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철학 한 줄 - 고된 하루 끝, 오직 나만을 생각하는 시간
이화수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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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스토아 철학 관련 책을 읽고 난 뒤 철학 서적에 관심이 많아져 빌려 읽기도 하고 찾아 읽기도 하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였다. 가볍게 침대맡에서 읽기에는 좋은 책이지만, 철학에 대해 깊이 공부할 만한 책은 아니라는 것을 먼저 참고하길 바란다. 눈이 가물가물하니 감기려고 할 즈음 헤드에 놓인 무드등에 의지해 한 토막씩 읽으면 평온하게 잠이 들 것 같은 그런 책. 78개의 글귀가 실려 있으니 적어도 두 달 반은 꿀잠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글귀가 하나 실려 있고, 이에 대한 저자의 짤막한 글이 실려 한 챕터를 구성한다.

내가 혼자 걸어서 여행하던 때만큼

그렇게 많이 생각하고,

충만한 존재감을 느끼고,

완벽하게 나 자신인 적은 없었다.

장 자크 루소

가장 좋았던 건 위 글귀였는데, 우습게도 저 글귀를 읽는 순간 왠지 이름에서 느껴지던 완고함이 친근함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다. 외우느라 애를 먹었던 사회계약론 학자가 저런 말을 하다니. 철학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나 자신과 친해져야 한다는 것'인데, 앞서 읽었던 스토아 철학도 그렇고 내게는 몹시 와 닿는 충고였다. 또한 프리드리히 니체의 '진심으로 자유로워지려는 자는 그가 인식하기에 가장 알맞은 상태를 지속하려 하고, 그 밖의 일에는 아무것도 열렬히 바라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새삼 내가 자유를 위해 무엇을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찰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얼마 전까지는 내가 가장 원하는 자유인 평온과 홀로서기를 위해 잘 노력하고 있었는데 요즘 많이 흔들린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물론 인간이 한순간에 변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너무 마음을 놓고 있었던 탓인지 크게 휘청대는 것 같기도? 매번 마음 깊은 곳에는 지금 힘들다고 스스로 징징대지만 결국 금방 털고 일어날 것이라는 깊은 믿음이 있었던 탓이다. 이번에는 왠지... 음.

왜 고대 국가에서는 철학이 흥했고 인문학이 흥했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가 이제는 깊이 받아들이는 중이다. 인간 중에서 일부는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혹은 그 방법을 찾기 위해서 되려 스스로의 머릿속과 마음 속으로 파고든 것이다. 필연적으로 주어지는 유한성 앞에서 인간은 더 강렬하게 발버둥을 치고, 그 결과 퍽 훌륭한 말들을 남기고 떠나는 게 분명하다. 우습게도 나 또한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애써 쌓아둔 것들이 무너질 때면 책을 꺼내든다. 아무 힘도 없을 것 같지만 효과가 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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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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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를 워낙 재미있게 읽어서 신작이 나왔다기에 고민 없이 선택했다. 그리고.. 세 권 만에 작가가 남자인 걸 알았다. 허허. 원래 취향이 잡식성이라서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골라 읽는 편은 아니라 우연찮게 고른 작품들이 한 작가의 작품을 때 그 작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내가 바보가 아니라는 핑계를 주절주절 써 봤다.

아무래도 장르 소설은 사실, 서평을 쓰기가 몹시 무척 애매하다. 재빠르게 술술 읽어나가는 것이 큰 장점인 장르이기 때문에 딱히 눈에 걸리는 문장이 없는 경우도 많고, 내 경험을 쓸 일도 없어서... (있으면 큰일 남)





난 형이 겉보기와 다른 사람이라는 의심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형을 비난하는 건 아니다. 우리와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나면 누구든 형처럼 될 수 있다.

