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와 정치 - 개신교 정교 분리 원칙의 변용 과정
김용민 지음 / 소명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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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 상호 침범하지 않는 관계가 되어야할까 아니면 서로에게 조언하며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좋을까? 개인적으로는 전자에 마음을 두고 있었다. 정치와 종교는 서로 다른 영역이고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다 할 때 세상이 아름다워질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정치와 종교는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걸까?

이런 내 의문에 대답을 해주는 성경 구절이 있다. 로마서 3장의 내용이다.
˝훌륭한 시민이 되십시오 모든 정부는 다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습니다. 평화와 질서가 있다면 거기에는 하나님의 질서가 있는 것입니다. (중략) 정당하게 세워진 권력 기관이라면 여러분이 정당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지 않는 한, 무서워할 이유가 없습니다.(중략) 시민으로서 여러분의 의무를 다하십시오. 세금을 내고, 청구서를 지불하고, 지도자들을 존중하십시오.˝(메시지 신약에서 옮김)

일제 시대 미국 선교사들도 그랬고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도 그랬다. 현재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저항하지 않는 것이 성경적이라고. 그 근거는 위의 로마서 13장이다. 모든 정부는 다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 있다는. 그리고 이것은 과거 유럽에서의 ‘왕선신수설‘의 모태가 되었다.

그런데 이 구절을 읽다 슬몃 반발이 들었다. 그렇다면 불의한 권력에도 무릎을 꿇어야 하나?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며 죽은 것처럼? 그렇다면 프랑스혁명과 4.19의거는 무엇이 되는가? 그래서 나는 이 부분에 주목해 보았다. ‘정당하게 세워진 권력 기관이라면‘하는 부분. 혹은 ‘정당하게 세워졌지만 이후 불의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정부‘라고 넓게 이해했다. 그들은 하늘이 준 권력을 오용하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존재들이다. ‘하나님은 질서를 유지하는 일에 관심이 있으시고(로마서 13장)‘라고 하셨으니 그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행위의 조정을 받아 마땅하리라. 즉 현재의 정치에 문제가 생기고 지탄을 받고 있을 때, 기독교계는 어떻게든 하나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 불의함에 항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이 책은 저자의 이런 현실적 고민에서 시작한다. 저자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이명박 정권 초에 사회에 깜작 등장하여 그 이름을 알렸다. 그 유명한 ‘나는 꼼수다‘에서. 그후 총선에 발을 들였으나 낙선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그는 나름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충실히 그 정신을 실천하고 살았으나, 이땅의 집권자들과 교회 권력은 한통속이 되서 사회 정의를 저버렸다. 이에 저자는 왜 한국에서 이런 문제가 생겼으며 그 역사적 연원은 어디에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인 것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저자의 비판은 매섭다. 물론 무턱대고 모든 현상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선교사들과 한국 목사들의 일제에 대한 부저항, 역대 정권과 그들에 협력한 소수 대형 교회의 부정의, 저항적 개신교계의 무기력까지. 조금은 당황스럽고 주관적인 해석이 나오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지적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이땅의 기독교가 현재 처해 있는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떨어지는 사회적 신뢰도, 감소하는 신자수는 그 대표적 사례다. 사회적 영향력을 잃어가는 유럽의 기독교를 닮아가고 있다. 다른 세력의 탓이 아니라 기독교계 스스로가 자초한 면이 크다. 이를 타개 위해 기독교계는 공공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러한 신학을 ‘공공신학‘이라 부른다.

정권과 교회는 이제 상호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 사회 모든 영역이 영향을 주고 받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정권과 교회 역시도 상호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거처럼 반공을 위해 모순과 비리를 눈감고 권력자 개인을 위해 헌신하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이제는 공공을 위해 봉사하는 신학이 필요한 것이다. 스택하우스는 ˝루터와 칼뱅을 비롯한 개혁 교회의 전통˝ 위에 선 교회는 ˝소명의 공동체˝이며, ˝사회의 질서와 경제, 정치 제도들은 하나님의 뜻과 사랑과 목적에 일치하도록 변혁시킬 책무˝가 부여됐다고 밝혔다.(252쪽) 바로 이점이 공공신학이 또는 현재의 교회가 나아갈 바 아닌가 싶다.

개교회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대형화의 굴레를 벗어나 온 사회를 교회당화하는 열린 신앙이 절실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공동체성의 회복을 통해 나아가야 한다. 교회의 보수화, 대형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결핍될 수밖에 없는 공동체성은 지금의 사회와 교회가 회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저자는 이를 강하게 주장한다.

그렇다고 이 책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개신교를 중심으로 정교분리 원칙이 어떻게 적용되고 변용되었는지를 시대별로 탐구했다. 따라서 한국근현대사와 교회 권력의 역할에 대해 비판적이다. 익히 알려진 목사님들의 이면을 알게 되면 적잖이 놀라게 된다. 이점 유념해서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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