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독서 -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여행자의 독서 1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는 머리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다!”

저자가 서문에 밝힌 이 문장이 바로 이 책의 요지를 한 줄로 요약해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참 이상한 책이다. 동화책에나 나올 것 같은 예쁜 마을의 모습, 당장이라도 달려가고픈 아름다운 자연풍광을 찍은 사진을 보면 여행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은데, 그곳에서 저자가 읽었다는 책 소개를 보면 여행은 무슨, 이 책이나 빨리 읽어보고 싶군. 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에 어쩔줄 모르게 되니 말이다.

 

나는 이내 책을 읽다가 잠깐 덮어놓고 곰곰이 생각해보기 시작한다. 나도 어떤 소설을 읽다가 그곳에 꼭 한 번 가보자!라고 생각한 곳이 있었던가?

그러자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이 칠레의 ‘이슬라 네그라’였다. 이 책의 저자는 칠레를 여행하면서 [영혼의 집]을 떠올렸지만 나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으면서 칠레를 떠올렸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쓴 이 멋진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나는 왜 그렇게 이슬라 네그라의 파도 소리를 내 귀로 직접 듣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마리오가 네루다를 위해 그곳의 파도와 바람소리를 녹음해서 보낸 것처럼 나도 그렇게 누군가를 위해 그 자연의 소리를 녹음해 보고 싶었다. 허나 현실은...아직 이런 상상들이 여전히 동경이요 꿈이라고 느껴지기에 그럴 때면 마트에서 급히 사온 칠레산 와인을 한 잔씩 홀짝이면서 떠나지 못하는 슬픔을 스스로 위로하고는 했었다.

 

푸른 바다가 일렁이는 바닷가에 앉아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또 마을 어딘가의 우체국에서 부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로망을 가슴속에 고이고이 간직해온 나는 언젠가 그곳에 간다면 마리오의 열렬한 구애를 받았던 여인 베아트리스가 일했을 것 같은 주점에서 와인을 맛보고 싶다는 상상도 함께 해본다. 이렇게 칠레의 작은 섬은 이 책 한권 속에서도 나에게 낯설지 않을 여행의 로망을 한 아름 안겨주고 있었다.

 

 

그럼, 또 다른 곳은 어디일까? 음...이번에는 이탈리아다.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일본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일본이 아닌 이탈리아에 바로 필이 꽂혔다. 동명의 영화를 보고 나니 이탈리아의 멋진 배경들이 아른아른 거려서 더욱 그런 유혹이 강해지기까지 한다. 책 속 주인공 아오이와 준세이처럼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대성당의 꼭대기에서 누군가와 멋지게 재회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또 혼자만의 쓸데없는 망상을 시작하게 하는 이 책.

아..오늘 저녁엔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으면서 이탈리아를 또 여행해보자 생각한다.

 

“끝이 안 보이는 긴 여행길에 절대로 끝나지 않을 책 한 권을 갖는 것. 그것은 여행자가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최고의 보물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파이 이야기]처럼 너무 단숨에 읽히는 책은 긴 여행에 적합하지 않다. 출장 같은 여행에나 그럭저럭 어울릴 뿐.” P.186

 

내가 지금껏 떠나본 여행길의 동행은 책보다는 음악이었다. 나에게 있어 여행지는 쉬고 느끼고 되돌아보는 여정이 아닌, 보고 먹고 새로운 경험을 하느라 정신이 없을(?) 그런 빠듯한 시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면 잠시 숨고르기에 제격인 것이 음악이었다.

눈을 감고 감미로운 음악 속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아픈 다리를 끌어안고 찡그렸던 내 이마의 주름살이 펴질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여행의 동반자를 책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찾아가려는 목적지와 어딘가 코드가 딱 맞아 떨어지는 책! 그런 책을 가져간다면 그곳에서는 눈으로 읽는 게 아닌 몸으로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마저 든다.



그렇다면 다음 번 나의 여행기에 동행할 최초의 책은 무엇이 될까?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여행지가 아닌 여행지에 동행할 책 때문에 설렌다니...책 한 권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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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0-12-01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칠레산 와인을 홀짝이면서 떠나지 못하는 슬픔을 스스로 위로하셨군요!
저는 몽골에 가고 싶은데 말이죠.
한국에서는 마유주를 파는 곳도 없고, 마두금을 들을 곳도 없네요.

영원한 청춘 2010-12-08 00:29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은 몽골에 가고 싶어하시는군요.
마유주라..왠지 걸쭉하고 고소할 것 같다는...사실 잘 몰라요^^
언젠가 떄가 되면 저는 칠레를, 감은빛님은 몽골을 갈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