우리는, 형과 나는 빚을 졌다.

p 218

피터 스완슨의 글은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그가 여자라고 생각한 이유는, 우리가 여자로 살다 종종 느낄 법한 미묘한 감정을 잘 캐치해냈기 때문이다. 기존에 남성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부분이라 신선했다. 그리고 마지막쯤 반전을 두는 것이 정석인 장르이므로 초반부터 살인범이 누구인지, 진범이 누구인지, 주인공과 누군가가 살인을 모의하든지(<죽여 마땅한 사람들>) 나중에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 처음부터 헨리에타에게 주요 증거물을 들켜버린 매슈의 이야기가 나온다. 동생 리처드와 매슈는 어릴 때부터 난폭한 아버지의 밑에서 자라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매슈는 아버지가 폭력을 휘둘러 어머니의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피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나 자신의 아버지 같은 남성을 살인하는 것으로 사이코패스로서의 욕구를 푼다. 리처드는 자신의 아버지와 같다는 말을 부정하지만 매슈에게 늘 여성을 타겟으로 한 범죄에 대한 욕망을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극에 치달을 수록 두 사람의 차이는 더더욱 두드러지고, 더스틴의 살인 사건으로 인해 매슈에게 강렬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헨리에타에게도 역풍이 휘몰아친다.

과연 결말은?

이상 스토리 설명이었다. 솔직히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장르 특성상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가는 엄청난 스포일러 범벅이 되므로... 참도록 하겠다... 서평을 찾아보면 호불호가 약간 갈리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피터 스완슨의 스타일을 좋아해서 자기 전에 몇 장 읽어야지 해놓고 밤새 읽었다. (진짜임) 두께가 두껍기는 한데 술술 읽힐 정도로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 각자 다 다른 성격의 인물들인데도 작가는 매번 본인이 그 사람이 된 듯 치밀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마침 날이 부쩍 더워졌기 때문에 스릴러, 추리 장르를 읽을 때가 됐다. 모두에게 추천.

전작들도 추천!!!!

특히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책끝을 접다'에서 홍보한 적이 있는 책이라 그 콘텐츠를 찾아보는 것도 추천. 아마 나처럼 찾아 읽게 될 듯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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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보다 재미있는 민화 이야기
정병모.전희정 지음, 조에스더 그림 / 스푼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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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실 권장 연령대가 초등학생 정도인 것 같은데...

그걸 모르고 읽게 돼서 ㅋㅋㅋ 처음에 조금 당황했다.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존댓말을 사용하는 공손한 책을 읽었다.

친절한 말투로 민화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내용이었는데, 제목처럼 만화보다 더 재밌다고 봐도 무방했다.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간 지 엄청 오래됐지만) 아직 민화 전시회?는 가보지 못한 것 같다. 의무 교육을 받은 시절에 들은 지식이 전부다. 그나마도 기억나는 건 맹하게 나오는 호랑이 정도. 그 때도 호랑이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해학의 민족이다, 라고 했던 것만 기억이 난다. 어린이 대상으로 나온 책이라 그런지 글씨가 커서 자기 전에 침대에서 스탠드 하나 켜 놓고 읽었는데도 읽기에 수월했고 내용도 생각보다 알찼다.



민화도 실려 있고, 위와 같은 일러스트도 있었는데 무척 귀여워서 아이들이 읽으면서도 흥미로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민화는 당시 궁에 소속되어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던 화가들이 아니라 서민들을 대상으로 더 값싼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들의 손에 탄생한 예술이다. 그래서 민화는 형식 파괴적인, 되려 추상화적인 그림이 많고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경우에는 서민들의 입장에서 통렬하게 지배 계층을 비판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 실용적인 목적으로 그리기도 했다. 화법을 보면 색감이 강렬하면서도 투명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값비싼 물감 값을 아끼기 위해서 포인트 컬러를 칠하고 선과 여백으로 나머지를 그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궁에서 그린 그림은 온갖 색으로 꽉꽉 차 있는 것과 대비된다. 어떤 면에서는 서민들이 지배 계층에게만 속한 것 같은 문화를 선망하는 느낌을 주는데, 후대의 시선에서 보기에는 민화의 자유분방함과 다양한 쓰임새가 더 큰 가치를 느끼게 할 수도 있겠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맑고 잔잔한 물에 씻겨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깨끗해요. 덩굴을 뻗지 않고 가지도 치지 않으며, 줄기가 곧아요. 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욱 맑아져 얕잡아 보고 함부로 할 수 없는 꽃이라 했어요.

