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반짝이는 정원
유태은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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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창비 에서 세상 모든 어린이에게 보내는 초록빛 러브레터의 그림책을 펴냈다. '뉴욕 타임스 올해의 우수 그림책' 선정 작가인 유태은 작가가 실제로 아름다운 정원이 있었던 집에서 살면서 할아버지가 정원을 정성스럽게 가꾸던 유년시절의 기억이 담긴 '자전적인 그림책'이기도 하다.

작가는 미국에서 태어나 이 정원이 있는 집에서 풀과 꽃과 나무들과 강아지와 고양이와 함께 증조할아버지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엄마와 아빠, 형제들이 모인 대가족 집에서 자랐다.


이 책에서는 할아버지 정원에서 식물들과 함께 큰 사랑을 받는 손녀딸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계절에 따라 만개하는 꽃들이 각기 달라 늘 표정이 바뀌는 정원처럼 손녀의 자라남과 세월이 흐르면서 맞이하는 변화들을 각기 다른 식물에 비유했다.


물뿌리개도 혼자 들 수 없을만큼 '새싹'처럼 작았을때, 아주 큰 정원이 있는 집에서 흙냄새와 풀냄새를 맡으며 할아버지가 콧노래를 부르며 보살피는 식물들과 함께 자랐던 손녀는 정원을 좋아하는 할아버지가 좋았다. 사랑하고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을 닮게 되기 마련이다.

비록 물을 줄 순 없지만, 물을 주는 할아버지를 그렸고, 그런 할아버지의 물을 받는 화분을 그렸다. 이 추억의 장면은 흙냄새, 물냄새, 할아버지의 콧소리, 꽃내음, 놀아달라고 재촉이는 반려견, 산들바람, 햇빛, 사각거리던 스케치북 소리까지 모든 것이 포근하게 남게된다.

할아버지가 물을 주고 나면 이제 손녀를 돌본다. 산들바람이 부는 가운데 노곤한 기운에 반려견은 잠들어 있고, 꽃과 벌레와 곤충들이 한가롭게 노닌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돌보는 식물들을 알려주고 싶은건지 식물에 관한 책을 읽어주신다.

함께 책을 보며 가장 좋아하는 식물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두 꽃의 개화시기는 가정의 달이기도 한 5월이다.

손녀는 부귀영화, 행복한 결혼, 열렬한 사랑의 꽃말을 지닌 화려한 '모란'꽃을,

할아버지는 순수한 열정과 사랑의 꽃말을 지닌 우아하고 청초한 '난초'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는 시간은 중요하다. '그것'들을 말하는 순간, 동시에 말 한 '사람'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제 '그것'은 곧 '그 사람'이 되는 마법에 걸리게 된다.

손녀는 좋아하는 할아버지를 그려드렸고, 할아버지는 손녀가 좋아하는 '모란' 화분을 선물한다. 이제 할아버지에게 모란 꽃은 손녀딸 그 자체이다. 그리고 손녀딸에게도 모란 꽃은 할아버지 그 자체가 된다. 꽃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꽃이 되어 곁에 머물고 있다는 착각마저 일으킬만큼 푹 빠진다.


이후 '모란'이 화분을 벗어나야 할만큼 크게 자랐을때는, 물뿌리개를 혼자 들어 물을 줄 수 있을 만큼 함께 훌쩍 자랐다. 


'해바라기'만큼 할아버지보다 훌쩍 키가 자랐을땐, 할아버지 짐도 들어들이고, 이별, 학업 등의 여러가지 이유로 몇가지 화분만 들고 작은 집으로 이사하게 된다. 


'나무'만큼 자라나 자신만의 울타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나이가 되었을 땐, 독립을 하게 된다. 자신만의 정원을 만들 수 있는 시기가 되었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 자신만의 가족을 만들어 자신의 '딸'이 아직 '새싹'처럼 작을 때, 할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더 작은 집에서, 더 작아진 할아버지지만 여전히 손녀가 좋아하던 꽃을 준비해두었던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주었던 사랑이 가득 담긴 화분을 증손녀에게 선물한다.


할아버지는 손녀가 다시 '새싹'만한 증손녀를 데리고 올만큼 자라도 아직도 손녀가 '새싹'만할때 그려줬던 그림을 보물처럼 액자에 보관하고 있다.

손녀 역시도 그것을 알기에 새로운 식구가 된 반려견과 할아버지가 함께 있는 새로운 그림을 선물해 주었다. 또다른 새로운 식구인 '증손녀'와 함께.


증손녀는 그 사랑을 이어받아 물뿌리개를 혼자 들어 물을 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이 마지막 장면이다.

엄마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의 딸에게도 사랑 담아 이어진 할아버지의 '모란'과, 홀로 물을 주고 있는 '손녀'와, 이제는 곁을 떠났지만 새롭게 손녀딸을 지켜주려 곁에 온 새'반려견'식구까지. 세대가 교체되도 남는 것들은 그대로 남겨져 이어진다.

사랑은 이렇게 정원을 떠나서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모란'은 손녀딸 그 자체였다.

