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개가 달라졌어요 - 하룻강아지를 명견으로 바꾸는 눈높이 트레이닝!
후지이 사토시 지음, 오경화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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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우리는 개를 키워본 적이 없다.

고양이를 한 번 키웠다가 헤어지는 과정에서 온 가족이 큰 슬픔을 감당해야했던 기억 때문에 다시는 애완동물을 키우지 말자고 다짐했더랬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건 금붕어와 거북이 같은 관상용 동물이었다.

그래도 이따금씩 TV 동물농장이나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프로에 출연하여 인간을 감동시키는 개들을 보면 너무 키우고 싶고 그 주인들이 부럽기도 한 적이 많았다. 주인을 위해 자기를 온전히 희생시키는 그 충견들은 눈물을 뚝뚝 흘릴 만큼 감동을 주기도 했고, 혼자 사는 독거노인을 지키며 외롭지 않게 동반자역할을 하는 모습에서는 사람들에게서도 쉽게 느끼지 못한 온정마저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주인을 정말 속상하게 할 정도로 말도 안 듣고 곤란하게 하는 녀석들도 있었는데 이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어렵지 않게 해결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놀라웠던 건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애완견을 대하는 것이 오히려 그들 관계에 독이 될 수 도 있다는 사실이었는데 이런 내용들이 바로 이 책에 고스란히 나온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명견 조련사 후지이 사토시라는 사람으로 개 훈육에 있어서는 이미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동안 겪고 직접 훈련한 방법들을 통해 무엇이 잘못되고, 어떤 방법으로 개를 훈육해야 하는지를 요점만 콕콕 찝어서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트레이닝 방법은 ‘조용하게’, ‘차분하게’하는 것으로 꾸짖고 칭찬하는 방법에도 요령이 있었다. 흔히들 개를 꾸짖을 때는 눈을 마주보며 위협하거나 큰 소리로 성을 내는 형태를 취할 것이지만 그는 이런 방법들이 잘못된 것이고 개의 훈육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나 때리거나 체벌을 통해서 꾸짖는 행위는 주인에 대한 불신감이나 공포감을 갖게되어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 대신 가장 좋은 방법은....꾸짖지 않는 것이다. 다만 새로 시작하기와 천벌의 방법으로 개를 훈육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주종관계를 확실히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그의 오래된 경험을 통해서 입증된 것이기 때문에 그 효과성은 확실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았던 부분은 아무리 애완견이 예쁘고 사랑스러워도 무조건 다 받아주거나 사랑만을 주면 안 된다는 것, 주인과 개의 주종관계를 확실히 정립시켜야 그 관계가 오래도록 유지되고 강화된다는 사실이었다.

때때로 영특하게만 생각되었던 개의 행동들을 주인이 오히려 잘못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 나중에는 더 큰 혼란을 야기 시킬 수 있음을 책을 통해 배웠다.

이 외에도 책에서는 다양한 트레이닝 노하우와 견종에 따라 걸리기 쉬운 질병들, 그리고 청결관리에 이르기까지 유용한 지식정보를 빼놓지 않고 알려주기 때문에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서 다양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훌륭한 조련사가 아니고 특별히 이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하더라도 우리가 개의 눈높이에 알맞은 훈육방법을 익히고 트레이닝 시킨다면 당신의 개는 명견이 될 수 있음을 기대해도 좋다.

바로 이 책과 함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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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크레이그 실비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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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일에 총이나 칼이 없어도 가능하고 한 번도 보지 못한 타인을 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 수 있는 이 시대에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못해 스산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재스퍼 존스라는 녀석이.

 

코리건이라는 작은 탄광마을에서 이 녀석은 “재스퍼 존스 = 문제아, 망나니, 절대로 가까이 하지 말아야 경계대상 1호” 라는 공식이 성립된 지 오래다. 비슷한 또래의 누군가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재스퍼 존스와 같이 있었니?’라는 질문이 먼저 시작되고, 그 대답에 예스라고 한다면 이 아이는 나쁜 녀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수를 했다는 식으로 옹호되고 쉽사리 용서된다. 모든 잘못은 재스퍼 존스에게 떠넘기면 되니까.

그런데...문제는 뭐냐면, 정작 재스퍼 존스의 실체를 아는 이가 이 동네에선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그의 여자 친구 ‘로라’가 죽기 전까지는 재스퍼 존스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존재했을 테지만 이제 그녀의 존재도 사라져 버렸다.

