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비가 몹시 오는 날, 맹사성이 비각 속에 비를 피하려고 갔는데,
웬 젊은 선비가 거기에 자리를 떡 차지하고 있는 거다. 젊은이는 비를 맞아 후줄근한 노인이 들어오니까, 무시하면서 자리를 좀 비켜준다. 딱히 할 일도 없어 멍하게 비 그치기만을 기다리는데, 그 젊은이가 맹사성을 보고 시 짓기를 제안한다. 시 짓기라는 것은 원래 한자로 하는 건데 맹사성을 보고 시골 노인이 뭘 알겠느냐 싶어 공당‘으로 하자고 그런 거다. 한자를 모르는 서민들이 마치 선비들이 운을 달아서 시를 짓듯이 말끝에다가 공당공당‘을 붙여 자기네들도 시 짓는 운을 따르는 것이한때 유행이었다. 이것은 《연려실기술》에 나오는 이야기다. 젊은이와 맹사성이 주고받은 ‘공당‘ 시다.
*公堂 <燃藜室記述> - P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