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아이패드 드로잉 - 일러스트레이터 보담의 디지털 감성 드로잉 클래스
보담(김보람) 지음 / 비타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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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순식간에 지나간 행복한 순간이나 가끔 꺼내 보고 싶은 날이 있어요.

저는 그런 기억을 더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그림을 그려요.

...

그림에 정답은 없어요.

내가 좋아하는, 나의 취향으로 가득한 그림을 그리는 것.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느린 행복 사이에서, 보담

사실 나는 예전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내가 '똥손'이라는 건 알았지만 무언가 손으로 하는 것을 잘 하고 싶다는 열망은 늘 가지고 있었다. 다른 건 끈기로 한다 쳐도 그림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미술학원을 다니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고, 그렇게까지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다이어리를 쓸 때 간단한 그림 몇 개 그려 넣을 정도면 됐다. 최근에는 웹툰 스쿨을 다녔는데 중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내 수준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배우기 때문이었다. 웹툰을 하나 완결내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수업이었는데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한참을 고민했다. 몇 주에 걸쳐 고민해도 뭘 그리고 싶은지,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뭘 그리려고 하든 내 실력이 발목을 잡으리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와중에 이 책을 알게된 건 아주 잘된 일이었다. 전에 다음에서 연재하시던 <옥탑빵>을 너무 잘 보았는데 그 작가님 책이라고 해서 흥미가 갔다. 그래서 아이패드도 없는데 덥썩 읽게 됐다.

왠지 손그림으로라도 따라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정작 책을 받고 난 뒤에 며칠은 손도 대지 않았다. 해보지 못한 것을, 결과가 뻔한 것을 시도하는 것에는 늘 젬병이었다. 서문이나 한 번 볼까 했는데 작가님의 그림처럼 따뜻한 여는 글이 용기를 심어 주었다.


일단 집에 있던 노트를 꺼내 연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결과는............(숙연)

어려운 그림도 아닌데 상당히 비뚤어진 그림을 보자니 웃겼다. 혹시나 해서 색연필도 꺼내 왔다.


나름 그럴듯해진 그림.

모카포트.. 써본 적은 없지만 한 번 써보고 싶은 도구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듯하게 그려져서 작가님 말씀대로 완성도가 높아보이게 하려고 나뭇잎을 그렸는데...

ㅎ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래도 나름 희망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도전한 행잉 식물은 제법! 그럴 듯.

만족스러워서 이만큼만 하고 멈추었다. 지금은 노트에 색연필로 서툴게 끄적거리는 것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 아이패드를 구입해 책에 있는 그림을 연습하고, 조금 실력이 늘어나면 손이 가는대로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리고 또 언젠가는 그것으로 문구를 제작해보고 싶기도 하다. 내가 요즘 가장 빠져있는 취미가 다이어리 꾸미기이기 때문에 내가 만든 제품으로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도 무척 보람있는 일이 될 것 같다.

집에만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졌지만 또 반대로 하지 않거나 못하던 일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긍정적인 변화인 것 같다.



해당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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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역사 - 말과 글에 관한 궁금증을 풀다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서순승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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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언어로 바보짓을 한다. 갓난아기 앞에서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렇다면 어떻게 언어로 바보짓을 할까?

아기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p 9

꽤 오래 글을 쓴다고 뽀작대서 그런지 책 읽는 이미지가 생겨서(?) 주변에서는 내가 어느 정도 상식을 탄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소설을 좋아해서 장르 안 가리고 읽은 덕에 (그 와중에도 공백기가 있어서.. 꾸준히 읽은 것도 아님) 아주 조금씩 대충 무슨 말이구나 하고 눈치챌 정도의 귀동냥 정보만 조금 있다. 옛날엔 친구들이 잡학다식하다고 한 적도 있다. 이사하고 난 뒤 티빙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두고 밥을 먹는 게 습관이 되었는데 그 중에는 '알쓸신잡'도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전공한 분야에 대해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하고 그 와중에 더 응용한 이야기를 나누는 잡학박사님들을 보며 정말 오랜만에 학구열을 느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긴 했는데 내가 뭔가를 줄줄이 설명할 수 있나? 생각해보니 딱히 없는 것 같아 머쓱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교양 서적을 읽고 지식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읽는 족족 뇌를 스쳐가기만 하는 정보들을 보니 한 번 읽어서는 안 될 것 같지만... 그런 면에서 이번에 읽은 책은 생각보다 작가의 유쾌한 문체로 인해 그리 어렵게 다가오지 않았다. 특히 책의 첫마디를 보면, 언어의 역사를 설명한다는 책이 '우리는 종종 언어로 바보짓을 한다'고 하다니. 어떻게 흥미를 끄는지 아주 잘 아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전자 혁명 부분이었다.

