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조각
윤강미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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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조각』은 어느 평범한 가족의 특별하고도 소중한 달없는 달밤의 숲속 여행기를 다룬 이야기이다. 

어느날 엄마는 갑자기 멋진 풍경을 보여 주겠며 아이들을 데리고 먼길을 달려 숲 속에 도착한다. 엄마와 이모가 서로 나누는 어린시절 이야기는 아이들이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여서 아이는 이런 시간에 게임이나 했으면 좋겠다며 투덜거리기도 하지만, '아직도 있을까? 볼수 있음 좋겠다!'라며 아이들에게 자신이 보았던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기대하는 그 모습에 마지못해 따라나선다. 숲을 걸으며 개구리소리, 작은 동물의 울음소리와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혹시나 그들이 놀랄세라 손전등도 켜지 않고 이동한다. 그믐밤은 달빛이 없어서 숲을 더 어둡게 만들지만 대신 달맞이 꽃과 별빛이 더 밝게 보이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마주하게 된 노란불빛이 아주 선명하게 다가오게 한다. 
'함께 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내가 너희만 했을때 보게 된 이 풍경을 너희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라며 자녀들을 꼬옥 끌어안자, 아이들은 그 마음을 조금 헤아릴 수 있게 된다. 반딧불이을 맞이한 자연 속에서 아이의 마음은 그렇게 한뼘 자라게 된다. 
아이들의 눈에는 반딧불이 신기하기만 하다. 어둠 속에서 반딧불 무리가 밝히는 그 빛은 신기하고 환상적이여서 마지 그믐밤이여서 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 노란 불빛들이 사실은 달빛 조각들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 불빛들이 모이고 모이면 보름달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아이들은 그 반딧불에 소원을 실어담아 하늘로 올려보내는 몸짓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소원은 개인의 소원이 아니었다. 
'이 어두운 숲을 오래오래 밝게 비춰줘, 그리고 우리도 꼭 다시 만나자'하는 그 자연에 대한 순수한 마음. 우리의 손길과 시선이 닿지 않는 숲을 걱정하며 달빛조각 같은 반딧불을 모아 하늘에 띄우는 그런 상상을 하는 아이는 아마도 처음 만나는 이 숲과 금방 사랑에 빠지고 그러한 숲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달빛 조각』은 부모 세대와 아이 세대의 연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자연과 사람의 상생 관계를 이토록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첫장면은 충전기에 잔뜩 꽂혀져 있는 패드와 핸드폰을 보여주지만, 마지막에는 강과 숲과 반딧불을 보여준다. 그 노란 불빛은 너무나 다정해서 '언젠가 또 이곳으로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오렴'이라고 말해주는것 같았다. 그때까지 반딧불 무리가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머물러 있기를. 할아버지가 보여준 풍경을 엄마와 이모가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던 만큼 사랑하는 마음이 계속 이어져 계쏙해서 이곳에 도달할 수 있기를.

그믐밤, 숲속에서 쳘처진 보물찾기의 보물은, '지키고 싶은 마음' 그것 자체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봤던 멋진 풍경을 네게도 똑같이 보여주고 싶었어'라는 예쁜 마음과  아름다운 풍경이 담겨진 한여름밤의 꿈같은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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