아니, 그녀의 죽음에 범인으로 몰릴 처지에 놓인 재스퍼 존스, 그런 그가 실제 범인을 찾기 위해 도움을 청한 이는 다름 아닌 ‘찰리’였다. 찰리 또한 재스퍼 존스와는 다른 형태로 이 마을의 왕따였지만 왕따는 왕따를 알아본 걸까? 평소 친분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찰리지만 같은 아픔을 가졌기에 당연히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자리한 것인가?

그날 밤 두려움에 떨던 재스퍼 존스가 우연히 찰리 방의 불빛이 켜진 걸 보았다 하더라도 그가 다른 사람이 아닌 찰리였기에 모든 사실을 털어 놓고 도움을 요청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 그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아무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뭔가 엄청난 사건에 관여하게 된 찰리는 재스퍼 존스에 대한 의심과 신뢰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그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또 그 시간들을 통해 진솔한 대화를 하면서 점점 재스퍼 존스에게 이 마을이 얼마나 가혹하고 무서운 곳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절친 제프리 루는 베트남계라는 이유로 그와 그의 가족이 이 마을의 또 다른 희생양임을 지켜보게 된다.

 

이렇게 비극적인 인물들과 왕따, 편견, 인종차별 등으로 얼룩진 이야기들이지만 찰리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비극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씁쓸한 위로마저 느껴지는 그들의 허풍과 만담같은 언어유희놀이, 독창적이고 희망적이기까지한 방법으로 세상에 저항하는 그들만의 용기 속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세상을 배운다.

여기에 찰리의 순박하고 짜릿한 첫 사랑의 감정이 양념처럼 더해져서 소설의 읽는 맛은 한층 더 끌어올려진다.

이 책에서 재스퍼 존스가 문제라는 말은, 재스퍼 존스가 사는 마을과 그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문제라는 것으로 정작 재스퍼 존스의 악행은 찾아볼 수 없기에 더 우습기만 했다.

오히려 재스퍼 존스와 찰리, 재프리 루야말로 온몸으로 세상에 부딪히고 깨지면서도 열정적으로 그들의 삶을 살아갔고 마을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문제였던 거야’라고 소리치고 있었음에 나는 열광하게 된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악플러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나 역시 그 중 한명일 수 있고,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나 친구들 역시 누군가의 악플러가 된 적이 있을 것이기에 결국은 우리 모두가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였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럴싸하게 꾸며진 이야기를 진실로 믿고 비겁하게 숨어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을 내 지난날의 오만함에 반성하면서...

인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무거운 주제를 안고 있는 이 소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일 수 있었던 데에는 저자가 순수한 한 아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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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퍼케이션 1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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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하다던 그의 전작 [퇴마록]도 읽어보지 않은 나는 이 바이퍼케이션 시리즈가 그와 조우한 첫 작품이 된다. 본래부터가 피가 난자하거나 폭력성이 다분한 영화와 매체들을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 짙어서 그의 전작들은 나와 아예 인연이 없었던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하니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고 과연 마지막 3권까지 읽어나갈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좀 있었음을 미리 고백한다. 아니나 다를까, 1권의 몇 장을 읽지도 않았는데 엽기적이 살인 행각들을 묘사한 글들에서 울렁증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지 못했던 건 작가의 지적 역량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기 때문에 뭔가를 새롭게 알아간다는 지적 즐거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책이 그저 그런 엽기 호러판타지처럼 어떤 위대한 능력을 가진 악마의 파렴치한 행위만을 자극적으로 묘사하고 추리물 형식으로 해결하려 했다면 아마도 중간에 그냥 책을 덮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범죄심리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신화적 해석을 곁들여 사건속에 녹여내는 치밀한 구성으로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었고, 한 발 더 나아가 작가 스스로가 그런 지적 유희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해리성 정체장애를 보이는 두 인격의 여자 헤라를 보면서 우리는 어쩌면 우리 자신도 모르게 내재해 있을지 모를 잠재력의 힘을 은근히 동경해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특수한 사건이나 상황에 닥치면 현재까지의 자아를 부정하기도 하고,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가공의 인물을 스스로가 만들어 내거나 일시 기억상실이라는 편리한 장치로써 자신을 보호하기도 하는 다양한 심리적 반응들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맥락으로 볼 때 소설에서 보여주는 헤라의 불가사의하고 엄청난 이상능력이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100% 허구라고 부정하기가 쉽지 않다.