일단 삽화가 정말 혁명적이다. 의자에서 뒤로 나자빠지게 생긴 일러스트를 보니 웃겨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이 챕터를 읽다 보니 문득 내가 전자 혁명에 잘 적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대는 완벽하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사이에 놓여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양 쪽을 겪어 본 세대인 것이다. 수업시간에 친구의 손과 손을 거쳐 오가던 쪽지를 떠올려 보자. 대부분의 내용은 '이번 시간 끝나고 매점 콜?' 정도였다고는 해도, 대화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고 (특히 선생님한테 걸려서 벌 받을 확률 높음) 문장 구조가 웬만큼 지켜지는 상태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반면 요즘 같은 경우, 선생님 눈을 피해 카카오톡 메신저를 보낼 경우 즉각적인 대화가 가능할 뿐 아니라 몇 개의 청크(언어 학습자가 한꺼번에 하나의 단위처럼 배울 수 있는 단어들의 덩어리)를 활용한다. 우린 점점 대면하지 않은 상태로 대면한 것에 가장 가까운 대화를 구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화 콘택트에서도 '언어'라는 것이 인간의 삶에, 의식 체계에, 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서사한 바가 있는데 이 책을 읽고도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 속에는 많은 약속과 체계가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그러니 한 번쯤 언어를 공부해본다는 건, 결국 우리 자신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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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보다 재미있는 민화 이야기
정병모.전희정 지음, 조에스더 그림 / 스푼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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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실 권장 연령대가 초등학생 정도인 것 같은데...

그걸 모르고 읽게 돼서 ㅋㅋㅋ 처음에 조금 당황했다.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존댓말을 사용하는 공손한 책을 읽었다.

친절한 말투로 민화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내용이었는데, 제목처럼 만화보다 더 재밌다고 봐도 무방했다.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간 지 엄청 오래됐지만) 아직 민화 전시회?는 가보지 못한 것 같다. 의무 교육을 받은 시절에 들은 지식이 전부다. 그나마도 기억나는 건 맹하게 나오는 호랑이 정도. 그 때도 호랑이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해학의 민족이다, 라고 했던 것만 기억이 난다. 어린이 대상으로 나온 책이라 그런지 글씨가 커서 자기 전에 침대에서 스탠드 하나 켜 놓고 읽었는데도 읽기에 수월했고 내용도 생각보다 알찼다.



민화도 실려 있고, 위와 같은 일러스트도 있었는데 무척 귀여워서 아이들이 읽으면서도 흥미로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민화는 당시 궁에 소속되어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던 화가들이 아니라 서민들을 대상으로 더 값싼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들의 손에 탄생한 예술이다. 그래서 민화는 형식 파괴적인, 되려 추상화적인 그림이 많고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경우에는 서민들의 입장에서 통렬하게 지배 계층을 비판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 실용적인 목적으로 그리기도 했다. 화법을 보면 색감이 강렬하면서도 투명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값비싼 물감 값을 아끼기 위해서 포인트 컬러를 칠하고 선과 여백으로 나머지를 그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궁에서 그린 그림은 온갖 색으로 꽉꽉 차 있는 것과 대비된다. 어떤 면에서는 서민들이 지배 계층에게만 속한 것 같은 문화를 선망하는 느낌을 주는데, 후대의 시선에서 보기에는 민화의 자유분방함과 다양한 쓰임새가 더 큰 가치를 느끼게 할 수도 있겠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맑고 잔잔한 물에 씻겨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깨끗해요. 덩굴을 뻗지 않고 가지도 치지 않으며, 줄기가 곧아요. 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욱 맑아져 얕잡아 보고 함부로 할 수 없는 꽃이라 했어요.

p 66-67

연꽃의 성질을 설명하는 단락에서 문득 이장근 시인의 <왜 몰라>라는 시가 떠올랐다.

연꽃을 피울 만큼 내가 더럽지 않다는 걸 왜 몰라

고인이 된 설리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와 모두에게 큰 죄책감과 울림을 준 시이기도 한데,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기도 하며 '군자의 꽃'이라고 불렸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설명이기도 했다. 요즘 들어 자주 하는 생각인데, 인간은 결국 끝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순간을 포착하고 잡아두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것 같다. 그래서 원시 시대부터 동굴에 벽화를 새겼고 점점 진화해서 현실에 가장 가까운 기록 수단을 발명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앞서 설명한 연꽃처럼. 그리고 그런 상징물을 보며 위로를 받거나 감정이 북받치기도 한다.

