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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블록
키스 스튜어트 지음, 권가비 옮김 / 달의시간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읽는 내내 자폐아를 키우고 있는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어서 혼이 났다. 조카가 재밌다면서 들이대던 마인크래프트가 자폐아와의 소통에 유용하다는걸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되어서 말이다. 그것이 이 작가의 아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인지, 아니면 대부분의 자폐아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지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뭔가 소통하는 계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뭉클하게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 더불어 희망도....
다큐같은 것일까? 했는데 소설이다. 자폐아를 키우는 게임 전문 기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것이라고. 소설이라도 하지만 다큐처럼 읽히는 것도 어느정도는 그 영향이 있는 듯 하다. 경험자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그런 부분들을 잘 캐치해서 썼고, 그런 부분의 대부분은 자폐아와 관련이 되어 있다. 사랑하는 아들이 자폐 스펙트럼에 든다는걸 알게 된 부모들은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예전에 한 드라마에서 아들이 자폐가 의심스럽다면서 진단을 받아 보자는 말에 아빠가 화를 내면서 우리 아들은 그럴리가 없다고, 정상인 아이를 왜 자폐아라고 하냐고 하는걸 본 적이 있다. 거기까진 나도 예상을 한 것이었는데, 그 다음 장면에서 엄마가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남편에게, 나 지금 이 아이 문제만으로도 너무 외롭다고. 나를 더이상 외롭게 하지 말라고...나 혼자 이걸 겪게 하지 말아 달라고. 그 말에 펄펄 뛰던 남자는 여자를 안아 주면서 , 아내의 말에 따르겠다고, 절대 혼자 외롭게 두지 않겠다고 말을 하더라. 아! 현실이 이 드라마만 같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은...현실에서는 종종 엄마 혼자 종종 치면서 모든 것을 다 헤쳐 나가야 하는 것들을 보게 된다. 뭐, 남편이 불성실하다거나 그런걸 고발하려는건 아니다. 남자 역시 힘든건 마찬가지니까. 그저, 사랑하는 부부 사이라도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때 같이 힘을 보태고 서로에게 의지처가 되는건 당연한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소설속에서의 부부도 그렇다.
아이가 자폐아라는것을 알게 되고, 아니 아이가 그 진단을 받기 전, 아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이 부부의 균열은 서서히 커져나가기 시작한다. 소설은 그 균열의 끝, 별거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아이 케어하는 것도 힘든데, 아직 철이 안 든듯 구는 남편에게도 지쳐 버린아내가 남편에게 별거를 요구한 것이다. 과연 이 남편은 다시 아내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아무리 신뢰를 얻으려 노력을 하려 해도, 머리가 몸이 안 따라주는 남편은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까?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차근차근 풀어 나가던 남편의 모습이 인상적이던 소설이다. 솔직하게 자폐아를 키우는 어려움들을 털어놓으면서, 그 해결방안을 찾아 나가는 모습들이 마음으로 다가오더라. 아들이기에, 자식이기에, 생각에 생각에 생각을 하던 , 자신이놓친 것은 없는 것인지, 생각을 거듭하던 모습은 우리가 모두 배워야 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그의 끈기와 사랑에 감사!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인크래프트를 배우고 싶었었다. 이게 그렇게 재밌고 대단한 게임인지 몰랐어서 말이다. 부모하고도 소통이 잘 안 되는 자폐아에게 소통의 계기가 될만큼 재밌는 것이라면대단한 것이 틀림없지 싶다. 아이들이 뭔가 흥미있고 재밌어 하는 것 같으면 일단 귀 기울여 들어봐야 겠구나 반성하게 된다. 결국은 늙어가는 우리는 이제 아이들이 잘 커나가는 것을 도와주어야 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그들이 언제나 잘 커나가기를 기도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