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열두 달 -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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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도 '고대 이집트 문명'에 호의를 느끼는 수 많은 관광객들이 해당 유적 등을 접하기 위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때문에 대표적인 피라미드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신전과 조각들을 마주하면서, 이에 제일 먼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란 대략 '미지와 신비' 또는 '경의'가 아닐까 하는데, 의외로 이 책은 오래전부터 정석에 가까운 위의 세가지 감정에서 벗어나 보다 평범하고도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 즉 인간의 삶 속에서 여러 복잡한 환경과 상황이 만들어내는 각각의 감정들을 열두 달의 시간에 비추어 표현하고 있다.

물론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오늘날까지 발전한 고고학적 발견과 정립으로 인하여 이제 (현대의)많은 사람들 역시 고대 이집트인들이 단순히 권위와 채찍에 복종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더욱이 피라미드를 건설하는데 동원되어진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급여와 행정력이 당시 다른 여느 문명과 비교하여 선진화되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역시나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이란 단순히 해당 문명에서만 발견되는 특이점보다는 현대인들이 접해도 그리 낮설지 않은 합리적이고 대중화된 인간의 평범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감상이 든다.

누가 파라오가 되든 우리는 여전히 매일 강에 나올거야.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지(...)

실제로 투트모세3세의 치세와 죽음 그리고 이후 후계로 이어지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저자가 써내려가는 것은 문명의 발전과 시기의 특징이 아니라, 이를 구성하는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저마다의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은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 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풀어가는 것이다. 때문에 책 속에서 어부와 농부 그리고 한 가정을 책임지는 남자와 그 아내의 삶과 함께, 군인과 의사 서기관과 같은 사회적 엘리트집단의 사고방식에 이르기 까지 적어도 해당 제국을 지탱한 뿌리이자 기둥들이 저마다의 최선의 길을 모색하며 살아가는 것은 문명 여느 문명사를 접하는 것 이상의 리얼함과 재미를 맛보게 하게 충분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 이집트는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독특한 세계관을 구성하고 또 이를 계승해온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사자의 서'가 신이자 절대자인 파라오 뿐만이 아니라, 이하 인간에게 있어서도 커다란 가치를 지닌 것은 인간이 삶 이후 죽음을 마주하며, 보다 고대 이집트의 정신과 세계관에 기대어 안정을 얻기에 필수 불가결인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다 폭넓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그들의 정신적 뿌리이자 선.악을 판별하는 정의, 또는 도덕적 잣대를 형성하는 내면의 가치 등이 그 무엇에 근거하고 있는가?를 물어본다면 어쩌면 그제서야 고대 이집트와 현대를 나눌 수 있는 차이점... 즉 그들만이 공유하는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떠난 파라오에 대해 종종 비꼬는 말을 했던 바키도 (...) 압도당한 건 마찬가지였다. (...)바키는 자신이 눈물을 떨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

223쪽 어부

결국 고대와 현대 서로 극명한 시대를 살았던 시대를 구분하는 것은 단순한 해당 시기간의 '시간적 간격'만이 아니라, 무엇이 이들을 문명인으로 만들었는가에 대한 정신적 본질을 발견하는 것에 있는 것이다. 다만 그러한 정신을 제외한 일상과 삶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보면 인간은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와중 보다 휴식을 원하고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원하며, 특히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보람과 의미 등을 발견하기를 원하는 것이 꼭 같다. 이에 적어도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이집트인들 또한 그 누구보다 자신을 소중히 했다는 점에 있어서 현대인 못지않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지 않은가 한다. 흔히 인간이 느끼는 기쁨과 슬픔의 감정... 즉 희로애락에 대해서만큼은 시대와 동서양을 나누지 않는 인간 모두가 공감할 만한 본질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한 다양함을 담은 도가니야 말로 '문명'과 '국가'라 불리우고 정의되어질 자격을 가진다.


저승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금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아메네모페트는 회의적인 기분이 들었지만, 어쨌든 지금 걱정이 되는 건 자신의 앞날이였다.

212쪽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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