민화도 결국 문화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언뜻 조선 시대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가 있었는데, 조금은 부럽다는 생각도 했다. 지배층을 통렬히 비판하고, (일부) 지배층은 그것을 묵인하는 나름대로 자유로운 분위기? 하지만 철저한 신분제도 사회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차피 반전될 수 없는 신분 차이기 때문에 적당히 넘어가 주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우리 나라 사람들이 왜 불꽃같은 성정을 지녔는지는 조금 알 것도 같았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 아니, 하루 농사지어 하루 먹기도 바쁜 와중에도 문화 생활을 향유하고 서로에게 행운과 행복을 빌며 선물하는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주관적인 해석이기는 한데, 인문학적 감성이 있는 사람 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없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해서 나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유쾌하게 현 사회의 불합리를 비꼬는 그림이라던지 돈 많은 양반들이 향유하는 그림과 병풍을 모방하여 중요한 날에 사용했다는 것이 '이게 뭐라고 너네만 하냐?'는 여유로운 비꼬기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역시 해학의 민족, 웃음으로 눈물 닦는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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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아적으로 살아갑니다 - 지금 여기서 행복한 고대인들의 생활철학
조지 브래들리 지음, 김은경 옮김 / 프롬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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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강한 사람이 어떻게 넘어졌는지, 누군가에 대해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칭찬과 공은 실제 경기장에 서 있는 사람의 것입니다. 얼굴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땀과 피로 얼룩져 있는 사람, 용감하게 싸우는 사람, 실수와 단점이 없는 노력은 있을 수 없기에 실수도 하고 거듭 한계에 부딪히는 사람, 실제로 무엇인가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위대한 열정과 헌신을 알고 가치 있는 대의명분에 온몸을 던지는 사람이 칭찬을 받아야 합니다. 일이 잘 될 경우 위대한 성취를 맛볼 것이며,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대담하게 맞서며 용기 있는 실패를 하는 겁니다.
p 69


사실 자기계발 서적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는데 부제인 '지금 여기서 행복한 고대인들의 생활철학'이라는 문구를 보고 호기심에 접하게 된 책이다. 최근에 책을 별로 읽지 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읽은 책들 가운데 가장 위로를 주는 책이었다. 시나 소설에서 주로 위로를 얻곤 했는데, 자기 계발 서적에서 하는 말이 오롯이 와 닿은 경우는 처음이다. 아마도 작가 스스로의 어조가 강하지 않고 스토아 철학자들의 좋은 말들을 소개하며 스토아 철학을 설명하는 책이기 때문인 것 같다.

벌써 취준생이 된지 1년께에 접어드는데, 반 정도는 프리랜서가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다. 계속해서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시국이 흉흉한 것은 물론 경제가 어려워져서 일자리 자체가 부족해 쉽지 않다. 누군가의 거절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나의 경우에는 확실히 아니다. 겨우 면접까지 가더라도 무례하고 생각 없는 질문을 받아 좌절하기도 하고 내가 마냥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니냐고 함부로 말하는 주변 사람 때문에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가족들도 그랬으니, 뭐. 그래선지 위 문단이 몹시 마음에 와 닿았다. 요즘 심신이 지쳐 나를 제외한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상 관심을 끊고 살았는데 (SNS 계정도 지워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들은 나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내심 스트레스를 받던 차였다. 사람들의 곁에서 멀어진 김에 그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고 싶다. 주변에 두고 싶은 사람만 두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삶.




'나는 실패해도 낙담하지 않는다'는 문항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건 말이 안 돼요. 실패했는데 낙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나는 낙담이 되던데요. '나는 실패해도 오랫동안 낙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 123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내 멘탈이 꽤 튼튼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에 와서는 매사에 덤덤해진 편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평정심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래선지 스토아 철학이 더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스토아 철학은 '평정심'을 추구하는 삶의 자세를 견지하는 학문으로, 몇 가지 단계의 마음 수련을 통해 그것을 이루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각자의 두려움과 문제의 원인들을 솔직하게 마주보아야 하며,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고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로는 긴 고민 없이 실행하는 것이 있겠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부정적 결과를 떠올리고 고려해야 한다. 이로 인해 스토아 철학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학문인가? 라는 의문을 부를 수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여러 방면의 시각에서 다양한 결과를 미리 도출해보는 것이야말로 문제에 대한 창의적 접근을 가능케 하며, 미리 집어먹는 두려움을 물렁해지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문장들을 필사했고 밑줄 그었는데 그와 동시에 어느 정도 평온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읽는 시간이 오래 들었고 다시 한 번 더 읽어볼 용의도 있다) 가끔 파도처럼 들끓는 혼란을 전보다는 가뿐히 토닥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미리 걱정하는 습관은 다각도의 상황들을 예측하는 습관으로, 무기력하게 늘어지는 상황은 내가 통제 가능한 문제에 뛰어들기 전 움츠리는 시간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또한, 막연한 두려움은 가만해 내버려 두고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기로 한다. 두려움이 지나간 자리에는 결국 '나'만 남아 있을거라는 말을 믿는 것으로. 내가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내 성격의 허점을 탓하기보다는 그것을 보충할 수 있는 특질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메꾸어 더 풍요로운 사람이 되기로 한다. 벌써부터 숨이 찬다. 앞으로의 내가 기대되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에 기쁘다.

