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닝 창비만화도서관 3
틸리 월든 지음, 박다솜 옮김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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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리 월든의 『스피닝』(Spinning)은 작가가 12년 동안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지내다 그만 둔지 몇년이 되지 않은 21살 때 쓰고 그린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있다. 이사, 전학, 학교생활 과 선수생활, 따돌림, 경쟁, 코치와의 조화, 가족의 부진한 지지, 첫사랑, 커밍 아웃 등의 혼란스러운 성장기의 고민의 흔적들을 담담한 어체로 기술하면서 누구에게나 있었을법한 흔들리던 시기를 떠올리게 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피겨스케이팅 기술 중 '스핀'이라는 것이 있다. 회전력을 얻으면 빨라지지만, 어느시점에 다시 속도를 낮춰 돌아와야 하는지 모르는 삶의 휘청거림은 어지러운 청소년기를 닮았다. 자전적 이야기와 그 시절을 펼쳐 놓은『스피닝』의 틸리를 보면서, 틸리의 사람의 흔들림과 나약함과, 그럼에도 용기를 보면서 우리는 틸리의 '기억'에 대한 회고록을 보는것이 아니라 '느낌'들을 함께 느낀다. 한때 자신의 '전부'를 바쳤던 무언가가 있는가를 묻는다. 매일 똑같이 반복하고, 연습하고, 경쟁하고, 일상 생활패턴의 기준이 되었던 스케이트를 대하던 감정선을 따라가면 틸리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기도 하다가도 위로를 받기도 한다. 세상의 전부와 다름없는 공간에서, 나를 아껴 줄 누군가를, 애정을 줄, 온전히 나를 받아줄 누군가를 끊임없이 기다린다.

'점프에 실패하는 건 점프하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점프의 성공은 다만 준비가 되었는지,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다고 느끼는지에 달려 있었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 질문의 답을 결정했다.' 라며 오래도록 내면의 재워두었던 자신의 목소리를 깨웠을때는 용기를 얻었을때 보다 대부분의 것들을 잃었을 때였다. 때문에 '이제는 링크 밖으로 나와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벽장 밖으로도.' 라며 빛을 잃은 '전부' 였던 것을 놓아두는 장면은 의외로 담백했다. 치열했던 어떤 것과의 이별은 의외로 담담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지녔었던 우리에게도 그때의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우리의 '성장담'의 한페이지도 함께 완성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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