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법률, 언론, 정치 모두 의심스럽다
단단한 철학이 필요한 시대다.
우리가 받는 교육은 진정한 교육인지 의심스럽고,
내가 받는 판결이 공명정대한 판결인지 자꾸 의심이 든다.
내가 보는 일간지의 신문기사가 진실인지 사실인지 의견인지 거짓인지 헷갈린다.
정치인들이 먹음직스럽게 말하는 수사와 정책이 우리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지 불신이 생긴다.
나는 속고 있는 것일까?
소크라테스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 한 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다고 말하였고,
데카르트는 의심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은 의심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2009년 판으로 다시 해석하면, 뭔가 단단히 속고 있다는 사실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하늘 쳐다보기를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소년 이안 핑클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림위버>. <드림 위버>는 등장인물들의 질문과 응답을 통해 철학의 중요한 논제들에 대해 생각할 힘을 키워주는 철학교양소설이다. 소설 형식도 그렇고 국내에서만 6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철학교양서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가 떠올릴 법하다.
하지만 그 방법은 전혀 다르다. 요슈타인 가더가 고대 그리스철학-중세철학-계몽주의-실존주의 등 서양철학사를 통시적으로 접근하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 <드림 위버>의 저자 잭 보웬은 철학의 중요한 논점을 지식, 자아, 이성, 정신, 과학, 역설, 신, 악 등 19개로 분류한 뒤 각 주제별로 동서고금 철학자들의 사유를 끌어들이는 공시적 방법을 택한다. 살아가는 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철학주제라는 뜻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박이문 교수는 이 책이 '논쟁적 주장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문제를 제기하는 열린 철학이라고 소개했다. <소피의 세계>가 사춘기라면 <드림위버>는 어느 덧 철이 든 성장기의 모습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소피의 세계>가 사춘기라면 <드림위버>는 성장기 철학소설
특히 한국일보는 구성방식에 주목했다. <드림위버>의 구성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는데, 멘토인 노인과 이안의 꿈 속에서의 대화, 노인의 논리에 반박하는 부모와 이안의 현실에서의 대화, 노인과 부모가 제시한 철학적 난제를 실제로 적용해보는 친구 제프와의 대화가 갈마들며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가령 책의 두번째 장인 '자아ㆍ이성ㆍ정신'에서 노인은 인간의 본질이 비물질적인 정신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안에게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투입, 인간의 감정 역시 화학물질과 뇌라는 육체적인 활동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편다. 자신이 단순히 물질적인 존재이며 꼭두각시처럼 조종되는 존재라는 슬픈 느낌으로 잠에서 깬 이안에게 부모는 컴퓨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차원적인 인간의 언어활동을 거론하며 노인의 유물론을 반박한다.
이어 저자는 이안이 친구 제프와 함께 복제인간, 말하는 침팬지, 눈물샘을 가진 로봇 등을 제시하며 "무엇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고 묻는 의사를 만나는 장면을 배치함으로써 관념론과 유물론이라는 오래된 철학적 논제에 대해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준다.
하지만 신문사도 끝내 마지막 반전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단지 묘한 여운만 남겨놓고 서평을 끝내고 있다.
책을 끝까지 읽은 독자라면 마지막 장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반전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관련기사 :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903/h200903210320298421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