그러나 손녀딸에게도 '모란'은 할아버지 그 자체였다.

'모란'화분이 곁에 있는 것 만으로도 할아버지가 곁에 있는 것처럼 든든했다.

뿐만 아니다. 길을 걷다가도 할아버지가 좋아했던 '난초' 향기를 맡는것 만으로도 함께했던 그 시절의 향수가 찾아와 위로 받는다. 어지러운 도시 '속'에 있어도, 어지럽혀진 '방'안에 있어도 할아버지는 늘 곁에서 위안을 준다.

'사랑'과 '그리움'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이들의 각자의 '방'을 들여다 보면 된다.

정원이 사라졌어도 정원처럼 느끼게 한다.

손녀의 그림과 할아버지의 화분은 그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깝게 한다.

살아가는 것이 '끊임없는 변화에 적응하며 새로운 길을 나가는 것이 삶의 과정'이라고 하지만 사랑받은 기억,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 그런것들이 살게 한다.

'단단한 나만의 새로운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내가 어디에 있든, 어떤 형태로든 사랑하는 가족이 곁에 함께 한다고 느끼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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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조각
윤강미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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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조각』은 어느 평범한 가족의 특별하고도 소중한 달없는 달밤의 숲속 여행기를 다룬 이야기이다. 

어느날 엄마는 갑자기 멋진 풍경을 보여 주겠며 아이들을 데리고 먼길을 달려 숲 속에 도착한다. 엄마와 이모가 서로 나누는 어린시절 이야기는 아이들이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여서 아이는 이런 시간에 게임이나 했으면 좋겠다며 투덜거리기도 하지만, '아직도 있을까? 볼수 있음 좋겠다!'라며 아이들에게 자신이 보았던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기대하는 그 모습에 마지못해 따라나선다. 숲을 걸으며 개구리소리, 작은 동물의 울음소리와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혹시나 그들이 놀랄세라 손전등도 켜지 않고 이동한다. 그믐밤은 달빛이 없어서 숲을 더 어둡게 만들지만 대신 달맞이 꽃과 별빛이 더 밝게 보이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마주하게 된 노란불빛이 아주 선명하게 다가오게 한다. 
'함께 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내가 너희만 했을때 보게 된 이 풍경을 너희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라며 자녀들을 꼬옥 끌어안자, 아이들은 그 마음을 조금 헤아릴 수 있게 된다. 반딧불이을 맞이한 자연 속에서 아이의 마음은 그렇게 한뼘 자라게 된다. 
아이들의 눈에는 반딧불이 신기하기만 하다. 어둠 속에서 반딧불 무리가 밝히는 그 빛은 신기하고 환상적이여서 마지 그믐밤이여서 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 노란 불빛들이 사실은 달빛 조각들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 불빛들이 모이고 모이면 보름달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아이들은 그 반딧불에 소원을 실어담아 하늘로 올려보내는 몸짓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소원은 개인의 소원이 아니었다. 
'이 어두운 숲을 오래오래 밝게 비춰줘, 그리고 우리도 꼭 다시 만나자'하는 그 자연에 대한 순수한 마음. 우리의 손길과 시선이 닿지 않는 숲을 걱정하며 달빛조각 같은 반딧불을 모아 하늘에 띄우는 그런 상상을 하는 아이는 아마도 처음 만나는 이 숲과 금방 사랑에 빠지고 그러한 숲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달빛 조각』은 부모 세대와 아이 세대의 연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자연과 사람의 상생 관계를 이토록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첫장면은 충전기에 잔뜩 꽂혀져 있는 패드와 핸드폰을 보여주지만, 마지막에는 강과 숲과 반딧불을 보여준다. 그 노란 불빛은 너무나 다정해서 '언젠가 또 이곳으로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오렴'이라고 말해주는것 같았다. 그때까지 반딧불 무리가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머물러 있기를. 할아버지가 보여준 풍경을 엄마와 이모가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던 만큼 사랑하는 마음이 계속 이어져 계쏙해서 이곳에 도달할 수 있기를.

그믐밤, 숲속에서 쳘처진 보물찾기의 보물은, '지키고 싶은 마음' 그것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봤던 멋진 풍경을 네게도 똑같이 보여주고 싶었어'라는 예쁜 마음과  아름다운 풍경이 담겨진 한여름밤의 꿈같은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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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닝 창비만화도서관 3
틸리 월든 지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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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월든의 『스피닝』(Spinning)은 작가가 12년 동안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지내다 그만 둔지 몇년이 되지 않은 21살 때 쓰고 그린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있다. 이사, 전학, 학교생활 과 선수생활, 따돌림, 경쟁, 코치와의 조화, 가족의 부진한 지지, 첫사랑, 커밍 아웃 등의 혼란스러운 성장기의 고민의 흔적들을 담담한 어체로 기술하면서 누구에게나 있었을법한 흔들리던 시기를 떠올리게 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피겨스케이팅 기술 중 '스핀'이라는 것이 있다. 회전력을 얻으면 빨라지지만, 어느시점에 다시 속도를 낮춰 돌아와야 하는지 모르는 삶의 휘청거림은 어지러운 청소년기를 닮았다. 자전적 이야기와 그 시절을 펼쳐 놓은『스피닝』의 틸리를 보면서, 틸리의 사람의 흔들림과 나약함과, 그럼에도 용기를 보면서 우리는 틸리의 '기억'에 대한 회고록을 보는것이 아니라 '느낌'들을 함께 느낀다. 한때 자신의 '전부'를 바쳤던 무언가가 있는가를 묻는다. 매일 똑같이 반복하고, 연습하고, 경쟁하고, 일상 생활패턴의 기준이 되었던 스케이트를 대하던 감정선을 따라가면 틸리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기도 하다가도 위로를 받기도 한다. 세상의 전부와 다름없는 공간에서, 나를 아껴 줄 누군가를, 애정을 줄, 온전히 나를 받아줄 누군가를 끊임없이 기다린다.