책 속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보통 무법자나 범죄자들은 법을 피하거나, 무시하려고 애쓰죠. 허나 그것도 법을 의식하고는 있어요. 그러나 괴물들은 법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조차 없어요. 즉 선악의 구별이 없다는 거죠. 그게 가장 무서운 겁니다.” - p. 121

 

즉, 선과 악의 구별조차 하지 못하는 괴물과 온전한 인간들이 벌이는 사투는 어쩌면 진짜 인간 vs 인간의 싸움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제는 각종 범죄들에서 제법 접하고 있는 사이코패스들이 바로 이런 감정을 지닌다고 알려졌는데 그들은 희생자들을 무참하게 살해하면서 그 사람이 얼마나 고통이 심할까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다고 한다. 허나 이들은 그들이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라 할지라도 그들 자체가 인간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랬기에 어느 순간 괴물 헤라, 그런 헤라에 쉽게 조종당하는 인간 가르시아 형사와 프로파일러 에이들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도 있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판타지 소설을 통해 선과 악의 명확한 두 얼굴을 가진 우리 인간을 제대로 만나본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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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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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헛다리 짚었다.
가미가제라는 책 제목의 단어, 검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한 청년의 우울한 듯한 눈동자만 보고 난 이 이야기가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도 비극적인 이야기일거라 또 제멋대로 해석해버렸으니 말이다.

그런데 몇 장을 읽기도 전에 어라? 작가로부터 풍기는 글의 뉘앙스가 발랄하기 그지없었다. 인물들을 하나하나 묘사하는 필력도 섬세하면서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리얼하기 그지없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 역시 새로운 이야기꾼을 만난 것처럼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런 연휴로 나는 이 책을 펼치기가 무섭게 읽기 시작해 결국 마지막장을 덮고서야 자리를 뜨는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오랜만의 경험도 했다.

자, 그렇다면 ‘미실’이라는 전작으로 이미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별아 작가가 이 책에서는 어떤 인물들을 만들어 독자들에게 드러내 놓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먼저, 열혈청춘의 모던뽀이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그의 부(父) 백정의 아들 훕시가 있다. 돈이 최고라는 현실의 이치를 일찍이 깨닫고 물불 안 가리고 돈을 벌어들였고 마침내는 백정의 피를 숨기고 새로 족보를 사 진주 하씨(하계운)로 개명한다. 허나 이것도 부족했는지 완벽한 핏줄의 재탄생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다가 몰락한 족보 있는 양반집 규수를 낚아채고 이 둘 사이에서 이 책의 주인공격인 하윤식이 태어난다. 물론 위로 형이 한 명 있었지만 그에게는 또 예기치 못한 탄생의 비화가 숨겨있었으니 아무튼 이 집 족보 참으로 더럽게 엉켜있는 게 분명했다.

때는 바야흐로 일제 강점기로 우리 민족에게 너무도 큰 아픔과 고난의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올 시기였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그저 딴 세상 사람인양 호위호식하면서 청춘을 개망나니처럼 즐기고 살 수 있었다. 이는 그 아비의 완벽한 친일파 짓거리와 타고난 사업수완, 그리고 깡 덕분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일제강점기의 동시대를 살아가는 녀석이 민족의 아픔을 너무 모른다 싶다. 이걸 순진하다고 하기에는 그 시절 진짜 순수했을 민중들에게 미안할 것 같고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물질의 혜택을 당연한 듯 누리며 아비의 길을 따를 정도로 영악했다고도 할 수 없다. 그렇게 사리분별을 정확히 할 줄 알았다면 앞뒤 재지 않고 순수함과 똘끼(?)로 형을 대신해 학도병에 지원하고 전쟁터로 끌려갈 일은 애당초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랑하는 여자를 형에게 부탁하고 떠나야만 하는 비통한 사랑의 아픔이 가슴을 후벼 팠지만 그래도 이 모던뽀이는 멋진 ‘남자’로 남기로 결심했고,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이 하윤식이라는 인물은 암울한 시대에도 고생 한 번 없이 편히 자란 행운아 같지만 또 한 편으로는 생각해보면, 그 시대의 가장 비극적인 희생물 중 하나가 바로 그가 아니겠는가? 있는 집 놈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징집을 피하느라 바쁜데 그는 뼛속까지 속물인 아비를 둔 덕에 혹은 지나치게 단순무식함 때문인지 제 발로 목숨 내놓고 전쟁터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말이다.

