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백세희 지음 / 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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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좋은 날에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연습이 필요할까.
늘 날씨가, 몸이, 마음이, 정신이 어두울 때만 글을 쓴다.
p 47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폈다가 몇 대 얻어맞는 기분이 들어 얼얼했다.
이 책은, 평범한 20대의 여성이 경도 우울증을 앓게 되어 병원을 다니며 상담을 받게 된 기록을 모아놓은 것이다.
공감가는 글귀가 많아서 읽다가 몇 번이고 멈칫해야 했다. 쉬이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마음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왠지 아픈 구석을 찔리는 느낌도 받았다고 해야 하나. 예전에 본 뉴스 기사에서, 요즈음 청년들이 우울증을 많이들 앓는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예전에 많이 했던 고민이, 우울하지 않으면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비가 오는 밤, 사위가 유독 조용한 새벽에 시를 많이 썼다. 우울한 정서로 쓰다 보니까 위로하는 글도 많이 썼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 글에 위로를 받았다고 말해주면 거기서 위안을 받았던 것 같다. 글을 놓지 않으려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서른다섯 살의 내가 스물여덟 살의 나를 보면 너무 안타까워할 것 같다는 생각이요. 지금도 만약 스무 살의 나로 돌아간다면 '너무 그럴 필요 없어'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거든요.
p 61


이 부분을 읽는데 왠지 코끝이 핑 돌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드,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자기 자신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내리는 레이에게 정신과 의사는 맞은편 의자를 응시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상상을 하게 한다. 저 맞은편에 어린 시절의 네가 앉아있다고 생각해봐. 그리고 방금 한 말을 다시 해 봐라. 레이는 대답한다. 못하겠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레이가 비로소 자기 자신에 대한 혹독한 검열을 멈추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중요한 계기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접하면서 느낀 건데,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기 자신에게 잔인한 경우가 많더라.
친구들 중에서도 남들에게 유독 말을 예쁘게 하고 칭찬을 많이 하는데도 자기 자신에게는 박한 평가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그럴 필요 없는데.


 

내가 사랑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들의 눈빛, 열정, 사랑을 향해 뛰어드는 용기를 덩달아 사랑했다. 단 한 번도 이 정도면 괜찮지, 하고 반만 채워진 감정으로 상대를 사랑한 적 없다.
p 173


이 작가 혹시 나인가? ㅋㅋㅋㅋㅋ
나는 사랑에 관해 글을 주로 쓰고, 특히나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점을 나열하는 시를 좋아한다.
특히나 그냥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팍팍한 삶에 한 줄기 위안이라도 되겠다, 싶을 때 쓰는 시가 대부분 그런 편이다.
새삼 생각해보면 사랑에 빠지는 일은 신기하다.
지나고 보면 뭐 그런것까지 좋아했나 싶은데, 좋아할 때는 그런것까지도 좋으니까.
상대를 이루고 있는 하나, 하나를 좋아하는 일이 그렇게 좋았다.

원래 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는데, 요즘 우연찮게 에세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전에는 에세이의 매력을 잘 몰랐는데 읽다보니 알겠다. 일상이 팍팍하고 고민이 생길 때, 나 혼자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니까 위로를 받게 된다.
오랜만에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모두들 힘들 때는, 어디에든 털어놓고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본 포스팅은 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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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mi 2018-07-24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릉에서 빌려주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