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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로컬, 브랜드 -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곽효정 지음 / 지금이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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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내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하고 싶은지 더 분명해졌다. 이따금 이런 식으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더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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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로컬, 브랜드 -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곽효정 지음 / 지금이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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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면서 제주는 나에게 어딘가 아련하고 애틋한 곳이다. (아마도) 2014년에 처음으로 친구 J와 제주 여행을 떠난 이후로 우리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마다 제주를 찾았다. 마지막으로 제주에 갔던 건 오롯이 혼자 보름살이를 하러 떠난 일이었다. 2018년도였는데, 벌써 5년이 흘렀고 나는 그 이후로 제주에 가지 못했다.

보름살이를 다녀와 그 추억으로 글도 쓰고 많이 성장했는데(처음으로 혼자 했던 여행을 보름이나 떠나니 성장하지 않을 수 없었음) 삭막하고 무감해진 지금은 아무래도 그 기운을 느낀 지 오래되어 그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제주도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었지만, 아무래도 현실적인 이유로 행동에 옮기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는 나에게 안식의 공간이자 살고 싶은 공간이다.

물론 지난 몇 년 간 제주도에 갈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나 보름살이를 다녀와 보니 어정쩡한 기간으로는 가고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너무 인기가 많아져서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기분이 들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됐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제주에서 새로운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렇게 제주를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 부끄럽게도 목차를 훑어보는데 아는 브랜드명이 두어 개 남짓?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5년 동안 제주에 아주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내가 너무 오랫동안 관심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특히 '소리소문', '클래식문구사', '키라네책부엌'이 가장 인상 깊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라서 더더욱. 어릴 때 막연하게 책 사이에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서인지 서점에 가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책과 글을 좋아해서인지 기록에 애착이 있어 문구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만년필의 묵직한 서걱임이 올해 더 좋았다.

책을 좋아해서인지 어느 지역에 방문하든 서점에 가는데, 특히 조그마한 동네 서점을 좋아한다. '소리소문' 사장님의 큐레이션 철학이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대개 대형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등 판매 위주로 큐레이션이 되어있는 반면 동네 서점은 각 주인만의 기준으로 큐레이션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눈여겨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클래식문구사'는 연필을 주력 제품으로 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의 브랜드가 시작된 블랙윙 702 연필을, 제주에 가게 되면 꼭 그의 가게에서 사오고 싶다. '키라네책부엌'은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작년 서울에서 예약제 서점에 다녀와본 결과 아주 마음에 드는 정책(?)이었기 때문에 제주에 가면 반드시 가봐야할 목록에 추가했다.

좋아하는 것을 하되 그 가치를 자본주의에서 뒤쳐지지 않게끔 하는 것은 늘 어렵다. 대다수가 포기하고 살아가는 꿈이기도 하다. 물론 그 이상적인 선에 다가서려면 아주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니, 나 또한 내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하고 싶은지 더 분명해졌다. 이따금 이런 식으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더 단단해진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에세이 #제주로컬브랜드 #지금이책 #제주여행 #제주브랜드 #로컬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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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박미옥
박미옥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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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 무용론이라는 다섯 글자가 얼마나 내 신경을 긁어대는지. 잊어버릴 쯤 등장해서 성질나게 하고 또 잠잠해진다. 경찰만이 아니라 여성은 사회 전반적으로 무시당하기 일쑤지만 경찰처럼 '험한 일'을 하게 되면 기사도적인 정당성까지 부여돼 더 그러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 그 편견을 돌파한 형사가 있다. 그는 엉겁결에 형사가 되었으나 있는 힘껏 본분을 다 했다. 신창원, 정남규 수사를 이끌어갔다는 띠지를 보고 놀랐던 건 내가 수사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데도 그의 이름 석 자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나랑 장난 쳐?

읽다 보니 알았다. 그가 일부러 나서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신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게 망설여진다고 했는데, 그 마음이 조금 이해될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아마도 평생을) 자신이 미처 해결하지 못한 사건들에 대한 죄책감이 더 크다고 했다. 이것이 진짜 직업 윤리겠구나. 누군가는 이렇게 진실로 인간을 귀하게 여기는구나. 경외감이 들었다.




여성 형사가 쓴 에세이라기에 읽어 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나이 상 결혼을 해서 일반적인 삶(?)을 산다면 별로 궁금하지 않을 것 같아 망설이던 차에, 그가 제주에 책방 겸 서재를 운영하면서 후배 형사와 집을 짓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꿈꾸는 삶이다. 그 사실을 확인하자 당장 이 책을 읽어야 했다.

