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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 단 한 걸음의 차이
샤를 페팽 지음, 김보희 옮김 / 미래타임즈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극장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기생충’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1년 전의 내 마음이 딱 이랬더랬다.
자기계발서를 치열하게 읽고, 자신감을 찾기 위해 관련 책들을 다독하고, 저자들의 강연회를 찾아다니며 계획적인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온 에너지를 쏟았다. 아니 그 계획된 삶을 바탕으로 성공하는 삶을 만들어 가는 게 더 최종 목적지였다.
그런데 계획과 달리 번번이 실패하고, 계속되는 도전과 실패는 나란 인간에 대한 회의감으로 더 비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주인공처럼 계획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 굉장히 우울한 시간들 속에서 허우적대고는 했다. 그 실패의 원인으로는 시기가 안 좋아서, 노력이 부족해서라는 다양한 이유를 꼽으며 버텼지만 추락하는 자신감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남은 한 줄기의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한 노력이 이 책에서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한 방법이었다.
「 자신감 훈련법이라고 하면 흔히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어제보다 나은 하루가 될 거라고 외쳐라’,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거울 앞에 서서 당신은 멋진 사람이라고 반복하라’, ‘크고 또렷한 목소리로 자신의 목표들을 외쳐라’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어리석고 해로운 방법이다. 인간의 정신이 복잡하다는 것을 무시하기에 어리석고, 불안감에 빠진 사람은 스스로를 더욱 탓할 위험이 있기에 해롭다.
나는 자신감이 없는데, 자신감을 얻기는 너무나 쉽다는 듯이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동기부여를 하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면, 그런데도 나는 다시 실패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스스로에게 더 큰 책임을 지우고 더 많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겠는가? 나는 이러한 방식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깨닫고 적잖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 P. 196~197
내가 선택한 방법이 왜 실패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저자의 변이다. 물론 위의 방법으로 자신감을 조금이라도 회복한 사람이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받아들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을 다 다르니까. 하지만 적어도 나는 저런 방법으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건 분명했다. 저자의 말처럼 내 사고는 프로그램처럼 껐다 켜는 방법으로 매뉴얼 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감을 잃어가던 내가 찾았던 방법은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내 욕구에 좀 더 충실하기, 타인의 시선에 덜 민감해지기였다. 나는 원하지 않는데 이렇게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강요된 희망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하지 않은 불안감에 힘들어하기 보다는 뭔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쌓은 에너지를 나에게 더 집중하려고 애썼다. 또한 계획과 목표로 빽빽이 채워졌던 다이어리에는 오늘의 감사일기 3줄로 대체되기 시작했고 나는 드디어 나란 인간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한동안의 무력감과 회복되지 않는 자신감이 왜 그랬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좀 더 빨리 이 책을 읽었더라면 헛된 자신감 회복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래도 나름 스스로 회복하는 길을 찾았던 것 같아 다행이고 지금은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상태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저자 역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을 때, 자신을 직관하고 신뢰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고 말한다.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결정과 선택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사소한 것부터 결정하는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연습해 갈 수 있다. 단순한 일을 반복하면서 작은 성공의 경험을 계속 축적해나가고 과감히 세상을 향해 행동을 시작함으로써 주변의 도움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런 변화를 시작으로 우리는 자신을 확신할 수 있고 불안한 현실과 마주설 용기를 얻고 움직일 수 있다.
뭐든 시작이 중요한 것 같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현재 내 모습이 되지 않으려면 일다 나를 믿고 부단히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며 과감히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단 한걸음 내딛는 힘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될 세상은 참으로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