또한 나는 문득, 내가 꼭 취업을 해야 할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 물론 나는 어느 기업에 가든 어느 분야에서 일하든 잘 할 자신이 있고, 분명 잘 할 테지만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에 콕 찝어 어우러들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취업이 아닌 다른 방향의 진로를 설계해보기로 했고, 차차 준비해 볼 생각이다. 뭐, 잘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또 두려움이 몰려드니까, 그런 걸로.

전에는 대단히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요즘은 스스로의 마음을 잘 정돈하고 나를 뒤흔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여유있게 비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평정심이란 그런 것인가보다. 아직 수양 단계이기 때문에 사소한(?) 말에 곧장 되받아치지 못하고 하루 종일 후회를 곱씹긴 하지만, 차차 나아지리라 믿는다. 평온을 목표로, 거짓 평정심을 의심하며 두려움을 솔직히 마주보고 옳은 일에 전념하는 내가 되기를 빈다. 또한 한참 오랜 시간이 흘러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깊은 깨달음과 위로를 건넨 스토아 철학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내고 싶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자기계발 #자기계발도서추천

#스토아철학 #인문학

#스토아적으로살아갑니다 #프롬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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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심리학부터 - 여자에겐 남자, 외모, 돈보다 심리학이 먼저다
장루겅 지음, 송은진 옮김 / 센시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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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심리학 서적을 읽었다. 제목과 부제와 영어 제목까지 모두 '여자'가 언급되어 있어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혹시 페미니즘 도서인가? 싶었던 호기심에. 결론을 말하자면 아니었다.

우리는 길거리에서 수많은 행인을 지나치는 것처럼 삶 속에 가득한 디테일들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오는 특정한 디테일에 크게 감동받곤 한다. 이 감동은 마치 낙인이라도 찍힌 듯 머릿속에 아로새겨져 잊을 수 없는 선명한 기억으로 남는다. 디테일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그것이 지닌 힘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p 57

위와 같은 스킬(?)을 얻기에는 좋은 책이다.

대외적인 자리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인지, 인간 관계에서 상처를 덜 받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다만, 제목에서 꼭 '여자'를 강조했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들었다.


위 대목에서 인간 관계를 '원근감'에 대비하여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고슴도치 효과를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다. 여자는 태생적으로 감성적인 동물이다. 라는 식으로 섣불리 일반화하여 쓴 것이 아쉽긴 하지만. 혹시 관련 연구 결과가 있다면 출처를 보고 논문이나 서적을 찾아 읽어보고 싶었다. 그런 건 없었고 저자의 의견만 나열된 책이기에 읽을 때 비판적 자세는 필요할 것 같다. 사람은 저마다의 타고난 성격이 있고(혹은 사회화되며 형성된), 혈액형별로 성격을 나누는 것 만큼이나 성별로 성격을 판단하는 건 설득력이 부족하다.

고슴도치 효과를 어릴 때 읽은 '파페포포' 시리즈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그 때는 몽글몽글한 그림체에 단순히 고슴도치가 귀엽구나 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머쓱)

10대 때부터 인간 관계에 무척 고민이 많았는데, 안 그래 보이지만 굉장히 내향성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틀어지는 관계가 있으면 엄청나게 신경을 썼다. 지금도 그렇게 썩 쿨해진 건 아니라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서 고등학생 때 왜 친하게 지내는 사람마다 결국에는 돌아서게 되는지 궁금하면서도 슬펐는데 그 때는 관계의 거리를 잘 조절하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관계를 해치는 것은 물론 나를 위해서도 잘못된 판단이었다. 지금은 혼자 충분히 시간을 가져보려고 (너무 넘쳐서 문제긴 한데) 노력중에 있다. 집에서는 고요하게 나와의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이 있어야만 바깥에서 사람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가 있다.

요즘 똑똑한 사람들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내적으로 튼튼한 사람들이 무척 부러워서 게을리하던 인문학 공부를 다시 시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차분히 내 할 말을 하고, 주관 없이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유형의 어른이 될 수 있겠지? 우리는 궁극적으로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저마다의 정의가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어른이란 옳은 것을 위해 목소리를 기꺼이 낼 수 있는 사람이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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