향곡의 피날레 같았지. - P151

1884년 초반 고흐의 어머니는 다리를 다치는데, 이 기간 동안 고흐는 어머니를 돌보며 부모와 어느 정도 화해한다. 그리고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세탁실에 아틀리에를 만들면서 그 지방의 직조공들을 소재로 여러 점의 습작을 그리기 시작한다. 또한 농촌지역인 뒤에넌이 지니는 예술적 가능성에 매료당한 그는 많은 풍경화와 농부들의전원생활을 담은 그림을 그린다. - P153

이 당시 고흐는 동생 테오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에 불안감을 느껴 두 사람의 관계에 긴장이 감돌게 되지만,
그래도 예술에 대한 둘의 대화는 변함없이 이어진다. 이 시기에 밝은 색조 사용과 혁명적인 기법으로 파리에서인기를 누리던 ‘인상파 화가‘ 그룹에 대해 고흐가 처음으로 알게 된 것도 테오를 통해서인 듯싶다. - P153

안트베르펜에서 그는 새로 문을 연 레이크스 미술관에 전시된 옛 대가들의 작품을 연구하며, 1886년에는 안트베르펀 아카데미에 등록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의 거친 표현방식과 독학의 습성은 전통을 고수하는 엄격한커리큘럼과 양립할 수 없었기에 그는 갑자기 이 과정을 그만두고 1886년 3월에 예고도 없이 파리에 나타난다. - P153

반 고흐가 쉴새없이 썼던 편지가 이 시기부터 1888년 초까지는 뜸해진다. 편지를 주고받던 상대인 테오와 함께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그 시절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변화로 미루어, 그가 인상파 핵심 그룹의 화가들과 친분을 맺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에밀 베르나르, 조르주 쇠라 같은 화가들인데, 특히 쇠라의 점묘법은 반 고흐의 성숙한 화법의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 - P153

난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소재를 그대로 화폭에 옮겼어. 초라한 흙바닥 방 안에서 베틀 앞에 앉아 일하는 직조공과창문, 그리고 어린이용 의자 등이지. - P160

내가 그린 데생들을 두고 네가 한 말이 있지. 그것들이 아주 훌륭해서 밀레나 도미에의 작품과 나란히 둘 수 있다면 너 역시 기꺼이 떠맡겠노라고, - P165

4월에 네게 보낼 작정이었던 데생들을 이달 들어 이미 그려두었단다. 겨울 정원, 가지 친 자작자무,  포플러나무 길, 쇠새를 그린 데생이야. - P165

색채의 법칙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놀랍단다. 우발성이 완전히 배제되기 때문이야. - P171

이론과 교육은 본질적으로 항상 무용하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거지. - P171

다른 계절에서 느껴지는 풍요롭고도 단순하며 보기에도 좋은 효과를 여름에서는 찾기 어려워. 봄은 부드러운 녹색의 어린 밀과 연분홍빛 사과 꽃을, 가을은 노란 나뭇잎들과 보랏빛의 대비를 연상시키지. 겨울은 검은 형체들이 있는 눈을 의미해. - P173

여름이 황금빛 구릿빛 밀 안에 든 오렌지색 요소와 다양한 푸른색의 대조라고 치자. 각 계절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는 그림을 그리려면 마찬가지로 각각의 경우에 보색의 대조(빨강과 초록, 파랑과 오렌지색, 노랑과 보라, 흰색과검정)를 이용할 수 있을 거야. - P173

[1885년 4월 5일]
요 근래 일어난 일 (아버지의 죽음)로 인해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부터 한 주 내나그림에만 몰두했지. - P179

인상파 화가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자세한 것은 몰라. 하지만 누가 이 유파의 주동자인지, 농촌 생활과 풍경을 그리는 화가들이 누구를 중심으로 모여드는지는알고 있단다. 다름 아닌 들라크루아, 밀레, 코로 같은 화가들이야 좀 서툰 표현일지 모르지만, 내가 받은 인상은 이래, 말하자면 데생이나 색채 사용에서 규칙이나 원칙, 혹은 근원적인 진실들이 어떤 개인들보다는 존재한다는 느낌이지. 무언가 진짜를 찾아냈을 때 기대게 되는 그런 진실들 말이다. - P181

"복합적인 색조란 무엇인가? 중성적인 색조란 무엇인가?"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팔레트를 가지고 직접 보여주는 편이 나을 거야. - P183

무엇보다 그림 안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단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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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면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세이지의 저택’ 안의 이 별관은 과연 무엇을 위해, 어떤 동기로 세웠을까?

"에도가와 란포 말인가요? ‘소년 탐정단’ 시리즈 중에 아마 그런 책이 한 권 있죠?"

"『기면성의 비밀』. 기면성은 괴인 40면상의 아지트였다죠?"

‘기면관’이라는 이름에 잘 어울린다고 해도 될 만큼 기묘하고 으스스한 장식이었다.

‘의학박사 후리야기 산테쓰’로 말하자면 그 유명한 『흑사관 살인사건』의 등장인물이 아닌가? 60년도 더 전에 오구리 무시타로가 창조한 가공인물의 ‘환생’을 자칭하는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들은 머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선생과 마찬가지로 첫 참가자입니다. 이것도 오니마루 씨에게 들은 정보인데 경찰이라나 뭐라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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