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 인생도처유상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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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처유상수라는 부제처럼 세상에는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서원직(서서)이나 제갈량같은 이들도 당시에는 재야에 뭍혀 있던 그런 전문가들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만나게 되는 이들도 꼼꼼이 따지고 보면 전문가인 분들도 많다. 그들이 반드시 대학교수이거나 연구원이 아니어도 그렇게 느끼게 되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느껴짐은 나만의 착각일까?

각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이라는 제목이 신간의 이름으로 인터넷에 뜨자 나의 손과 뇌는 부르르 떨리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청년기 나의 손과 발을 흔들어 자꾸만 움직이게 했던 그 책이 6권의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왔으니 나 같은 이들은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책의 좋고 나쁨을 넘어 그간 잘 모르고 있던, 깊은 눈길 한 번 못줘서 미안하던, 애정을 주고픈데 어떻게 줄지 몰라 고민하던 나를 문화유산의 세계와 답사의 길로 안내해준 길라잡이기에 어찌 흥분이 쉬 가라앉을 수 있겠는가.

책을 읽자니 유홍준의 문화재청장 시절 경험담이 참 많이 나온다. 나는 이 점이 눈에 거슬린다. 본의는 아니겠지만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는 것 같아. 더 눈에 고까운 것은 유영구 전 KBO 총재의 이름이다. 그는 잘 알다시피 명지대와 관동대 재단이사장으로써 얼마나 많은 돈을 유용해 말아 먹었던 놈 아니던가. 유홍준의 진의는 아니겠지만 저자의 글에서 자꾸 그런 것들이 눈에 먼저 들어와 짜증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네.

내게 이 책이 이전의 책들과 달리 이채롭게 다가오는 것은 작은 것들에 대한 관심일 듯 싶다. 그 첫번째 예로 나무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관심이다. 문화유산이 혼자 그렇게 덩그러니 서 있는게 아니고 주위 환경과 어우러져 그 맛을 더해내고 있다면 그 주위를 깊이 봐야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주위에 널린 그 많은 나무들을 어떻게 그냥 휙~ 지나쳐버리고 말 수 없다. 나무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고 공부하여야 그 아래에 있는 문화재의 깊은 참맛을 알 수 있다. 유홍준은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점은 승주 선암사 부분을 읽으면 실감할 것이다.

둘째, 나의 시선을 확 끈 작은 주제는 돌담길이다. 내가 태어나 살던 곳은 경상남도의 작은 시골이다. 이곳의 담들은 흙과 짚을 섞은 다음 돌 위에 발라가며 세운 것들이다. 돌로만 지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 운치 있고 정겨운 것들이다. 고향집 마을에도 적잖은 돌담길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이제 정 없고 매력 없는 시멘트 담벼락으로 변해 있다. 그래서 일까? 담에 눈길을 주지 못했다. 이 책을 통해 내 주위의 작은 것도 문화재가 될 수 있음을 배우게 되었다.

셋째, 저자가 답사를 다니며 만나게 되는 사람과 지역 문화에 대한 소개는 다음을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될만 하다. 그가 소개해주는 종가집 어머니들, 식당 주인, 지역 식당 등은 여행을 관광이 아닌 진정한 여행으로 가게 해준다. 여행이 눈만 즐거우면 무슨 재민가. 몸도 마음도 함께여야 그 여행이 진정 추억에 깊에 남을 것 아닌가.

이렇게 책에서 찾은 작은 것에 대한 관심 외에도 이 책이 가진 장점들이 많다. 그것은 전작에도 나오듯이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다. 물론 책이 100% 완벽하지 못해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잘못된 정보를 전할 수 있겠으나 이것만 가지고는 이 책이 가지는 흥미와 의의를 퇴색시키진 못할 것 같다. 해당 문화재에 대한 설명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세세하고 친절하다. 전문 답사가로서 아마추어들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어느 책보다 설명이 우수하다. 한 두 번 다녀본 곳에 대한 글이 아니라 스스로 수 십년 간 다닌 곳들에 대한 글이기에 그의 애정과 진실함이 책 속에 잘 녹아 있다.

나 같은 아마추어에게 이 책은 답사에 대한 일종의 성전과 같다. 자신의 대한 자랑과 변명 등에서 눈꼴 시린 내용도 찾을 수 있겠으나 이보다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클 듯하다. 법정 스님이 그랬다. 좋은 책은 책장을 넘기기 아쉬워 몇 번을 읽고 또 읽고 지나간다 했는데, 아무래도 답사기는 내게 그런 책을 듯 싶다.
(2011.06.27.에 쓴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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