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인더스
밸 에미크,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가 머릿속에서 무엇을 밀어내려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걸 무시해버릴 수는 없어. 그건 그냥 사라지지 않으니까. 결국 넌 그것과 맞서야 해.

p 195



제목에서 느껴지는대로, 이 소설은 '추억' 혹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이 보고 겪은 것은 모조리 기억하는 소녀와 자신이 겪은 것을 잊고싶어하는 남자의 이야기. 조앤 레논은 존 레논을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비틀즈와 음악을 사랑하는 소녀다. 전 세계에 30명뿐이라는 HSAM을 타고난 아이이기도 하다. 또다른 주인공 개빈은 애인 시드니를 갑작스럽게 잃은 후 그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난데없이 그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태우다 집에 화재를 내기도 한다. 바로 그 사건 때문에 개빈은 자신의 오랜 친구들의 초대로(조앤의 부모) 그들과 지내게 된다.

개빈은 자신에게 시드니와의 첫만남을 이야기하는 조앤을 보고 복합적인 감정을 갖는다. 고통이 두려워 밀어내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추억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 조앤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녀의 창작 활동을 돕기로 한다. 조앤은 자신만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자신이 유명해지기로 한다. 바로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만드는 것!




우리는 진실했다. 우리는 정직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터놓았다. 우리는 서로를 믿었다. 서로를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희귀한 일인데. 우리는 운이 좋았다.

p 379



이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이상했다.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지나간 사랑들과 지나가는 중인 사랑을 동시에 생각했다. 잊어버린 것들도, 잊어야하는 것들도 모두가 버겁게 느껴졌다. 특출난 기억력을 가지고 태어난 것도 아니면서 나는 그들에 대해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섬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함께 길을 걸을 때 당연하다는 듯이 차도 쪽으로 걸어주었고 누군가는 재미없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기가 힘이 들었다. 조앤이 페퍼가 죽은 날과 조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날을 떠올리면 아무 말도 하고싶어하지 않듯이.

언젠가 나도 시드니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꼭 애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모든 것을 터 놓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 끊임없이 깨지고 다치면서도 나는 결국 사람에게 기대를 하는 모양이니 희망을 조금은 품어도 되지 않을까. 나도 그 정도의 사람은 될 테니까.

 

 

 

 

 

이제 그는 과거로 돌아가도 괜찮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과거에는 두 번씩 봐도 괜찮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p 388



개빈은 결국 과거를 돌이켜보고 그리워하는 것 또한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부러웠다. 과거를 살게 되면 현재에 소홀해지고,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만 커질텐데 나는 애써 외면하던 과거들을 다시 거닐고 있으니까. 나의 현재는 징글맞게도 잊으려 했던 과거들과 닮아 있다. 결국 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점이 있다는 것에 조금은 안도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지금의 내가 얼마나 우습고 귀여울까. 고작 그 정도의 일로 끙끙 앓았다는 사실에 웃음짓는 날이 올 것이다. 과거에는 두 번씩 봐도 괜찮은 것들이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내 첫사랑은 나를 무척 괴롭게 만들었지만 충분히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그 사람을 지나치면서 많은 성장이 있었고 그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을 소중히 대하는 법을 알았다. 지금 나의 머릿속을 괴롭히는 사람에게도 분명 무언가를 배우게 되겠지. 몇 번이고 책을 덮었다가 다시 펴야 했지만 차라리 억지로 묻어두었던 감정이 홍수처럼 불어나 다행이다. 도망치지 않아야겠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나 2019-03-30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