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천하>의 주인공은 지독한 구두쇠 영감입니다. 얼마나 구두쇠냐 하면 인력거를 타고 차비를 내야 하는데, 인력거 기사도 함께 탔다며 차비를 반만 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구두쇠 할아버지 윤직원 영감에게도 천적이 있었으니 바로 손자였습니다. 손자는 윤직원 영감이 구두쇠인 것을 알고 필요한 돈을 두 배로 올려 부릅니다. 예컨대 등록금을 200만원이라고 속이면 100만원을 타낼 수 있는 이치입니다. <태평천하> 중 가장 재미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바로 공간과 역설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공원에서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멀리 보이는 화장실까지 가게 되었다고 했을 때 논리적으로 화장실까지 영영 도착하지 못합니다. 현재 위치로부터 화장실까지 가는 길은 무수한 지점의 연속으로 되어 있고, 우리들의 수명은 유한하기 때문에 결코 화장실까지 갈 수 없죠. 현실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고 할 수 있지만 논리적으로는 틀리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가 가는 길에 중간지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중간지점에 도달할 때마다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A에서 B까지의 중간지점 H에 도달하자마자 H에서 B까지 또 반을 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영원히 계속됩니다.
이 공간역설의 비유를 인생관에 멋지게 표현한 사람이 바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입니다. 토인비는 “역설적이지만 중요하면서도 심오한 인생의 원칙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목표 그 자체가 아니라 목표 너머 좀더 야심에 찬 목표를 겨냥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인생에 정해진 목표와 한계는 없습니다. 꿈을 크고 높게 가져야 하는 까달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