단언하자면 이 책은 재미가 있다. 술술 읽히는 맛이 있기에 재미라고 명명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그는 여자 형사라서 느꼈던 한계나 여자 형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들을 담담히 적는다. 모 다큐멘터리에서 본, 강력 범죄를 해결해 큰 건을 올렸다는 사실에 도취되어 있던 형사들의 얼굴이 스쳤다. 그 얼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편견을 한 꺼풀 덧씌웠는데 그들의 얼굴 구석구석을 아무리 보아도 구해내지 못한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나는 범죄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누가 봐도 나쁜 인간에게 정의롭게 처벌하기 위한 경찰이 괜찮은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그 생각에 변화가 없고, 직업마다 마땅히 지키고 따라야 할 직업윤리의 측면에서 경찰은 단지 처벌하는 자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누구보다도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고 피해자에게 공감해 주어야지, 쉽게 판단해버리는 자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그들이 내 안전을 틀어쥐고 있다는 사실이 내심 불안했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은 경찰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누군가는 직업 윤리를 단단히 지키며 피해자들을 보듬고, 가해자 또한 인간임을 잊지 않으면서도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무엇보다도, 깊은 우울로 피곤한 일상을 보내던 나에게 그는 "이 순간만은 살아 있자"고 말을 걸어 주었다. 사선을 넘나들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낀 인생 선배가 주는 조언이라 단박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내 글에 온전히 집중하는 진짜 꿈을 이루면 제주 여행을 길게 떠나야겠다. 반드시 이 서점에 들러 그를 만나고, 덕분에 조금 더 꿋꿋해졌노라고 말해야겠다.

이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에세이 #형사박미옥 #박미옥 #이야기장수 #에세이추천 #형사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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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박미옥
박미옥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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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렇게 진실로 인간을 귀하게 여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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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질문
이화열 편역 / 앤의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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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고 벌써 한달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한 해를 준비할 때 무엇을 하느냐고 묻기는 상당히 객쩍다. 그럼에도 묻고 싶다. 나의 경우, 대개 '1년 동안 쓸 다이어리'를 다양한 기준을 세우고 면밀히 찾아보며 고르는 것이었는데 올해는 그 과정을 생략했다. 왜냐하면, 사 놓고 쓰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서.. 특히 일기를 쓰게 될 경우 다이어리 꾸미기에 빠져 있을 때는 꾸미는 데 치중하느라 내용은 정작 확진자 동선처럼 오늘 먹은 것과 한 일에 대해서만 쓰는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창작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영감을 얻고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일기를 쓰는 방식을 고칠 필요가 있었다.

이 때 접하게 된 책이 바로 <프루스트의 질문>이었다. 손에 딱 쥐이는 적당한 크기의 책이라 휴대도 용이했고 방대한 양에 지레 겁을 먹고 도전해보지 못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가 건네는 질문이라니, 구미가 당겼다.




특히나 좋았던 점은 적는 칸이 세 번 나뉘어 있다는 점인데, 짧게는 세 달 단위, 길게는 삼 년 단위로 기록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내 생각의 변화를 한 장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차례대로 쓰는 게 가장 좋겠지만 나는 그냥 무작위로 마음에 드는 질문에 적고 있다. 올해 안에 전부 적고 내년 안에 또 전부 다 적는 식으로 3년 간의 기록을 남겨보기로 했다.

질문이 철학적이라 그런지 답변 또한 장난스레 적지 않게 된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질문과 대답을 음미하는 과정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 답변하기 애매한 질문들은 두 번째 사진처럼 작은 글씨로 모범 답안(?)이 제시되는데, 유명인들의 생각을 또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 있는 포인트다.

몇 개의 답변을 작성하면서 홀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지 몇 년 안 되었다 보니 스스로와 잘 지내는 일에, 특히 1인 가구를 잘 꾸려나가는 일에 내가 오롯이 집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좋은 현상이다. 1년 후의 나는 또 어떨까. 5년 단위로 적는 다이어리도 있던데 이 책을 잘 사용하게 되면 한 번 사볼까 싶다.

나처럼 일기를 감성적으로 쓰는 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단단히 쌓아올리기에 아주 좋은 조력자가 될 것이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에세이 #프루스트의질문 #마르셀프루스트 #이화열 #앤의서재

#질문일기 #질문다이어리 #문답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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