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준에 좋은 책이란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 고민만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게 유도한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는 바로 여기에 부합되는 책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읽었다. 비록 그가 정치적으로 팬과 안티가 극명하는 갈리는 사람이었지만 작가로서는 공감이 가는 글을 쓰고 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려면 일, 놀이, 사랑, 연대가 가능해야 한다. 여기서 하나만 빠져도 주체적인 삶을 살기 힘들어진다. 그런데 슬프게도 나는 네 가지 모두에서 어설프다. 그나마 가족 사랑 정도에만 점수를 줄 수 있고 나머지는 어영부영 살아왔다. 유 작가의 주장에 공감하며 나를 채근하며 이 반성문을 쓰고 있다.어떻게 살 것인가? 책 제목처럼 내 가슴에 들어와 박힌 주제다. 작가는 주체적인 선택으로 일하고, 놀고, 사랑하고, 연대하라고 주장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인가. 누구는 일하지 싶지 않은가. 누구는 놀고 싶지 않은가. 누구는 사랑하고 싶지 않는가. 누구는 연대하고 싶지 않는가. 현실이 이럼에도 주장하는 것은 이것들이 당장에 손에 쥘 수는 없지만 내가 투쟁하며 쟁취해야 할 대상들이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손에 쥐고 있는 것도 행복할 수 있겠으나 그것을 얻으려 노력할 때 더 가치 있지 않을까 싶다. 여행지에서의 기쁨도 크지만 그 여행을 준비하며 얻게 되는 기쁨도 적지 않은 것처럼.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독서인의 마음에서, 두 번 째는 일종의 정신적 노후 대비용으로. 남은 내 생을 어떻게 살면 좋을지 인생 선배의 글로 배우고 싶어서. 가볍게 읽고 깊이 고민해서 좋았다.조물주가 유 작가에 음악적 재능을 주시지는 않았지만 말과 글에 대해서는 넘치는 재능을 주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