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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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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떠돌이생활 2년차 길고양이 깜냥이는 의뭉스럽고 능청맞으며 도도한 캐릭터이다.
까만색 털을 가진 고양이라서 이름이 깜냥이 이지만,
'스스로 일을 헤아림, 또는 헤아릴 수 있는 능력' 이라는 뜻의 '깜냥'이라는 단어의 뜻을 품고 있어 중의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굉장히 사회적이고 독립적인 고양이로 묘사되는 깜냥과 어울리는 사람들의 대화는 원래 부터 동물과 인간이 대화가 가능한것 처럼 자연스러워 매우 동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은 경비아저씨, 택배아저씨, 아파트 주민 몇 명이다. 동화의 특성이 여기서 잘 드러난다.

깜냥의 눈으로 관찰된 세상은, 동화적인 것 같으면서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깜냥이 만나는 인물들은 각자의 사연과 생활이 있고,
그들의 생활과 잠시 맞닿게 된 깜냥이는 그들의 곁에서 함께 있어 준다. 그 또한 잠시지만, 깜냥이는 그들에게 그 시간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고 그 감사함에 대한 소소한 표현들이 깜냥이를 고양이 경비원으로 있게 해 준다.

따뜻함을 나눠주는 깜냥이의 말투는 '원래~하지만' 이다.
원래 아무거나 안먹지만 먹어주고,
원래 아무데서나 안자지만 잠을 자주고,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돌봐주고,
원래 책을 보거나 춤을 추지 않지만 해주고,
이렇게 원래라면 해주지 않는다는 도도한 고양이의 특성은 츤데레 기질을 발휘하며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을 들어준다. 눈치가 빠르고, 기본적으로는 다정함을 품고 있는 깜냥이만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먼저, 주민들의 민원에 식사도 제때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지는 경비 '할아버지'의 묘사는 어른이 읽기엔 너무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동화에서 조금 빗겨나 현실의 경비원의 노동실태에 대한 현실적인 몇몇 기사들만 찾아보아도 참담하다. 그리고 그건 택배 기사도 마찬가지다.
경비아저씨의 부재로 아파트 입구로 진입못한채로 짐을 옮기기 시작하는 모습에서부터, 수많은 짐들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모습, 그리고 이유없는 항의와 불만, 고된 노동환경까지.
아주 현실적인 문제들을 다루되, 고양이의 시각에서 '본'것만 관찰자의 시점으로 동화적으로 푼다. 어른의 입장에서 읽어서 현실을 풍자한 동화같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를 어린이가 읽는다면, 묘사된 몇 구절들을 보면서 그들의 고됨을 알고 적어도 앞으로 자신이 마주할 경비아저씨와 택배아저씨에게 상냥한 얼굴로 인사하는 어린이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깜냥이가 만나게 되는 또다른 인물들. 바로, 어린이들이다. 201호 아이들과 602호 아이.
이 두 집의 부모님의 부재로 아이 혼자 집에 남겨져 있다는 공통된 특징으로, 맞벌이 부부들의 삶과, 혼자 지내게 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아이들은 동영상을 보기도 하고, 과자를 먹기도 하고, 춤 등의 기타 취미생활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러한 모습들도 요즘 사회를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깜냥은 주민과 경비원에게 피해를 주는 '장난'을 치거나 '층간 소음'을 내는 아이들에게 한소리 해주려고 다가갔었지만,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의 외로움 알게되고 그들에게 함부로 충고나 가르침을 주지 않고 함께 어울리며 잠시나마 외로움을 달래준다. 아이들의 놀이에, 그저 곁에서 함께 있어주는 깜냥의 모습은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부모님과 조금 더 함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조용히 시사하고 있는 것도 같았다.

"어디를 가나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지."
"뭐, 고양이'도' 싫은 사람이 있으니까요."

깜냥이는 인간 사회를 안다. 관계가 마냥 좋을 수도 없다는 것을. 모두에게 사랑 받기위해 애쓰지 않는다. 싫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 이니까.
개인적으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도도하게 내뱉는 저 부분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저런 태도야 말로 매우 고양이스럽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미움받는 다는 사실만으로도 고통스러워 하는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깜냥이는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참 많다."고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고 있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슬픔을 위로하는 따뜻한 사람을 자신이 직접 만나보았기 때문에, 그런 좋은 점들을 깜냥이는 베풀줄도 안다.

"오늘은 어디로 가니?"
"몰라요, 원래 어디로 갈지 미리 정해놓지 않거든요."
"정해 놓은 곳이 없다면 꼭 가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소리잖아"

이 부분도 좋았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니, 라는 먼 미래의 계획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무얼 할꺼니, 라는 당장의 계획을 물어보는 경비아저씨도 좋았고,
"미리 정해놓지 않아요" 라는 여유가 있는 대답에 "꼭 해야 하는 일이 없다면, 당분간은 함께 하자"라는 권유의 대화도 좋았다.