'점프에 실패하는 건 점프하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점프의 성공은 다만 준비가 되었는지,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는지에 달려 있었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 질문의 답을 결정했다.' 라며 오래도록 내면의 재워두었던 자신의 목소리를 깨웠을때는 용기를 얻었을때 보다 대부분의 것들을 잃었을 때였다. 때문에 '이제는 링크 밖으로 나와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벽장 밖으로도.' 라며 빛을 잃은 '전부' 였던 것을 놓아두는 장면은 의외로 담백했다. 치열했던 어떤 것과의 이별은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지녔었던 우리에게도 그때의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우리의 '성장담'의 한페이지도 함께 완성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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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답장 창비만화도서관 8
정원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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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지내, 너는 어떻기 지내는지 모르겠다. 이 편지는 뒤늦은 답장이자, 초대장이야. 왜 이제야 답장할 마음이 생겼는지 모르겠어. 난 이제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고 생각하기로 했어."

『뒤늦은 답장』은 주인공 남우가 친구 재근에게 보내는 2000년대 후반, 고등학생이었던 '그때'의 일에 대한 답장이다.

수능 준비는 뒷전이고 영화 동아리 활동에만 열심히였던 남우, 단 둘이 살면서도 최선을 다해 엄마를 외면했던 남우, 그런 엄마에게 엄마도 모든게 '처음'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남우, 돌연 화를 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재근을 좋아했지만 연민은 싫었던 남우, 때로 각별했던 사이의 사람과 영영 만나지 못하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몰랐기에 함께했던 시절을 완성하기 위해 보내는 뒤늦은 답장을보내는 남우까지.

남우의 복합적인 감정과는 달리 담담한 그림체와 서정적인 묘사로 남우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공감하면서도, 그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
"네가 보고 싶다기보다는 아마 그리울 거야."라며 지난 시절을 가만히 돌이키며 안부를 묻는 편지를 보낸다. 그때는 그 복잡하고도 처음 겪는 마음 속을 제대로 살피려 하지 못했고, 그렇게 미완성인 채로 시간의 흐름 속에 자그대로 숨겨두고 말았지만, 이제야 보내는 그시절에 대한 환기와 답장은 나지막이 환기하는 『뒤늦은 답장』은 그때의 나를 '이해'하게 한다. 그땐 말이야, 그랬던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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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의 여름
이윤희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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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여름, 13살의 해원이 주인공인 『열세살의 여름』이라는 첫번째 책을 읽게되었다. 주인공이 가족끼리 여름 휴가로 떠났던 바닷가에서 겪은 '작은 추억'을 하나 가지고 여름방학을 마치면서 시작한다. '바다에서, '누구' 봤다.' 라고 짧은 한줄로 설명되지만, 볼이 빨개지며 두근거렸던 그 순간을, 그리고 그 시간의 배경을 결코 짧은 설명으로 대신할 순 없을 것이다.

'어린시절에는 '연애'가 무엇인지 잘 몰랐기에 그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 자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게 우선이었고 그것은 일반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로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과,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시절에 겪었던 비슷한 일들에 가끔씩 부딪힐때마다 열세살의 자신이 어떻게 그 순간을 지나왔을지를 떠올리며 용기를 얻는다'는 말에 크게 공감하며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에 떠도는 어떤 마음은, 어떤 괴로움은, 때때로 외면하기에 바빠서, 마주 하지 않고 내버려두었기 때문에 어린 마음 그대로 남아있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의 마음이지만, 집요하게 왜 거기 있느냐고,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어보고 따져봐야 거기서 배우게 된다'는 그 말은 '경험'이 안겨주는 소중한 '성장'일테니까.

인간은 '성장'하고, 계절은 '순환'한다. 아마 우리는 저마다 '계절'이 바뀌었구나를 인지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옷차람이나 바뀌는 계절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아 이렇게 시간이 또 흘러갔구나.
나는 이계절, 이시기에 누구를 만났었고, 누구와 연락이 끊기게 되었더라 하는 생각들을 차분히 정리하면 그렇게 또 나이가 들어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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