p 66-67

연꽃의 성질을 설명하는 단락에서 문득 이장근 시인의 <왜 몰라>라는 시가 떠올랐다.

연꽃을 피울 만큼 내가 더럽지 않다는 걸 왜 몰라

고인이 된 설리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와 모두에게 큰 죄책감과 울림을 준 시이기도 한데,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기도 하며 '군자의 꽃'이라고 불렸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설명이기도 했다. 요즘 들어 자주 하는 생각인데, 인간은 결국 끝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순간을 포착하고 잡아두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것 같다. 그래서 원시 시대부터 동굴에 벽화를 새겼고 점점 진화해서 현실에 가장 가까운 기록 수단을 발명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앞서 설명한 연꽃처럼. 그리고 그런 상징물을 보며 위로를 받거나 감정이 북받치기도 한다.

민화도 결국 문화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언뜻 조선 시대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가 있었는데, 조금은 부럽다는 생각도 했다. 지배층을 통렬히 비판하고, (일부) 지배층은 그것을 묵인하는 나름대로 자유로운 분위기? 하지만 철저한 신분제도 사회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차피 반전될 수 없는 신분 차이기 때문에 적당히 넘어가 주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우리 나라 사람들이 왜 불꽃같은 성정을 지녔는지는 조금 알 것도 같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 아니, 하루 농사지어 하루 먹기도 바쁜 와중에도 문화 생활을 향유하고 서로에게 행운과 행복을 빌며 선물하는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주관적인 해석이기는 한데, 인문학적 감성이 있는 사람 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없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해서 나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유쾌하게 현 사회의 불합리를 비꼬는 그림이라던지 돈 많은 양반들이 향유하는 그림과 병풍을 모방하여 중요한 날에 사용했다는 것이 '이게 뭐라고 너네만 하냐?'는 여유로운 비꼬기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역시 해학의 민족, 웃음으로 눈물 닦는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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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아적으로 살아갑니다 - 지금 여기서 행복한 고대인들의 생활철학
조지 브래들리 지음, 김은경 옮김 / 프롬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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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강한 사람이 어떻게 넘어졌는지, 누군가에 대해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칭찬과 공은 실제 경기장에 서 있는 사람의 것입니다. 얼굴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땀과 피로 얼룩져 있는 사람, 용감하게 싸우는 사람, 실수와 단점이 없는 노력은 있을 수 없기에 실수도 하고 거듭 한계에 부딪히는 사람, 실제로 무엇인가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위대한 열정과 헌신을 알고 가치 있는 대의명분에 온몸을 던지는 사람이 칭찬을 받아야 합니다. 일이 잘 될 경우 위대한 성취를 맛볼 것이며,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대담하게 맞서며 용기 있는 실패를 하는 겁니다.
p 69


사실 자기계발 서적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는데 부제인 '지금 여기서 행복한 고대인들의 생활철학'이라는 문구를 보고 호기심에 접하게 된 책이다. 최근에 책을 별로 읽지 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읽은 책들 가운데 가장 위로를 주는 책이었다. 시나 소설에서 주로 위로를 얻곤 했는데, 자기 계발 서적에서 하는 말이 오롯이 와 닿은 경우는 처음이다. 아마도 작가 스스로의 어조가 강하지 않고 스토아 철학자들의 좋은 말들을 소개하며 스토아 철학을 설명하는 책이기 때문인 것 같다.

