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그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에 호기심이 간 건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광고 때문이었다. 솔직히 지금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신간들을 보면 별의 별 상의 타이틀이 참 많다. 하나도 모르겠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노벨 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은 작가나 작품의 상세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일단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어서 좋다. 그만큼 신뢰도가 크다는 것도 한 몫 할터이고.

 
헤르타 뮐러라는 작가의 이름도 생소하기만 한데, 작품의 내용은 수용소의 비참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니 작품의 표지처럼 음울하게만 느껴진다. 하얀 천으로 눈을 감은 채 온 몸을 웅크리고 있는 표지의 인물이 더 없이 쓸쓸하고 외로워 보인다.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말해주려는 것일까?

그동안 수많은 영화를 통해 강제 수용소의 삶에 대해 대강의 밑그림은 가지고 있었다. 어떤 영화는 보는 내내 눈물을 훔쳤을 정도로 인간의 잔혹함과 비참함에 대해 괴로웠던 적도 있었다. 그랬기에 책은 좀 덜 할 줄 알았다.

그런데....이건 완벽하게 나의 착각이었다.
어떻게 글로 써 내려간 이야기가 영화장면보다 더 생생하게 마음을 날카롭게 파고 드는지, 열 일곱 독일 소년이 겪었을 그 생활들이 머릿속에서 자유자재로 그려지는 통해 읽는 동안 책을 몇 번이나 덮었다가 펼쳤는지 모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해지는 그 이이기들을 담담하고도 예술적으로 쓰고 있는 이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글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싶어 수많은 밤들을 아픈 가슴으로 지세우지는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처참하고 끔찍하고, 희망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수용소의 삶.
더욱 끔찍한 것은 인간이 가진 본능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생존의 욕구마저 소멸해 버리는 상태에 이른다는 것이다. 책에 이런 부분이 나온다.

어느 늦은 밤, 한밤중에 점호 장소로 모이라는 확성기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차례로 줄을 서고 총살을 당할 것이라고 그들은 짐작한다. 그러자 주인공은 되도록 앞자리에 서기 위해 앞줄로 파고든다. 죽기 전에 시체를 트럭에 싣는 일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상상이 가는가?
총살을 당할 것임을 알면서 스스로 앞줄로 들어선다는 것을. 죽음의 순간에서는 누구나가 공포에 떨며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것이 인간이라고 난 늘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열 일곱 소년은 죽을 걸 알면서 앞 줄에 서고 싶어했다. 단지 먼저 죽어간 사람들의 시체를 치우는 일이 싫어서.

도대체 어느 정도가 되면 이렇게 자신의 삶마저도 아무렇지 않게 내던져질 수 있는 것인지.... 사실 책을 읽다보면 수용소에서 버틴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 희망이라는 것을 잃지 않으려 애썼지만 참 힘들었다.
한 인간을 마음 깊숙한 곳까지 파괴시키고 영혼마저 통째로 오염시킬 수 있는 비극의 삶. 그런 최악의 삶이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글로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당신은 손수건이 있나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작가가 청중에게 던진 물음이다. 이 책 숨그네에서도 이 손수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눈처럼 새하얀 아마포 손수건. 소년은 이 손수건이 자신을 수용소에서 보살펴준 단 한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저자에게도 집을 나설 때마다 어머니의 물음에 존재하는 손수건은 그녀가 불친절한 현실과 세상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이요, 위로였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한없는 위로가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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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2010-08-0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문학동네 편집부의 고우리입니다.
이번에 제작하는 소책자 <헤르타 뮐러 스페셜북>에 독자님의 리뷰 일부를 게재하고 싶어 사용 허가 요청 드립니다. ^^ 보시는 대로 답글 또는 메일kupsch@naver.com로 허락 여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용하려는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 인간을 마음 깊숙한 곳까지 파괴시키고 영혼마저 통째로 오염시킬 수 있는 비극의 삶. 그런 최악의 삶이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고맙습니다.


문학동네 2010-08-09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진행 일정이 급해 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책 나오면 한 부씩 보내드리겠습니다. 메일로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영원한 청춘 2010-08-18 02:14   좋아요 0 | URL
아...이제야 댓글을 봤습니다. 저야 영광이지요.ㅎㅎ
위의 메일로 주소와 연락처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