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세계 역시 바로 '데이터화'가 일상화 된 가상의 미래라 보아도 무방하다. 다만 끔찍한 전쟁을 겪고,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 또한 상당부분 훼손되었으며, 무엇보다 과거의 유산인 '종이 문명'이 거의 절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으나 인류는 결국 해당 수 많은 지식 등을 디지털화로 복구하는데 성공해낸다.
그렇기에 책 속의 세계는 굳이 종이책을 만지고, 읽고, 소장하는 것이 더는 필요하지 않는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이책이 존재하는 공간... 사에즈리 도서관에는 수 많은 장서와 독서가, 그리고 와루츠씨라는 사서가 여전히 종이 문명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이 소설은 그러한 장소와 인간 등을 통해서 인간이 끝끝내 종이와 활자의 문화를 저버리지 못한 여러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소설 속 사에즈리 도서관에서만 접할 수 있는 '종이 책의 존재'를 과연 여러 등장 인물들은 (그것들을) 어떠한 가치로 바라보고 있을까? 물론 단순히 시대에 뒤떨어진 골동품과 같은 신기함으로 마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나, 반대로 이를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로 생각하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다양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주인공인 와루츠에게 있어서 '책은 여전히 사람의 손에 의해서 읽혀져야 하는 것'이다.
마치 그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이제 종이책이 지니는 역활은 생명을 다했고, 그 지위 또한 달라졌지만, 해당폐허의 곳곳에서도 독서의 행위 그 본래의 가치는 마치 잡초와 같은 생명력으로 다시끔 소설 이곳 저곳에서 여려 인물들의 사연 속에서 꽃피워진다.
때문에 그는 여전히 도서관의 문을 열고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또 대출을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단 하나 해당 책에 대한 소유권만큼은 그 어떠한 사람들에게 양도할 마음이 없다. 물론 그것의 배경에 그 어떠한 사연이 녹아있는지는 소설의 많은 내용을 접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그가 책을 남들보다 더 사랑하고 또 독점하고픈 욕망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에 있어서, 그 나름 (독자인) 나에게 있어서도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