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개인에게 행하는 폭력과, 살인은 어떤 식으로든 처벌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단위가 커지고, 힘있는 소수가 힘없는 다수에게 행해지는 무자비한 폭력은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그런말이 있겠는가.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지만 백 명을 죽이면 영웅이라는.....말도 안되는 그런 말.

책의 주인공 역시 기억을 잃고 헤매고 있다. 전쟁에 참여했으나 그때 상황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암흑. 그 암흑 속에서 빛을 찾고자 동료들을 찾아 그들을 인터뷰한다. 그러면서 그 당시의 참혹하고 끔찍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전쟁에 참가했던 군인의 추억을 거슬러 올라가며 비추고 있다. 피해자를 집중 조명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사람을 죽였던 군인의 기억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인터뷰가 모두 변명같이 들릴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에 와닿는것이 있는 것은, 결국 그들 모두 전쟁의 피해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스라엘의 소리없는 지지속에 팔레스타인 수천명의 난민들은 죽어갔다. 힘없고 저항조차 하지 못한 그들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어갔다, 아무런 명분없이. 비단, 명분없는 학살이 1982년 사브라 샤틸라 팔레스타인 난민 학살 사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것같은 수많은 끔찍한 살인이 지금 현재에도 너무나 사소한 이유로 자행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전쟁에 참가했던 이의 자기고백을 들으면서 이 세상 모든 끔찍한 상황을 그저 모른채 수수방관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무런 이유없이 오로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수천명의 목숨을 빼앗아서는 안될 것이다. 자기반성을 하는 이유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또 한가지는 나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그들의 눈물과 한숨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는 그 순간, 이 세상에 전쟁이라는 끔찍한 일은 사라질테니 말이다.

 

posted by po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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