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미국을 한자로 쓸 때, 일본은 '쌀 미(米)'자를 사용하고, 우리는 '아름다울 미(美)자'를 사용한다. 이러한 차이는 우리가 미국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우리는 미국을 아름다운 나라, 영원한 우방으로 인식한다.
정부 발표나 매스미디어를 통해 접한 미국인들의 모습이나 서부영화나 할리우드영화를 통해 파편적인 지식만 갖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잘 아는 것으로 착각하는 나는 사실 미국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 것이 하워드 진 교수와 노암 촘스키 교수가 쓴 책들이다. 목록을 채우는 대부분의 책들이 미국을 아름다운 나라, 영원한 혈맹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들 눈에는 너무 위험하고, 금기를 건드리는 책일 것이다.
특히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를 읽으면서 자랑하고 싶은 것만이 역사가 아니며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의 역사라는 것을 인식하고 후손들에게 수치스러운 역사, 추악한 역사도 제대로 알려주고, 다시는 그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는 역사서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미국민중사>를 만화로 각색한 책으로 텍스트 위주의 책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울림을 준다. 사진과 삽화들이 역사 현장에 있었던 것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불어넣어줘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너무 좋다.
인디언 학살의 역사는 물론이고 흑인 차별의 역사, 제국주의 시대에 미국이 약소민족을 학살하고 수탈한 역사, 세계1ㆍ2차 대전의 미국의 추악함, 베트남전과 한국전에서의 모습을 보면, 미국의 승리의 역사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반면에 부끄럽고 사과해야 마땅한 범죄는 감추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를 통해 드러나는 그들의 진면목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베트남전 확대를 위한 정보조작과 무자비한 폭격, 필리핀 민중학살, 그리고 전후 '도미노 현상'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독재정권을 지원하여 남미 민중 목숨을 앗은 일, 칠레와 이란의 민주정권을 붕괴시킨 일……. 베트남 반전운동 참여자 총격살인, 노조 파괴운동, 흑백인종 차별, 여권신장 운동자 탄압 등등. 어찌 보면 인디언 학살로 얼룩진 역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정정당당하지 않은 역사를 계속 써가는 듯하다.
2차 대전 패전국인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파시즘 국가들의 범죄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동일한 제국주의의 국가의 일원이던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의 승전국가들이 타인종, 타민족, 타국가에 저지른 죄악상은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들 역시 식민지에서 인종학살을 자행하고, 이후에도 내정간섭을 통해 오래도록 식민지 민중을 수탈해왔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9ㆍ11테러 발생의 근본원인은 뒷전으로 하고 '폭력엔 폭력적 대응을'이라는 주 정책기조로 미국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또 하나의 아이러니는 나치즘으로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이 미국의 뒷배를 무기 삼아 팔레스타인을 학살하는 작금의 상황 또한, 쉽게 면죄부를 줄 수 없음에도, 그들의 폭력은 정당화되고 있다. 이렇듯 미국의 역사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많은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공존공영 보다 패권 전략을 계속 구사한다면 미국이 바로 불량국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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