벌써 취준생이 된지 1년께에 접어드는데, 반 정도는 프리랜서가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계속해서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시국이 흉흉한 것은 물론 경제가 어려워져서 일자리 자체가 부족해 쉽지 않다. 누군가의 거절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나의 경우에는 확실히 아니다. 겨우 면접까지 가더라도 무례하고 생각 없는 질문을 받아 좌절하기도 하고 내가 마냥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니냐고 함부로 말하는 주변 사람 때문에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가족들도 그랬으니, 뭐. 그래선지 위 문단이 몹시 마음에 와 닿았다. 요즘 심신이 지쳐 나를 제외한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상 관심을 끊고 살았는데 (SNS 계정도 지워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들은 나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내심 스트레스를 받던 차였다. 사람들의 곁에서 멀어진 김에 그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고 싶다. 주변에 두고 싶은 사람만 두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삶.




'나는 실패해도 낙담하지 않는다'는 문항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건 말이 안 돼요. 실패했는데 낙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나는 낙담이 되던데요. '나는 실패해도 오랫동안 낙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 123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내 멘탈이 꽤 튼튼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 와서는 매사에 덤덤해진 편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평정심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래선지 스토아 철학이 더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스토아 철학은 '평정심'을 추구하는 삶의 자세를 견지하는 학문으로, 몇 가지 단계의 마음 수련을 통해 그것을 이루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각자의 두려움과 문제의 원인들을 솔직하게 마주보아야 하며,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고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로는 긴 고민 없이 실행하는 것이 있겠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부정적 결과를 떠올리고 고려해야 한다. 이로 인해 스토아 철학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학문인가? 라는 의문을 부를 수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여러 방면의 시각에서 다양한 결과를 미리 도출해보는 것이야말로 문제에 대한 창의적 접근을 가능케 하며, 미리 집어먹는 두려움을 물렁해지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문장들을 필사했고 밑줄 그었는데 그와 동시에 어느 정도 평온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읽는 시간이 오래 들었고 다시 한 번 더 읽어볼 용의도 있다) 가끔 파도처럼 들끓는 혼란을 전보다는 가뿐히 토닥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미리 걱정하는 습관은 다각도의 상황들을 예측하는 습관으로, 무기력하게 늘어지는 상황은 내가 통제 가능한 문제에 뛰어들기 전 움츠리는 시간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또한, 막연한 두려움은 가만해 내버려 두고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기로 한다. 두려움이 지나간 자리에는 결국 '나'만 남아 있을거라는 말을 믿는 것으로. 내가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내 성격의 허점을 탓하기보다는 그것을 보충할 수 있는 특질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메꾸어 더 풍요로운 사람이 되기로 한다. 벌써부터 숨이 찬다. 앞으로의 내가 기대되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에 기쁘다.

또한 나는 문득, 내가 꼭 취업을 해야 할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 물론 나는 어느 기업에 가든 어느 분야에서 일하든 잘 할 자신이 있고, 분명 잘 할 테지만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에 콕 찝어 어우러들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취업이 아닌 다른 방향의 진로를 설계해보기로 했고, 차차 준비해 볼 생각이다. 뭐, 잘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또 두려움이 몰려드니까, 그런 걸로.

전에는 대단히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요즘은 스스로의 마음을 잘 정돈하고 나를 뒤흔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여유있게 비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평정심이란 그런 것인가보다. 아직 수양 단계이기 때문에 사소한(?) 말에 곧장 되받아치지 못하고 하루 종일 후회를 곱씹긴 하지만, 차차 나아지리라 믿는다. 평온을 목표로, 거짓 평정심을 의심하며 두려움을 솔직히 마주보고 옳은 일에 전념하는 내가 되기를 빈다. 또한 한참 오랜 시간이 흘러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깊은 깨달음과 위로를 건넨 스토아 철학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내고 싶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자기계발 #자기계발도서추천

#스토아철학 #인문학

#스토아적으로살아갑니다 #프롬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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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안전가옥 쇼-트 2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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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때 든 생각은 '제목이 특이하다'였고 받아든 뒤 든 생각은 '핸디북인가?'였다.

