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전쟁과 일본
박맹수 외 지음, 한혜인 옮김 / 모시는사람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1894년은 한국 역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해이다. 먼저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 이후 한국사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둘째, 청일전쟁이 발발하여 동아시아의 주도권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갑오개혁이 시행되어 신분제 철폐적 근대적 개혁이 이루어졌다. 이런 의미에서 1894년은 의미가 깊다.

위 세 가지 이유의 중심에는 물론 동학농민운동이 자리한다. 학창 시절에 배운 주제를 이곳에서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바는 대체로 한국측 자료와 증언들이다. 이에 비해 <동학농민전쟁과 일본>은 풍성한(?) 일본측 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자료들이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일본군 참전 병사나 지역 신문 등의 자료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직시하면서 한 개인으로의 심경을 드러낸다. 반면 일본 군부가 작성한 자료들은 왜곡(내지 조작)을 통해 자신을 위대한(?) 입장을 대변한다.

이 책을 읽노라면 지나간 과거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일본군의 무고한 농민 학살(30만명 추정), 일본의 부인, 당시 정부와 집권자들의 무능력, 개인의 무기력함 등이 동시에 밀려와 후대의 독자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런 개인적 감정을 느끼고자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때린 자는 잊으려하고 맞은 자는 분노에 치를 떤다. 비록 내가 100년도 더 지난 후대인일지라도.

책의 출발은 1995년 일본 홋카이도대학에서 동학농민군 유골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이 유골이 대학에 오게 된 경위를 조사하면서 잊혀진 과거의 사실이 드러나고, 이것을 다시 한국과 일본이 공유하며 출판으로까지 이어졌다. 고마운 것은 이 사실은 조사하고 인정한 일본의 학자들이다. 진실을 마주할 줄 아는 그분들의 용기에 그저 고개숙여질 뿐이다. 그렇기에 일본 자료를 중심으로 쓰여졌다해도 그렇게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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