창비 어린이 책 수상작으로, 동화적이면서도 사회의 이면을 잘 묘사하여 시사하는 바도 큰 고양이 해결사 깜냥.
앞으로 경비원 외에 또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시리즈로 계속 찾아오게 될 깜냥이 너무나 기대된다.

#창비#창비서평단#창비좋은어린이책#고양이깜냥#고양이해결사깜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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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 수짱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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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나를 지탱해주는(支える)것-수짱의 인생˝으로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는 건 뭘까?˝라며 수짱은 이번편에서도 열심히 (사회적 통념과 인식에서 그 나이대에 이래야 한다고 규율지어 온 것들과 맞서서) 자신이 살아가는 의미를 찾고있습니다. 40대가 된 수짱과 함께고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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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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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이 있고, 엄마도 할머니도 아닌 단 한 사람의 '나'가 있다.
여자로 태어났으니 아이를 낳고 키운다.
그것만으로 전부가 충족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늙어 간다는 것은 모두 첫 경험. 그것은 어딘가 허무하고 쓸쓸한 기분.
그럴때, '몇살이 되어도 여자로 있고 싶다'라는 말은
                                     우리의 버팀목이 되지 못한다.               -본문 152p-
 
 
 어떤 책이든, 영화든 개인적으로 '중심'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감상한다.
그 중심이란, 이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만들었던 이유나 계기가 될 수도 있고,
한 줄 요약이나 줄거리가 될 수도 있고, 에피소드중 가장 공감을 주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본문에서와 만화에서 best를 뽑아봤다.

 

 내게도 나만 아는 행복이 있는데,
그 사실이 누군가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해도
           별로 상관 없을지도 몰라.  -본문 33p-

 

   마스다 미리는 행복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인가요?"

  " 최고의 행복의 기준치를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어요. 소소한 행복도 모두 행복이니까.

    보여지는 것이 아닌 행복은 스스로 느끼는 것이죠. 행복해야지 라는 생각조차.."

 

  마스다 미리는 이런사람이다. 그러니까 대담에서 마스다 미리를 소개할 때, '일상의 철학자'라는 수식을 붙였을때,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던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만화와 에세이는 모두, 결국 흔하디 흔한 일상의 편린 속에 있다.

  일상의 편린 속에서의 근본적인 질문, 문득 드는 생각의 조각들을 모아서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디딤돌이 되고, 그것은 내가 나로 살아가는데에 힘을 부여한다.

 

  마스다 미리가 말했다.

 "좋아하는 것을 오래하기 위해 일상의 삶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나는 항상 그녀의 책을 읽을때 '슬로우 리딩'을 지향한다. 그녀가 천천히, 그리고 소중히 생각하는 일상인 만큼 그녀가 칸 만화에서 띄어쓰는 글씨 간격처럼, 헐떡이지 않고 천천히 읽고 천천히 생각을 디디며 천천히 곱씹어 본다. 문장과 그림이 눈에서 머리로 넘어가면서, 개별적인 기억과 사상을 건들이고 그 속에서 가지가 뻗어나간다.

 그녀가 이렇게 생각한 부분에 공감해.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 걸.

 그녀가 이렇게 생각한 부분에 공감하지 않아.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걸.  ​

 그녀의 책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결국 그 두가지이다. 공감과 성장.

이번책은, 여자라는 생물이라는 제목으로 여성성을 강조한 것 같지만, 사실 그녀의 책은 늘 그러했다. 10대의 그녀가, 20대의 그녀가, 30대의 그녀가, 40대의 그녀가 겪어가며 생각했던 '여자'로서의 삶의 이야기.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은 여자의 이야기. 늘 그러했다.

 

"20대에는 '결혼'이 생각의 전부를 차지했고,

 30대에는 '사랑'이 생각의 전부를 차지했습니다."

 라고 말하던 그녀는, 30대에 느꼈던 감정들을 모아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라는 책을 냈고,

40대의 지금에 대해 쓰여진 이 책은 그녀가 일상의 삶 속에서 '어른의 성장'을 이야기로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자'가 어떻게 '나이'를 들어가는지에 대한 이야기 라고.

 

 

​  여자로 태어나 살아본 삶은 어때? 라는 질문을,

 다음생에서는 여자로 태어날래 남자로 태어날래로 우회적으로 돌려두곤

 결국 남자로 안살아봐서 모름으로 대답해주는 센스.

이래서 마스다 미리가 좋다.​

 마지막으로, 책 제목에 대하여..

 이전에 대담에서 ​작가 정이현씨가 감탄하면서 어쩜 그렇게 책 제목을 잘 지으냐며, 작명센스가 엄청나다고 칭찬하자, 마스다 미리는 짧고 굵게 대답했던게 생각난다.

 "제목은 편집자가 책 내용에서 선택해서 만들어줍니다."

 

 아마 편집자님께서.. 이번 제목은 저 문장(196p)때문에 고르지 않았나 싶다...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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