전에 서점에서 표지를 보고 특이해서 감탄한 기억이 있는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을 쓴 작가님이라고 해서 이 책이 마음에 들면 그 책도 한 번 읽어봐야지 했고, 아무래도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겁이 많고 쓸데없이 상상력이 구체적이라서 무서운 영화는 물론이고 책도 읽지 못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검은 고양이> 같은 고전 스릴러 소설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추리 소설도 무척 좋아해서 엄마 눈을 피해 많이 읽었는데 내 인생을 통틀어 첫 번째 이상형도 셜록 홈즈였다. 첫 번째 장래 희망도 탐정이었는데, 셜록보다는 미스 마플 같은 탐정이 되고 싶었다. (이상형이긴 했지만 셜록은 너무 또라이다) 탐정이 될 수 없다면 추리 소설 작가가 되는 대신 애거서 크리스티나 앨러리 퀸 같은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 생각보다 꽤 오래 전이었다는 말이다.

그래도 다행히 어느 순간부터 겁이 많이 사라져서 좋아해 마지않는 오컬트나 스릴러 장르의 책에 도전할 수가 있었다. 최근에는 전건우 작가님의 단편집을 읽었는데, 조예은 작가님의 <칵테일, 러브, 좀비>와 비슷한 결이었달까. 현실에 있을 법한(?) 섬뜩한 소재를 판타지처럼 불어내는 전자와 비교하면 조예은 작가님의 단편은 훨씬 섬세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솔직히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수록된 네 작품 모두 좋았으니까) '습지의 사랑'의 경우 여울과 이영의 마음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가슴이 먹먹했다.



첫 번째 단편인 '가시'와 두 번째 단편인 '습지의 사랑'의 첫 문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단편을 아우르는, 흥미를 불러모으는 효과적인 첫문장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동경하는 능력이다.

"결국 벌어질 일은 벌어지지. 깔깔깔."

p 157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가장 좋았던 작품은 마지막에 수록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였다.

숫자로 매겨진 단락들을 읽다 보면 도대체 뭔 소린가 싶은데 결국은 모든 사건과 시간들과 인물들이 맞물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소름이 쫙 끼친다. '설마' 하며 구석에 미뤄 두었던 잔인한 상상들이 맞아 들어가는 순간, 한편으로는 짜릿하고 한편으로는 서글픈 감정이 밀려들었다. 아마 어제 새벽까지 <굿플레이스>를 보다 질질 짜고 잠들어서일지도 모른다. 너무 재미있어서 시즌 4개짜리 미드를 일 주일도 안 돼서 다 봐버렸다.

<굿 플레이스>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에서 느낀 건 인간이란 유한한 존재라서 몹시 약하고 그래서 더 아등바등 산다는 것.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거기다 정해진 끝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사는 동안은 끊임없이 발전을 추구한다. 같은 존재를 두고 <오버랩>에서는 극단적으로 암울하게 만들지만, 어느 인간이든 저 글을 읽고 주저앉아 한숨만 푹푹 쉬진 않을 것이다. '벌어질 일은 벌어지리라는 것을 알고도' 열심히 살겠지.

장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칵테일, 러브, 좀비>는 계속해서 소멸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더 내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죽음에 관해 자주 생각한다. 그래서 팀 버튼 감독의 <유령신부>나 <코코>를 무척 좋아했다. 두 작품 모두 사후세계를 훨씬 따스하고 쾌활하게 그린다는 점에서 위로가 되었지만 또 막상 내가 눈을 감았을 때 사후세계가 있다고 하면 영 싫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칵테일, 러브, 좀비>는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책이다. 읽는 내내 내가 혹시 출퇴근을 한다면 이 책을 들고 다니기 딱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단점이 있다면 이야기에 빠져서 내려야 될 곳을 지나칠 수도 있다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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