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의 패턴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학살은 대체로 학살하는 자들의 무엇인가를 건드렸을 때 벌어지기 쉽다.
중국에서는 이것을 역린(逆鱗)이라고 하는데, 역린은 "용의 턱 아래에 거꾸로 난 비늘"이다. 이것을 건드리는 사람은 누구든지 죽인다고 한다. 그래서 임금의 노여움 등을 표현할 때 이 말을 쓴다.
샤브라-사틸라 학살사건이 벌어진 것도 일종의 '역린' 때문인데,
레바논의 팔랑헤당 민병대가 그렇게 우상으로 삼았던 바시르 제마엘 대통령의 암살이 그것이다.
레바논의 팔랑헤당은 기독교 우파로서 이스라엘에 의해서 세워진 괴뢰정부 형태다.
2차 대전 때 프랑스 비시정부나 일본에 의해서 세워진 중국의 만주국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스라엘에서 공을 들여 정권을 창출하였는데 그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기에 이스라엘의 심기도 불편했을 것이다.

학살에서 발생하는 또 다른 비극은,
정작 학살은 당사자가 아니라 애꿋은 약자들이 당한다는 점이다.
바시르를 살해한 주범이 누구인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팔랑헤당 민병대들은 자신들의 복수심을 해소할 대용물이 필요했으므로,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그토록 잔악하게 살해했던 것이다. 그것도 3,000명을..

<바시르와 왈츠를>(다른)이라는 책을 보면 팔랑헤당 민병대들이 3,000명의 팔레스타인인을 그토록 잔인하게 살해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바시르를 신처럼 추종했고,
작중인물의 입을 빌리면 거의 '에로틱'한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이성적인 복수라는 것은 여기서 이미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브라-샤틸라 학살과 관련해서 태국의 정치 파동이 생각난다.
아래 해맑게 웃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에서
어릴 적 상상 속에서 김일성을 죽이러 다니던 기억이 잔인하게 스친다.

이 사진으로 197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닐 울비치는 아래의 설명을 첨부해 놓았다.
'1976년 10월 6일 태국의 수도 방콕의 타마사트 대학에 결집한 좌파 학생과 주변에 모인
우파 세력이 충돌했다. 총격전이 시작되고 국경 경비대가 동원되자 우세를 보이게 된
우파측은 극단적인 폭력을 사용하였는데, 학생을 때려 죽여 나무에 매달거나 길 위에서
태워 죽이는 참혹한 광경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수 십 명이 사망하였고 수 천 명이 구속되었으며 결국 급진적인 학생운동 세력은
일망타진되고 말았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국정의
실권을 쥐자, 1973년 학생궐기 이후 계속되었던 태국의 민주화 시대는 종지부를 찍었다.'

▲ 어린이를 포함한 청중들은 해맑게 웃고 있고, 시민들에게 맞아 죽은 좌파 여대생은 나무에 목이 졸려 반쯤 떠 있고, 그 사체를 의자로 무섭게 내리찍는 한 남자가 있다. 장면 하나하나가 충격적이다.
학살을 일으키는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하다.
이해되지 않는 세월을 굴레처럼 달고 온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처참한 역사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