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집은 어떻게 여성이 되었나 - 서해역사문고 1
이임하 지음 / 서해문집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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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독특함에 끌려 산 책이다. ‘계집‘이라 차별받던 이들이 하나의 독립된 객체로 인정받는 ‘여성‘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을 쉬운 용어와 사례를 들어 설명해준다.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굳이 붙이지 않더라도 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이 법적, 경제적, 인격적으로 대우받기까지 얼마나 인고의 세월을 보냈는지 이 짧은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아직도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는 인터뷰 하나. 오래전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사회자가 한 참가자에게 물었다.
˝00번 참가자의 꿈은 무엇인가요?˝
˝네, 제 꿈은 현모양처입니다.˝
이 현모양처의 꿈은 그 여성 스스로 꾼 것일까, 사회가 그녀에게 주입한 것일까? 조선 시대는 물론이고 개항 이후 근대화의 물결이 휩쓴 대한제국기, 일제시대, 50~70년대까지도 여성 교육의 목표는 신사임당과 같은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었다. 물론 현장에서도 그렇게 교육되었고 사회는 그런 여성들을 찬양하였다. 바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저 위의 미스코리아 참가자도 자신의 꿈이 ‘현모양처‘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반면 이 현모양처의 대열에서 벗어난 이들은 엄청난 사회적 비난과 개인적 수모를 감내해야만 했다. 대표적인 여성들이 신여성(모던걸), 양공주,(유엔마담, 양갈보), 식모, 공순이, 파출부들이었다. 이들은 남성적 편견과 오랜 전통의 유습 속에서 자신의 삶을 억척스레 개척해 왔지만 차별과 배제를 경험해야만 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문제는 공론화 되어 있지만 아직도 미군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문제는 대중적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녀들은 국가 안보를 위해 개인의 몸은 희생되었고, 국가는 미군의 불법을 나몰라라 했다.

다행히 한국 사회는 오랜 기간에 걸친 민주화 노력과 여성들의 부단한 투쟁으로 여성 인권과 여성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크게 향상되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여성가족부의 존재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제대로 대우받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렇게 여성 문제에 대한 고민을 역사적으로 풀어 설명해 준다. 갑자기 페미니스트가 된 기분이다.

그런데 책을 읽자니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몇 가지 나온다. 가령 신여성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부당한 시선을 설명하며 ‘당시 사회의 폐쇄성과 후진성‘을 언급하는 장면이 있다. 이것은 후대의 역사학자가 성급하게 과거를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또한 책의 후반부에는 1980년대를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사례는 1958년도의 것들을 들고 있어 저자가 실수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이렇게 한 권을 또 읽어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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