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러브, 좀비 안전가옥 쇼-트 2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든 생각은 '제목이 특이하다'였고 받아든 뒤 든 생각은 '핸디북인가?'였다.

전에 서점에서 표지를 보고 특이해서 감탄한 기억이 있는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을 쓴 작가님이라고 해서 이 책이 마음에 들면 그 책도 한 번 읽어봐야지 했고, 아무래도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겁이 많고 쓸데없이 상상력이 구체적이라서 무서운 영화는 물론이고 책도 읽지 못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검은 고양이> 같은 고전 스릴러 소설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추리 소설도 무척 좋아해서 엄마 눈을 피해 많이 읽었는데 내 인생을 통틀어 첫 번째 이상형도 셜록 홈즈였다. 첫 번째 장래 희망도 탐정이었는데, 셜록보다는 미스 마플 같은 탐정이 되고 싶었다. (이상형이긴 했지만 셜록은 너무 또라이다) 탐정이 될 수 없다면 추리 소설 작가가 되는 대신 애거서 크리스티나 앨러리 퀸 같은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 생각보다 꽤 오래 전이었다는 말이다.

그래도 다행히 어느 순간부터 겁이 많이 사라져서 좋아해 마지않는 오컬트나 스릴러 장르의 책에 도전할 수가 있었다. 최근에는 전건우 작가님의 단편집을 읽었는데, 조예은 작가님의 <칵테일, 러브, 좀비>와 비슷한 결이었달까. 현실에 있을 법한(?) 섬뜩한 소재를 판타지처럼 불어내는 전자와 비교하면 조예은 작가님의 단편은 훨씬 섬세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솔직히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수록된 네 작품 모두 좋았으니까) '습지의 사랑'의 경우 여울과 이영의 마음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가슴이 먹먹했다.



첫 번째 단편인 '가시'와 두 번째 단편인 '습지의 사랑'의 첫 문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단편을 아우르는, 흥미를 불러모으는 효과적인 첫문장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동경하는 능력이다.

"결국 벌어질 일은 벌어지지. 깔깔깔."

p 157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가장 좋았던 작품은 마지막에 수록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였다.

숫자로 매겨진 단락들을 읽다 보면 도대체 뭔 소린가 싶은데 결국은 모든 사건과 시간들과 인물들이 맞물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소름이 쫙 끼친다. '설마' 하며 구석에 미뤄 두었던 잔인한 상상들이 맞아 들어가는 순간, 한편으로는 짜릿하고 한편으로는 서글픈 감정이 밀려들었다. 아마 어제 새벽까지 <굿플레이스>를 보다 질질 짜고 잠들어서일지도 모른다. 너무 재미있어서 시즌 4개짜리 미드를 일 주일도 안 돼서 다 봐버렸다.

<굿 플레이스>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에서 느낀 건 인간이란 유한한 존재라서 몹시 약하고 그래서 더 아등바등 산다는 것.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거기다 정해진 끝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사는 동안은 끊임없이 발전을 추구한다. 같은 존재를 두고 <오버랩>에서는 극단적으로 암울하게 만들지만, 어느 인간이든 저 글을 읽고 주저앉아 한숨만 푹푹 쉬진 않을 것이다. '벌어질 일은 벌어지리라는 것을 알고도' 열심히 살겠지.

장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칵테일, 러브, 좀비>는 계속해서 소멸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더 내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죽음에 관해 자주 생각한다. 그래서 팀 버튼 감독의 <유령신부>나 <코코>를 무척 좋아했다. 두 작품 모두 사후세계를 훨씬 따스하고 쾌활하게 그린다는 점에서 위로가 되었지만 또 막상 내가 눈을 감았을 때 사후세계가 있다고 하면 영 싫을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칵테일, 러브, 좀비>는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책이다. 읽는 내내 내가 혹시 출퇴근을 한다면 이 책을 들고 다니기 딱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단점이 있다면 이야기에 빠져서 내려야 될 곳을 지나칠 수도 있다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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