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 시티 소설Q
손보미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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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우리는 정말 안전할까?

대한민국은 치안이 좋은 나라라고 손꼽힌다는데 사실 그렇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 나는 원래 긴 머리에 짧은 치마를 입었는데, 지금은 숏컷(투블럭까지 갔다가 미용실 다니기 귀찮아서 기름)에 크고 펑퍼짐한 옷을 주로 입는다. 외적인 스타일이 바뀌고 나서 나는 마침내 우리나라가 치안이 좋다, 라는 말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또 나는 대학 졸업 즈음부터 대학 근처의 원룸에서 자취를 시작했는데, 이따금 새벽에 누군가 문을 쿵쿵 두드리곤 했다. 친구도, 배달도 부르지 않은 날이어서 아무 말 없이 있자 누군지 모를 방문자는 내 옆집으로, 그 옆집으로, 맞은편 앞집으로 돌아다니며 노크를 해댔다.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 넘어와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우선 정문에 있는 경비 사무실에서 수상쩍은 방문자를 막아세우니 훨씬 안전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처럼 안전이란 상대적이며, 또 어떤 기준에 따라서는 차별적이다.




주인공은 '여자 경찰'이다. 용의자를 거칠게 다루다가 그 사람에게 아무 잘못이 없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강제로 휴직을 하게 되었다. 휴직을 한 후 주인공은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본인은 경찰인데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에 의문을 가지며 그 감정을 부인한다. 주인공은 불현 듯 새벽의 거리로 나서고, '세이프 시티(각 지역의 안전 지수를 표시한 어플리케이션)' 기준 4-5단계의, 지금으로 따지면 재개발 구역/할렘가에 해당하는 동네를 돌아다닌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여자 화장실만 골라 훼손하는 젊은 남자를 만난다.

이 책에서 핵심 소재는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기억 조종술'과 도시의 안전도를 알려주는 '세이프 시티'라는 어플이다. 이는 어딘가 기울어진, 그러나 우리 모두 보편적으로 가져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에게 위해를 가한 범죄자의 기억을 조작하는 것에 대해 찬반 의견이 나뉘는 것을 보며 씁쓸함을 느꼈다. 자신이 저지른 짓을 기억하지 않는 삶이라니. 또, 기억을 지우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죄책감을 느낄까? 하는 부분을 생각해 보면, 썩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한 깨달았다. 그러므로 "재개발 하자"와 "우리를 좀 내버려 둬라"라는 현수막 두 개가 어깨를 딱 붙이고 나란히 존재하는 5구역처럼, 우리는 늘 양가적인 문제에 대해 고심하며 살아간다.

그래도 우리는 늘 하나의 추가 조금 더 기울어진 채 산다. 그 추가 닿은 곳이, 우리의 지향점이자 의견이 된다. 주인공 또한 안전과 평화를 지향했듯이, 나 또한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의 안전과 평화를 지향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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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시티 소설Q
손보미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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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양가적인 문제에 대해 고심하며 살아간다. 그래도 우리는 늘 하나의 추가 조금 더 기울어진 채 산다. 그 추가 닿은 곳이, 우리의 지향점이자 의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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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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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단편집을 읽는다. 예전에는 단편집을 읽는 일이 힘들었는데 요 몇 년 새 꽤나 적응이 되었다. 단편집의 매력은 다양한 배경의 다양한 인물을 단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의 인생 한 조각을 훔쳐보는 기분이다. 특히 그 인물들이 어느 정도 나와 닮아 있을 때, 물렁하게 흔들리던 심지가 단단해지는 것을 느낀다. 연대감은 인간을 그렇게 만든다.

<복수의 여신>에는 여성에게 붙은 숱한 단어들을 주제로 쓴 단편이 묶여 있다. 서문에서 소개한 단어들(Virago, Siren, Wench, Hussy, Harridan 등)을 보다가 헛웃음이 나왔다. 더불어 한자를 자세히 들여다보았을 때 부정적인 단어에는 주로 '계집 녀'(일단 계집이라는 말 부터가^^) 부수를 쓴다는 게 떠올랐다. 문화권이 달라도 일맥상통하는 게 있었다. 이런 공통점을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





가장 유쾌하게, 그리고 공감하며 읽은 단편은 'Termagant'라는 단어에서 출발한 엠마 도노휴의 [가사 고용인 노동조합]이었다. 일단 시작부터 신선했다. 신문 광고란에 실린 공개 구혼을 관심 있게 보는 주인공의 모습은 연애 프로그램을 보며 웃겨하는 내 모습같았다. (사실 연애 프로그램을 본 적은 없다... 내 취향이 아님)

부유한 독신 여성의 집에서 가사 고용인으로 일하는 주인공, 캐슬린은 테머건트라는 단어에서 주는 느낌 그대로의 여성이다. 그는 최초로 '가사 고용인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자신에게 주어지는 불합리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그도 평범하게 적당한 남자와 약혼을 한 상태다. 그럭저럭 괜찮은 면만을 들여다 보면서.





캐슬린은 늘 '싸움꾼'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먼 과거의 시간에 사는 캐슬린은 지금의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도 목소리를 높였다가는 '드세다', '사납다', '여자같지 않다' 등의 말을 듣고 살지 않는가? 캐슬린의 고용주는 그런 캐슬린의 성정을 높이 산다. 애초에 노동조합을 만든다는 말에도 별반 다른 말을 하지 않은 점만 봐도 그렇다. 소설의 말미에는 캐슬린의 든든한 연대자이자 후원자가 된다.

약혼자에 대해 고민하는 캐슬린을 보면서(아무래도 보이는 단점들에 이 남자와 평생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면 또한 지금의 우리와 얼마나 비슷한가!) 정상성과 탈선 사이에서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았다. 무심코 정상성을 좇게 되는 '정상적인' 사회를 떠올린다. 나만 다르게 지내는 것이 정말 괜찮은지, 이따금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데 전사 같은 캐슬린을 보며 마음 한 구석이 든든해졌다.

다시 서문으로 돌아가 여성을 폄하하는 단어들을 훑어보았다. 여성을 폄하하는 단어는 대개 늙었거나, 방탕하거나, 남성들이 거들떠보지 않거나, 추하거나, 감정적이라는 이유에서 쓰였다. 그렇다. 고작 이런 이유다. 책을 덮으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그 어떤 것도 내 본질을 흐트러뜨릴 단어는 없었다.







#현대문학 #현대소설 #복수의여신

#단편집 #단편집추천 #소설추천 #마거릿애트우드 #엠마도노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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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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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동시에 짜릿하고 통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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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로컬, 브랜드 -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곽효정 지음 / 지금이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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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내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하고 싶은지 더 분명해졌다. 이따금 이런 식으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더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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