 작가가 책에도 밝혔지만 이 비극 속에서 가장 희극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을 내세워 더욱 비극적으로 그려낸 주인공이 바로 이 모던뽀이 하윤식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인생이 시종일관 비극으로 치달아 가는데도 나는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 그가 내 뱉는 한 마디에 그리고 그가 세상을 대하는 지극히도 무덤덤한 태도에 픽픽 웃어 제꼈다.

아무리 그래도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의지가 생기는 법이고, 세상에 대해 쓰디쓴 욕지거리라도 해야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우리의 주인공도 급기야 한 마디 내 뱉는다.

“ 왜 나야? 왜 내가 죽어야 해? 이유도 모르고 목적도 없이, 남의 나라, 남의 전쟁에서?” 라고.

그래도 약하다 약해. 나 같으면 앞에 “씨파~”라고 거칠게 한 마디 더 붙였을 텐데 말이지.

그래서 난 이 부분에서 급기야 울컥했다. 하~ 이놈이 진짜 시대의 피해자가 되는 구나 싶어서. 그 시대에서조차 호위호식하면서 자유를 누리던 놈이 다른 어떤 이들보다 더 거지같이 세상에 버려지는구나 싶어서 말이다.

그렇지만 끝까지 버텨라. 너도 제대로 한 세상 살아봐야 하지 않겠니? 가슴이 데일만큼 뜨거운 사랑도 다시 해보고 가와모토가 아닌 하윤식으로 당당하게 살아 주었으면 하고 나는 바랬다. 이것이 바로 내가 너, 하윤식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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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6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7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7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S 원숭이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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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사카 코타로는 범상치 않은 소설가가 맞다.
그동안 일본소설을 많이 읽어왔고 이사카 고타로의 글 또한 내 기준으로 일본소설풍이라는 느낌은 들지만 어딘가 차별화 되면서 읽고 나면 독특한 잔상들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뭔가 딱 부러지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 그 찜찜함이라고 할까?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직업이나 성격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지 않아 이들의 설정이 글을 읽는 또 다른 묘미를 주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번에는 서유기의 주인공인 원숭이부터 평범하지 않은 부업(?)을 하는 엔도 지로, 그리고 치밀한 성격이 질릴 정도인 시스템 품질관리 이가라시 마코토까지 이번에도 역시 평범한 캐릭터는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엔도 지로의 부업이란 바로 악을 쫒는 엑소시스트다. 왜 있지 않은가? 옛날 영화를 보면 악에 씌인 주인공들이 괴로워할 때 신부복장을 한 사람이 성수를 뿌리며 악을 퇴치하는 그런 장면 말이다. 옛날도 아니고 현대사회에 그런 일을 부업으로 하는 사람이니 도대체 이 소설에서 저자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점점 궁금해진다.

또 한가지, 엔도 지로는 누군가 곤경에 처해있거나 고통스러워하면 그것을 참지 못하고 어떻게든 도와주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괴로워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솔직히 본인은 그냥 지나치고 싶기도 하는데 더 근본의 자아가 그것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에게는 왜 그렇게 누군가가 “SOS"를 외치는 것인지.

이야기는 이 엔도 지로와 이가리시 마코토, 그리고 은근슬쩍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이 소설에서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역할인 원숭이와 히키코모리 마사토가 서로 알게 모르게 엮이면서 진행된다. 즉 이들 사이에서도 돕고자 하는 이, 도움을 청하는 이가 있어 서로를 부르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도 마찬가지로 어디선가 “도와달라”고 외치고 있음에도,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곁에서 마음속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데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인간이란 어차피 100% 완전히 악한 사람도 선한 사람도 없기에 어떨 때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인이 되기도 하고 남에게 엄청난 해를 끼치는 악인이 될 수 도 있음을 저자는 은근히 우리에게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바롱과 랑다는 사람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 같아. 선한 마음이 바롱, 악한 마음이 랑다.
한 인간에게는 선한 부분과 악한 부분이 공존하고 그 둘이 늘 서로 얽혀 싸운다는 거지.“
“결론이 나지 않는.”
“응. 아마도 균형이겠지. 그것을 표현한 게 바로 바롱 댄스야. 마사토는 이 이야기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어.”

“완벽하게 선한 인간이나 완벽하게 악한 인간은 없다고.” - p. 165

 

자, 그렇다면 귀를 한 번 쫑긋 세우고 마음의 문을 열어보자.
누군가가 간절히 "SOS"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당신에게 그들에게 작은 손은 내밀 여력이 있다면 제발...제발....지나치지 말자.
그들에게는 당신의 작은 도움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호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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