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코교쿠 이즈키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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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지금도 종이책을 즐겨 읽는다. 이는 달리 말해서 '책을 읽는다' 라는 행위를 위해 여전히 종이책이 가져다주는 '익숙함'에 기댄 생활을 이어 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고 또 새롭게 등장하며, 이에 세상은 굳이 종이책이 아니더라도 이를 대체할 수단이 얼마든지 존재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단말기를 이용한 전자책이 있을 수 있고... 특히 (사실상) 무한정의 정보와 영상을 접할 수 있는 웹사이트나 유튜브 등은 비교적 원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여전히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독서'와 비교하여 현대인에게 쉽게 받아들여지는 일면이 있다 생각이 된다.

그야말로 책의 단어를 빌리자면 현대인들은 점차 종이와 활자로 이루어져 있는 아날로그적 방법보다. 단말기로 접하는 데이터 등을 마주하는데 더욱 익숙해져 가고 있다. 물론 그러한 현상은 종이책에 익숙한 여러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것으로 비추어질 수 있겠으나, 의외로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리 나쁜 현상도 아니다. 실제로 여러 서적이 데이터로 대체된다면 먼저 종이책이 가진 여러 단점이 해소된다. 이는 단순히 종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자원을 아끼는 것 뿐만이 아니라, 데이터화를 거치면서 개인 또한 보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보관하고 소장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소위 오늘날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여러 형태 중 '데이터의 활용'은 더이상 책을 보관하는 장소와 환경 등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오롯이 누리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난 매일 책을 읽지만 우리 딸은 독서가 사치스러운 취미라면서 탐탁치 않아 했죠. 단말기로 보는 영상이나 데이터가 백만 배는 재미있다고 계속 말했어요. 나는 그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봐요. (...)

"지나친 집념은 병인 거지요."

34쪽

각설하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세계 역시 바로 '데이터화'가 일상화 된 가상의 미래라 보아도 무방하다. 다만 끔찍한 전쟁을 겪고,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 또한 상당부분 훼손되었으며, 무엇보다 과거의 유산인 '종이 문명'이 거의 절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으나 인류는 결국 해당 수 많은 지식 등을 디지털화로 복구하는데 성공해낸다.

그렇기에 책 속의 세계는 굳이 종이책을 만지고, 읽고, 소장하는 것이 더는 필요하지 않는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이책이 존재하는 공간... 사에즈리 도서관에는 수 많은 장서와 독서가, 그리고 와루츠씨라는 사서가 여전히 종이 문명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이 소설은 그러한 장소와 인간 등을 통해서 인간이 끝끝내 종이와 활자의 문화를 저버리지 못한 여러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소설 속 사에즈리 도서관에서만 접할 수 있는 '종이 책의 존재'를 과연 여러 등장 인물들은 (그것들을) 어떠한 가치로 바라보고 있을까? 물론 단순히 시대에 뒤떨어진 골동품과 같은 신기함으로 마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나, 반대로 이를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로 생각하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다양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주인공인 와루츠에게 있어서 '책은 여전히 사람의 손에 의해서 읽혀져야 하는 것'이다.

마치 그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이제 종이책이 지니는 역활은 생명을 다했고, 그 지위 또한 달라졌지만, 해당폐허의 곳곳에서도 독서의 행위 그 본래의 가치는 마치 잡초와 같은 생명력으로 다시끔 소설 이곳 저곳에서 여려 인물들의 사연 속에서 꽃피워진다.

때문에 그는 여전히 도서관의 문을 열고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또 대출을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단 하나 해당 책에 대한 소유권만큼은 그 어떠한 사람들에게 양도할 마음이 없다. 물론 그것의 배경에 그 어떠한 사연이 녹아있는지는 소설의 많은 내용을 접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그가 책을 남들보다 더 사랑하고 또 독점하고픈 욕망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에 있어서, 그 나름 (독자인) 나에게 있어서도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사에즈리 도서관의 장서는 수십만, 수백만의 돈을 주셔도 양보해드릴 수 없습니다. 단 한 권도 (...) 그 책은...(...) 제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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